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27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여자배구 경기를 되돌아 봤습니다.
어느 순간 2위까지 올라와 있는 홈팀 IBK기업은행(13승 7패)과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5위 흥국생명(5승 15패)의 승부입니다.
먼저 IBK기업은행은 주전 6명이 확실히 자리를 잡은 가운데, 최수빈 선수가 먼저 리베로 포지션으로 출전합니다.
반면 흥국생명에서는 무릎부상(수술)으로 시즌 아웃된 신연경 선수를 대신해 공윤희 선수가 선발 기회를 잡았습니다.
■ 오늘 경기 흐름 살펴보기
경기 흐름은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1세트, 10점대 초반까지는 양팀의 공방이 괜찮았습니다. 두 팀 선수들 모두 올스타전 기간동안 충분히 휴식한 듯 몸놀림이 빠르고 경쾌했습니다. 수비 집중력도 좋았고요. 하지만 삼각편대도 아니고 4각 편대를 앞세운 IBK가 세트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점수차를 벌렸습니다. 김희진 선수가 공격 선봉에 서고 김미연 선수는 80%대 공격성공률로 틈틈이 득점을 더해줬습니다.
1세트 25 대 16으로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챙긴 IBK기업은행입니다.
2세트도 비슷한 흐름이었습니다. 흥국생명은 조송화 세터의 2연속 서브에이스로 출발이 산뜻했지만, 이내 메디를 앞세운 IBK의 화려한 공격배구에 점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IBK 메디 선수는 상대 블로킹에 맞춰 터치아웃 시키든 그냥 꽂아넣든 힘이 넘쳐보였습니다. 사실 지난 시즌도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 없이)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메디입니다.
2세트도 25 대 19로 IBK의 승리입니다.
3세트, 시작과 동시에 IBK기업은행의 6연속 득점이 나왔고, 그 차이 그대로 세트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흥국생명은 리시브부터 흔들리는 대다가, 크리스티나의 강타와 이재영 선수의 연타 & 백어택 모두 상대 유효 블로킹과 디그에 막히며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IBK에선 (4각 편대에 밀려 잠잠했던) 김수지 선수까지 득점 행진에 가담하며 쉽게 세트를 가져왔습니다.
25 대 14, 3세트도 IBK의 승리, 세트스코어 3 대 0으로 IBK의 완승입니다.
■ Today's Best Player : IBK기업은행 김미연
오늘 경기는 확실히 IBK기업은행의 퍼펙트한 승리! 특히 앞서 언급했던 4각편대의 공격력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희진 선수(11득점)는 1세트부터 찍어 누르고 밀어 넣고, 자유자재로 공격을 성공시켰고, 유난히도 컨디션이 좋아보였던 고예림 선수도 오늘 9득점(공격성공률 50%), 김미연 선수는 77.78%의 경악할만한 성공률로 역시 9득점이나 올려줬습니다. 메디는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인 24득점으로 명불허전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선택은 우리의 '똥머리장인' 김미연 선수입니다.
뭐 이미 수치로도 표현되었지만, 실제 경기를 봤을 때 그의 활약은 훨씬 더 뛰어났습니다. 서브에이스 2개를 포함해 중간중간에 올려주는 득점은 상대블로킹을 다 따돌리며 보는 이로 하여금 무척 시원시원했습니다. 특유의 빠른 움직임과 경쾌한 스파이크. 알토란같은 활약이었습니다.
■ Today's Worst Player : 흥국생명 이재영
흥국생명을 이끌어야했던 이재영 선수는 오늘 너무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IBK선수들이 너무 대비를 잘하고 나왔다고 해야 할까요? 이재영 선수의 강스파이크, 백어택에 특유의 연타까지.. IBK 선수들의 유효블로킹과 디그에 거의 대부분 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2세트까지만 해도 공격성공률 14%대에 단 3득점!
3세트 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이재영다운 공격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황이었죠. 오늘 경기 개인 기록은 11득점에 공격성공률 24.32%입니다.
■ 그 외 주요 Point!
많은 보도에서 제목으로 썼지만, 오늘 경기는 진짜 IBK기업은행의 완벽한 승리! 확실한 셧아웃이었습니다.
메디-김희진-고예림-김미연 공격수들은 고른 득점을 올려줬고, 세터 분배에 있어서도 1세트 출발을 맡았던 이고은 선수와 2세트 중반 승부처에 나타난 염혜선 선수 둘 다 좋았습니다.
같은팀의 화려한 4각 편대에 밀려 잘 안보였던 김수지 센터도 틈틈이 블로킹(성공4, 유효6개)으로 힘을 보태다가 중요할 땐 속공 2개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노란 리베로의 수비도 단단했고요. 확실히 디펜딩 챔피언다운, 이번에도 우승을 노릴만한 그런 경기력이었습니다.
반대로 흥국생명은 쌍포 이재영 & 크리스티나(10득점, 공격성공률 33%)가 막히자 그대로 고꾸라졌습니다. 확실히 크리스티나 선수가 시즌 중간에 새로 합류했을 때의 그런 신선함, 동력(動力)은 한풀 꺾인 듯 합니다. 리시브가 흔들리니까 제가 요즘 좀 좋게 보고 있는 정시영 센터는 몇 번 써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늘 경기 팀의 첫 득점을 올려줬던 공윤희 선수(사진)의 긴 타임 활약은 무척 반가웠습니다.
신연경 선수의 공백을 메우려 지난 경기부터 선발 출전 기회를 잡고 있는 공윤희 선수는 지난 경기(14일) 10득점에 비해선 활약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수비도 곧잘 해주는 모습이었고, 오늘 경기 3득점을 기록했습니다.
- 사실 그동안 대부분 원포인트 서버로 교체출전하는 것이 다인데다가, 길쭉길쭉한 느낌(179cm) 때문에 수비를
그렇게 잘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리시브를 6개(100%)나 잡아줬네요.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박미희 감독님이 경기 내내 말씀하셨던 부분, "(서브를 포함해) 강하게 더 강하게 상대를 더 밀어붙여야 한다"는 말씀.
이재영에 크리스티나 선수까지 단순한 공격에서부터 제 모습이 아니었던 상황에서 과연 이런 접근법이 정답이었을까요? (둘이 합쳐 서브범실 6개 / IBK는 총 5개) 박미희 감독님 말씀대로 "세게 더 세게" 하라는데 제대로 세게한 건(=정확도 있게 세게 하고, 상대를 흔들 수 있었던 건) 오늘 경기 이한비 선수 뿐이었던 것 같네요.
IBK기업은행은 시즌 후반부 확실히 분위기를 탄 모습이고요. 올시즌 우승을 노리는 도로공사에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되겠습니다.
반대로 지난 시즌 정규시즌 1위였던 흥국생명은 '몰락'이란 표현이 정확하겠네요. 시즌 중간 어렵게 구해온 외국인선수 크리스티나는 지난 시즌 타미 러브에 비해 한 단계 아래로 보이고, 선수들의 기량 발전은 확실히 정체되어 있습니다(소위 포텐셜이라는 것이 다 된 듯). 신인 김채원 센터가 합류했지만 김수지 선수가 이적했고, 김해란 리베로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는 여러모로 안타까움만 더해갑니다. 그렇습니다.
■ Today's Photo
김미연 선수(왼쪽) 잘했다! & 메디는 원래 늘 그만큼 잘한다!
확실히 올시즌 중반부터 더 각성한 듯한 김희진 선수(왼쪽), 활약이 좋았고. 반대로 이재영 선수(No.17)는 두고두고 아쉬운...
어느 새 우승에 아주 근접해 있는 IBK기업은행. 역시 저력은 무섭다.
마지막 사진은 지난 올스타전 모습. IBK기업은행의 무서운 4인방에 알레나(인삼공사), 나현정 리베로(GS칼텍스)까지...
진짜 현실에서 이 멤버면 바로 우승각!! 하긴 알레나만큼 단단한 활약 해주는 메디가 이미 있으니 리베로 포지션만 진짜 보강되면..
무섭다,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