공평도시유적전시관 관람
우리나라의 역사는 ‘외침(外侵)의 역사’라 이를 만큼 오랫동안 외적의 침입이 잦았다. 그리고 여러 차례에 걸친 외적의 침입과 6.25전쟁으로 말미아마 많은 유물과 유적이 소실되거나 약탈되고 훼손되었다. 그나마 땅 속에 묻혀 있는 문화재조차도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심각한 훼손을 가져왔다. 특히 서울은 도심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정도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땅 속의 문화재가 마구잡이로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의 4대문 안에서도 종로는 조선시대 때의 시전(市廛) 행랑과 피맛길이 있어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그런데 2000년 대 이후 종로 일대에 대형 건물이 신축되면서 땅 속의 문화재가 속수무책으로 훼손되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4대문 안에서 이뤄지는 개발사업에 대해 사전에 의무적으로 문화재발굴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종로를 비롯한 도심 전 지역에서 조선시대 초기에서 근대에 이르는 시대별 유구와 국보급 유물들이 다량 출토됐다.
서울시에서는 종로구 공평동 일대에서 발굴된 유적 중 가치 있는 유구들을 복원하여 출토 유물과 함께 전시했으니 바로 2018년에 개관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에 있는 센트로폴리스빌딩 지하에 있으며, 건물 신축공사 때 발굴된 100여 개의 건물지, 우물, 석축 등과 출토된 1000여 점의 생활유물을 전시하여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 보거나, 강화유리 위를 걸으며 발 밑의 유구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비록 건물 지하에 있으나 꽤나 널찍하다. 그리고 전통가옥을 축소하여 재현한 모형이라든지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질 체험공간 등 볼거리도 많다. 그러나 한 시간여를 천천히 돌아보는 동안 겨우 관람객 두 명과 마주칠 정도로 한적했으니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장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적은 탓이리라. 어쨌거나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앞으로 우리나라 전 지역의 매장문화재 발굴 및 보존 정책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