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산 ㅡ 남산 - 남산은 서울과 경주에만 있는 산이 아니다. 그냥 사는 동네의 남쪽에 위치한 산이란 뜻을 가진 일반명사이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 같은 이름의 산이 매우 많다. 네이버에서 찾아도 당장 경북 청도 상주 구미 (여기는 람산의 두음법칙상의 변환으로 성격이 다름)등이 있고 충북에는 충주 제천 괴산 충남엔 홍성 서천 논산 경남엔 진해에 전북은 군산 전남에는 나주 담양 무안 그리고 섬에도 있는데 진도에도 남산이 있다. 강원은 삼척에 있으니 전국 곳곳에 남산은 흔하디 흔한 산인 것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딱 두 산의 남산은 고유명사가 되었다. 바로 서울과 경주. 이 중 산의 컨텐츠로만 따진다면 케이블카가 있는 서울의 남산보다는 경주의 남산이 산을 즐기는 산객들에겐 더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 이 두 곳은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한 나라의 수도 즉 그 당시의 최고 인구 밀집지역의 남쪽에 위치해서 여타의 남산과 다른 확연한 변별력이 생겨 태명(?)이 본명이 되어버린 사례인 것이다.
천년왕국으로 유사이래 우리나라의 최장왕국인 신라의 서울인 경주에는 낮고작지만 잘 알려진 토함산도 있고 설화처럼 남신의 산 남산과 여신의 산 망산도 있는데 오늘은 남산을 찾았다.
경주는 수학여행을 비롯 세미나 휴가 등의 이유로 수 차례 갔었지만 산고수명의 그런 고장은 아니었다. 곳곳에 커다란 봉분의 왕의 무덤과 왕궁지 유명 사찰과 불탑 그리고 절터와 유물등이 옛날을 간직하고 거기에 콘도나 호텔등의 숙소로 휴식을 취하고 보문호나 물놀이를 즐기는 워터파크와 놀이공원이 있어 가족끼리 들러 리프레쉬하는 곳 만으로 알았는데 여기에 갈만한 산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한 기회가 온 것이다.
개나리는 만발하고 목련도 만개했고 산수유는 벌써 정점이라 느낄정도인데 벚꽃과 진달래만 이제서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쌀쌀한 아침 공기와 짙은 안개인지 먼지인지가 경주에서는 밝은 햇살로 인해 말끔히 사라져 산에 오르기는 좋은 여건이었다. 도리어 두터운 겉옷이 부담스러울만큼 조금 걸으니 더워 벗어도 체온이 적당하다.
경주의 남산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본질보다는 역사적 의미가 더 의미있는 관리의 대상일 것이란 짐작이 들머리인 삼릉탄방지원센터에서 조금 걸으니 거대 봉분 세 개가 잘 관리 된 삼봉이 나온다. 이 곳을 필두로 오래지 않아 마애관음보살상이 보이고 또 멀지 않게 선각육조불이 있다. 표지판도 잘 되어있고 관리상태도 나쁘지 않다. 이어서 석조여래좌상이 보이는데 불상에 목이 없다. 완전체의 불상이었다면 이 산중의 풍찬노숙을 고스란히 겪지 않았을수도 있었겠지만 한편으론 쉬운 접근과 평화로운 자유를 누리며 이 산의 일부가 되어 어우러지는 것도 의미가 있을듯하다.
상선암의 대웅전이 나오면 등산으로서의 힘듬은 거의 끝이다. 이 산의 정상인 금오봉이 멀지 않다. 여기에 화장실까지 있다. 산정에 화장실이 있어 부담이 없이 오를수 있을 것 같다.
금오봉은 큰 언덕같이 동글동글한 곳이다.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괴목님이 푼 막걸리로 영국과 미국에서 온 두 외국처녀와 함께 들이키며 김밥도 나눠먹으며 얘길 나눴다. 모스크바에서 인터내셔널 스쿨에서 어린 한국 학생을 가르친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한국에 온지 사흘 되었단다. 그녀들에겐 깊은 추억이 될 것이리라.
남산은 마그마가 땅 속에서 천천히 식으며 형성된 화강암으로 이뤄진 바위산이다. 바위가 지천에 널려 신라인의 주특기인 돌을 떡주므르는듯한 솜씨로 여기저기 탑이나 불상등으로 역사의 흔적을 남겨 비록 높이는 동네 뒷산 같은 산이지만 바위와 역사의 강하고 자극적인 소재의 콘텐츠를 갖춘 제법 권할만한 산이다.
산으로 소개해도 결코 흠잡을데 없는 산이고 경치도 훌륭한데다 볼거리도 많고 배울거리도 있어 가족들과 오르기 좋은 산으로 추천할만하다.
하나 아쉬운 건 원래 산행코스인 칠불암을 돌아 하산하는 과정을 시간관계상 생략한게 섭섭해서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다시 한 번 찾을것을 맘 속에 간직한채 용장골로 하산하다보니 산행시간이 세시간 반이 안걸렸다. 산행으로 네시간 반 정도에서 다섯시간 정도 걸어야 산 좀 탔다는 만족감으로 미진한 찝찝함이 없는데 그 보다 짧으면 왠지 하던 걸 다 못마친 게름칙함이 남아 그게 못마땅하나 산에 느낀 불만은 없었다고 얘기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