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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에 열중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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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로 데뷔한 이후 과학소설의 붐을 일으켰던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기억하시나요? 잠시동안 너무나 어설픈 질문에 당혹스러워 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개미>, <뇌>, 그리고 <나무>로 국내 독서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베르베르는 최근에 희곡 <인간>으로 우리들에게 성큼 다가섰다.
그의 글들은 국적을 떠나서 우리들에게 ‘지적 호기심’ 뿐만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기’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이번에 선보인 <인간>도 일석삼조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먼저 독자들은 책으로 출판된 희곡 <인간>을 읽으면서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 이어서 국내에서 초연되고 있는 연극 <인간>을 관람하면서 자신의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다. 책으로 상상한 세계와 직접 눈으로 확인한 베르베르의 작품 세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베르베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초현실주의적 모험극 <나전 여왕>과 외계인이 만든 인간의 생태에 대한 다큐멘터리 <인간은 우리의 친구>를 보면서 작가의 진정한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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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책들>에서 저렴한 가격에 출간된 <인간>. dvd 시리즈 베르베르의 <나전여왕>, <인간은 우리의 친구>가 부록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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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베르는 데뷔작 <개미>에 쓰인 소재 때문에 곤충학자 혹은 과학소설가라고 불리고 있으나, 그의 작품 세계는 과학소설가라고 불리기에 애매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철학소설(필로소피 픽션)’이라고 소개한다. 작가가 직접 만든 필로소피 픽션은 철학(philosophy)과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 합쳐진 말로 인류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야 할 철학적 물음에 대해 자문을 던진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리타분한 철학의 세계가 아니고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에 ‘재미’가 더해져,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추리소설의 형식과 과학적 요소를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철학적 깊이를 외면한 채 단순히 과학적 사실과 추리 소설적 기법으로 짜여진 흥미 위주의 소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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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간은 우리의 친구> 촬영 장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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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기존의 SF소설이나 추리소설에서 다루지 않았던 철학적 부분들, 예를 들면 작품 <나무>의 ‘말없는 친구’ 중에 나오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지상에서 내가 이루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같은 문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울러 보다 나은 인류상의 구현을 위하여 현재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어떤 형태의 삶을 살아야 할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베르베르는 소재를 신중하게 선택하여 다른 이들과 차별화된 작품을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 소재는 개미, 영계탐사, 인류의 기원, 뇌 등 다양하지만, 그 모든 소재를 관통하는 중심에 인간이 있다. 먼저 개미라는 생물종을 통해서 낮은 곳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개미> 3부작, 이와 반대로 높은 곳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티나토노트> 삼부작이 있고,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 보는 <아버지들의 아버지> 혹은 <뇌> 시리즈가 있다.
희곡 <인간>은 전작보다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 또 다른 새로운 시선을 추가하여 더욱더 성숙한 작가의 모습을 선보였다. 즉 작가는 인간의 시선과 외계인 시선을 동시에 서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인간을 다면적 시각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분석하려고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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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공연 포스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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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취향도 성격도 이상형도 너무나 다르다. 여자는 인간의 모습에서 사랑과 웃음과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는 반면, 남자는 인간의 모습에서 위선과 잔혹성과 악의를 본다. 이렇듯 순수한 영혼을 가진 호랑이 조련사, 사만타는 감성적이고 열정적이고 행동적이지만, 냉소적인 현대인을 상징하는 과학자, 라울은 이성적이고 차갑다.
두 사람은 외계인에 의해 납치된 뒤 유리상자에 갇혀 좁은 공간 안에서 티격태격하면서 지낸다. 점차 이들은 외계인이 자기들을 애완용 동물처럼 관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라울은 영상에 비친 지구의 모습을 통하여 지구가 이미 파멸한 한 것을 인식하면서 인류의 대를 잇기 위하여 종족 번식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젖어 사만타를 설득하지만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만타도 라울을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이렇듯 <인간>은 외계인에 의해 납치된 두 남녀가 불가해한 환경 속에서 인간이란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니는 존재인지 탐구해 가는 희곡이다.
<인간>은 희곡이지만, 희곡의 규칙을 따르지 않아서 대화 위주의 소설처럼 읽힌다. 이에 대해서 베르베르는 “나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으로 잘 전달할 것인지를 놓고 늘 고민한다. 평소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문학적 형식을 바꾸는 것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일이다.”고 말한 것처럼, 독특한 형식을 추구하면서 무대 공연을 목적으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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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장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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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번 작품이 “인간의 나약함과 우스꽝스러움, 그 출구로서 사랑을 추구하지만 인간의 진지한 면보다 애니메이션 코미디처럼 날렵하게 그렸다는 시각, 희곡의 줄거리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부터 미국 펄프 픽션들에 나오는 외계인의 인간 채집 이야기, 필립 딕의 과학소설에서 보이는 비범한 존재론,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등을 버무려 놓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그래서 <인간>은 “작가가 <개미>에서 보여 주었던 치열한 자료 취재나 <뇌>와 <나무>를 수놓았던 산뜻한 착상과 반전의 힘들이 반감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9월 9일부터 파리 <코메디 바스티유>에서 공연되고 있는데,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에 돌입하고 있다. 국내는 극단 상명 레퍼토리가 12월 24일까지 서울 동숭동 상명아트홀 무대에 올려 다소 난해한 베르베르식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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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장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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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명 레퍼토리 공연은 격자 무늬를 가진 하얀 색 무대를 통하여 유리벽에 갇힌 두 사람의 모습을 원작에 기초하여 충실하게 그리고 있다. 남녀의 역할을 잘 소화 낸 서울시 극단의 배우들이나 영상을 통하여 들려오는 낯익은 아나운서 손범수씨의 목소리도 연극에 빠져들게 하는데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지구가 파멸한 것을 알고 난 후, 각자의 역할극을 통하여 지구인의 입장을 토론하는 남녀의 모습이 공연 내용에서 일부분이 생략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화해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대화의 과정보다 사랑이라는 로맨스에 초점에 맞춘 듯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인간>에서 서로 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상대방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공동의 목표를 찾아가려는 인간의 속성을 말하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베르베르의 작품세계 뿐만 아니라 연극인의 상상력이 가미된 베르베르의 세계를 확인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듯 싶다.
공 연 명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 공 연 장 : 대학로 상명아트홀 공연기간 : 11.27 ~ 12. 24 (평일 7:30/ 주말 4:00, 7:30 월 쉼) 관 람 료 : 일반 15,000원/ 대학생 12,000원/ 청소년, 어린이 8,000원 (사랑의 티켓 적용) 관련사이트 : http://www.bernardwerber.com/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공식 사이트) 문 의 처 : (02) 744-13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