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ozen Ground], 미국, 2013.
미국의 49번째 주이자 가장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알래스카주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1980년에서 1983년 사이에 무려 17명(범인의 자백, 경찰은 모두 21명을 살해한 것으로 기소했다)의 여인들을 강간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밤거리의 여인들로, 범인 로버트 한센은 이들을 유인해 변태적인 성행위를 한 후 광활한 알래스카의 외진 곳으로 데려가 마치 그의 취미처럼 사냥하 듯 총살했다. 범인 로버트 한센은 가석방이 없는 461년의 종신형에 처해졌다. 만약 살아있다면 지금도 형무소에 있을 것이다.
영화 [프로즌 그라운드]는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됐다.
2주 후면 다른 인생을 찾아 떠날 예정이었던 형사(니콜라스 케이지 분)는 그때까지도 미해결로 남겨진 사건의 파일을 건네 받는다. 그리고 파일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단순한 실종 및 변사가 아닌 연쇄살인 사건임을 밝혀내고 수사에 착수한다.
때마침 길거리 매춘부인 신디가 자신이 호객한 남자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신고를 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받는다.
범인으로 지목된 한센(존 쿠색 분)은 이미 여러 차례 기소가 되었으나 번번히 풀려난 전과가 있다. 담당 형사는 자신이 21살 때 겪은 여동생의 죽음에 대한 분노가 있다. 그것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6년 만에 석방된 일이다. 이에 분노를 느끼고 있지만 지금의 직업인 형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찰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것도 이러한 한계 때문이다.
신디의 증언이 반드시 필요한 형사는 그녀를 설득하지만 이미 밤거리의 여자가 익숙한 신디는 스트립 댄서로, 매춘부로 몸을 팔며 생활하는 것이 편하다. 마약을 위한 쉬운 돈벌이가 그런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디는 범인을 잡아보았자 얼마 후면 풀려날텐데 뭐하러 위험스런 증언에 나서느냐고 거절한다. 형사는 반드시 감옥에서 죽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신디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 그러는 사이 한센은 하수인을 시켜 신디를 제거하려 하고, 형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모면한 신디는 증언을 약속한다.
그러나 철저한 증거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심증이나 추측 만으로는 기소조차 불가능하다. 반드시 범인의 자백이 필요하다.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자택수색 등으로 증거수집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좀처럼 결정적인 증거물을 찾아내지는 못한다.
그러던 중 범인이 평소 침대 맡에 두고 자주 봤다는 지도를 발견한다. 그 지도에는 X표들이 있었고, 몇몇 장소는 살해된 여인들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와 일치했다. 범인 한센은 이미 증거물들을 은닉했지만 형사는 실종자 중 한 명의 언니로부터 실종된 자신의 동생이 자신과 똑같은 팔찌를 하고 있었으며, 그 팔찌를 형사에게 주고는자신의 동생 주검을 찾을 때까지 지니고 있으라는 당부를 받았었다.
형사는 범인 한센에게 지도와 함께 그 팔찌를 보이며 이미 X표된 지역에서 범인이 감춘 증거물들을 찾아낸 듯이 말한다. 그에 범인은 신디를 손가락질하며 절규한다. "네 년도 그때 죽였어야 했어" 라고.
영화가 실화를 기초로 했을 때 관객이 느끼는 감동은 배가(倍加)된다. 그래서 감독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만이 아니라 조금 더 감동적인 요소를 영화 속에 집어넣는다. 영화니까. [살인의 추억]이나 [도가니]가 그렇고, [소원]이 좋은 예이다.
[프로즌 그라운드], 우리말로 바꾼다면 동토(凍土)의 땅이다. 빙하의 땅 알래스카를 떠올리기에 적절하다.
그 얼어붙은 땅에서 실제로 발생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지만, 정말 감동이 두배 되었을까? 글쎄.
범인의 자백대로 17명의 여인을 강간하고 살해했다면 그 범인은 인간 이상의 잔악함과 매우 뛰어난 두뇌를 지녔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존 쿠색이 연기한 로버트 한센은 어떤가? 너무 평범하다. 아주 평범한 외모에, 지극히 평범한 두뇌에, 너무도 평범한 인물이다.
관객들이 느꼈을 때 '저런 죽일 놈. 아까운 재주를 사람 죽이는데 쓰다니' 하고 혀를 찰 정도의 비범함을 심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형사가 비범한 것일까?
영화 [넥스트]에서 잠깐이나마 미래를 볼 수 있었던 초능력을 지녔던 인물이었던 '케서방'. [고스트 라이더]의 악마 '케서방'. [내셔널 트래져]에서 보여준 [인디애나 존스] 저리 가라의 능력자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너무나 평범한 형사, 니콜라스 케이지. 자신이 기소한 대로 21명의 여성을 살해한 범인을 잡는 비범함과 초인적인 의지력 그리고 민중의 지팡이로써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형사의 모습을 찾아내기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배우들은 감독이 덧씌운 캐릭터를 잘못 입었거나, 캐릭터에 맞지 않는 배우들을 캐스팅 하지 않았나 싶다.
연쇄살인 사건은 어쩔 수 없이 잔혹함을 지닐 수 밖에 없다. 그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이미 주검이 된 시체는 썩은 채로 발견될 것이고, 살해된지 얼마 안된 시체는 죽음의 순간까지 저항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았을 터이니.
관객들은 이러한 영상에 전율하면서 분노를 느낀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악마 같은 범인을 꼭 잡아 응징해주기를 바란다.
영화 [프로즌 그라운드]가 과연 관객들의 이러한 기대에 부흥했는지는 의문이다.
아울러 신디를 납치 살해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이를 실행하는 폭력배들은 누구인가? 단순한 청부업자? 아니면 한센과의 공범?
영화는 대답 없이 살해된 여성들의 사진을 엔딩 크레딧으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