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레모바의 동북아 평화돼지 키우기 2

[다락골]

심발로자는 돼지를 손주 키우듯이 키운다.

가장 열심히 키운다.

돼지가 제일 먼저 입주했다.

한국의 돈사와 비교할 때는 엉성하고 초라하게 보일 지 몰라도, 1가구 당 3,000달러가 한도인 대출액을 2가구가 모아서 6,000달러로 돼지집을 짓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폐자재 등을 싸게 사서, 직접 몸으로 때우며 짓다 보니 공사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어, 가까스로 입주일에 맞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연농업 돼지집은 돼지가 지내기에 쾌적한 조건을 만들어 주고, 축산 분뇨 등의 오염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바닥을 90CM 를 파야한다.

1칸짜리 돼지집 면적(9평 정도) 만큼을 바닥으로 90CM 삽으로 파냈다.

9평을 땅속으로 90CM 삽으로 파낸다 !

엄두가 안 나는 일이지만, 모두들 새로운 기회에 대한 희망찬 의욕으로 해낸다.

바닥이 무너지거나 주변으로 분뇨가 스며나가지 않도록 사방 벽을 기초공사를 한다.

바닥 사방벽은 시멘트와 벽돌, 또는 철도침목으로 한다.

나중에 바닥은 톱밥을 주로 하여 주변의 야산에서 채취한 토착미생물로 발효시킨 흙과 적정한 소금물을 섞어 채워준다.

들어가는 톱밥의 양도 만만치 않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돼지집의 바닥 전체가 발효되기 시작하고, 분뇨도 그 자리에서 발효되어, 1~2년 지나면 아무 때나 퍼서 밭에 나가 사용할 수 있는 퇴비공장이 되는 것이다.

물론 1주일에 한번 정도 씩은 바닥을 뒤집어 준다.

몇 년이 지나도 맨 밑 바닥에 있는 톱밥은 처음의 하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심발로자의 돼지집은 7월과 8월 한여름을 보냈음에도 냄새가 별로 안 난다.

이미 바닥에서는 미생물들이 활발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들이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바닥의 톱밥은 검게 변하고 있고, 속에 손을 넣어 보면 따뜻하다.

몽고의 자연농업 돼지집에서는 겨울에 추우면 돼지는 따뜻한 톱밥 속에 파고 들어가 코만 밖으로 내놓고 있는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그러는지 올 겨울 지켜봐야지요.

돼지는 지저분하다?

천만에……

돼지를 키우는 사람이 지저분하기에 돼지도 지저분해지는 것이다.

힘들어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돼지는 항상 깔끔하게 지내며, 가끔은 톱밥 바닥을 파헤치며 스스로 섞어주는 것이다.

물도 물통에 부어주지 않고, 물 먹는 물꼭지를 달아서 마시고 싶으면 아무 때나 가서 물꼭지를 물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6월말.  

KBS 의 ‘6시 내고향’ 촬영 일정을 맞추기 위해,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새끼 돼지를 가져 와야 했고, 새끼 돼지들은 TV에 출연해야 했다.

간신히 돼지집을 마무리 하기에도 쫓기다 보니 미처 사료 등도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돼지 마릿 수를 맞추기 위해 너무 어린 놈들도 섞이게 되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6월 말!

새끼 돼지들이 발로자의 집에 들어 왔다.

작고 약한 것도 있었다.

무더위 속에 방송에 등장하기 위해 사람도 고생했고, 새끼들도 고생했다.

발로자의 새끼돼지에 대한 근심과 걱정, 그리고 희망 설계하기.

모든 것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사료 조건도 열악했다.

양돈장에서 먹던 사료에 비해 이곳의 사료는 거칠고 영양이 부족했다.

며칠 사이 걱정하던 3마리가 적응을 못하고 죽었다.

   

서둘러 새끼들 먹일 영양음료수를 만들어 먹이고, 우수리스크 사료시장에서 사료현황을 조사했다.     중국 북방자연농업연구소의 김소장님이 방문 중이라 함께 나갔다.

사료시장이라 해야 트럭 3~4대를 대놓고 앞에는 양동이에 종류별로 담아서 진열해 놓은 게 다였다.    

모르면 같은 돈을 주고도 안 좋은 걸 살 수도 있는 법.

그 중 적당한 사료와 영양제, 구충제 등을 사서 직접 물건을 보여주며 똑 같은 걸로 표준화시키고…..

그래도 몇 마리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보이는 게 날짜가 지나도 돼지 틀이 잡혀가지 않았다.    

먹기는 다른 놈들과 똑 같이 먹는데 살은 안 찌니, 그야말로 밥 도둑놈 노릇이다.

일부러 이 놈들만 따로 목장에서 우유를 사다가 먹이기도 했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

다른 놈들은 입주 초기의 거친 먹이 등에 시달리던 걸 이겨내고, 먹는 만큼 커가기 시작하니 약한 놈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발로자 하는 말.

‘이 놈들은 이제 돼지 같소.’ ? 흐뭇한 표정

‘저 놈들은 돼지되기 틀렸소.   돈만 축내오.’ ? 근심어린 표정

조그마한 돼지 집 안에 들어서면 2가지 생각과 표정이 엇갈린다.

결국 특별대우 해준 공도 보람없이 약한 놈들은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은 30마리 중 22마리가 돼지처럼 자라고 있다.

돼지는 22마리로 줄었어도, 돼지 키워 팔아서 갚기로 한 새끼돼지 값은 30마리 분 그대로이다.

처음에 양돈장에서 새끼 빌려줄 때 너무 약한 걸 주었다는 섭섭함이 있을 만 한데, 그래도 그 덕분에 이 만큼 남아있다는 생각에 정성을 다 하고 있다.

그는 하루에 인근 마을 목장에서 하루에 우유를 140리터를 사다가 먹이고 있다.

‘그렇게 우유 먹여서 키우면, 나중에 우유값도 안나온다’ 고 하면,  ‘그래도 돼지처럼 키우려면 이렇게 해야 돼’ 라고 한다.

이익 여부를 떠나 올 봄 이곳에 와서 첫 농사는 보란 듯이 지어보고 싶은 농사꾼 다운 생각이다.    

크게 잘 자라는 돼지는 이익이 안 남는 한이 있어도, 그의 연해주 첫 농사의 자존심이고 자부심인 것이다.

그의 고집도 ‘우유를 너무 많이 주면 오줌 만 많아지고, 돼지집이 물기가 많아져 관리가 안된다.   우유를 물처럼 주지 말고 사료에 버무려 주면, 우유도 덜 들어가니 돈도 절약되고, 우유를 덜 먹으면 오줌도 덜 나와 바닥도 질척거리지 않는다’는 설득에 꺾여, 결국 우유를 조금만 사다 먹이기로 동의했다.

   

‘한국에서는 5개월에 돼지를 100kg으로 키운다’ 라고 하면 안 믿는다.

여기서는 8~9개월 키워야 그만큼 된다고 한다.

그래도 첫 번째 돼지키우기 목표로 7개월 정도에 100kg를 만들어 보기 위해 사람보다 잘 먹는 돼지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남들보다는 빨리 잘 키워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면목이 서고, 그래야 사람이 아니냐’는 것이 발로자의 말이다.

추워지면 먹는 것에 비해 자라지를 않는다.

지금부터 빨리 키워야 한 겨울 추위 전에 팔 수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을 넘기고 자라고 있는 돼지들을 잘 키우기 위해 본격적인 사료만들기에 들어갔다.

우선 같은 마을에 있는 농장(프림코농장 ? 과거 고합그룹이 만들었으며, 프리모르스키 + 코리아의 합성어)에서 수확한 보리, 귀리, 밀 중에서 부서진 것들을 싸게 단체로 구매할 수 있도록 추가로 대출하고, 곡물 분쇄기도 지원하였다.

시장에서 사료를 사오는 것보다 2가지가 편해졌다.

우수리스크까지 나가서 - 1시간 ? 사료를 사서 차를 빌려 운임을 주고 싣고 오는 수고가 덜어졌고, 빠듯한 가운데 사료값을 모아서 사 올 때 보다 훨씬 사료비가 절감되게 되었으며, 쌀 독에 쌀 떨어질 때 되면 걱정하듯이 사료 떨어질까 걱정이 덜어졌다.

   

며칠 전 100마리 형 대규모(?) 에두아르드의 돼지집에서 그 중 약한 놈들만 모아 놓은 곳이기는 하지만, 잘 놀던 놈들이 이틀 사이에 16마리가 떼 죽음을 당했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물도 사료도 똑 같은 조건으로 주었는데 다른 칸은 멀쩡한데 유독 한 칸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한마리를 가축병원에 가져가 해부를 해 보았으나, 수의사도 원인을 모르겠단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며칠 간 무엇을 먹였는가, 물은 깨끗했는가 등을 아무리 따져봐도 별 다른 원인이 없었다.

급히 발효사료 제조를 시작하기 위해 가져갔던 각종 자재 ? 천혜녹즙, 현미식초, 한방영양제, 바닷물, 인산칼슘, 미네랄, 아미노산, 토착미생물 등 ? 들을 사료제조가 아니라, 돼지집의 톱밥 바닥을 뒤집고 처리하는 곳에 사용했다.

다음 날은 막내의 입학식에 갔다가 끝나자 마자, 끄레모바로 가 유산균 대용으로 요구르트를 사서 영양음료수에 혼합해서 먹였다.  

발효사료 제조는 며칠 뒤 방문 시에 함께 만들기로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방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항상 전화하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그래야 나도 한국의 자연농업연구소와 중국 북방자연농업연구소와 상의해서 조치하기가 수월하지 않겠느냐고…..

물론 이 사람들은 부담 주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전화를 해도 자신이 고려말이 서투르다 보니 맞대면도 아닌 전화로 말하는 걸 꺼려할 수 도 있다.

그래서 사무실에 고려인이 있어 러시아 말에 불편이 없으니,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자세히 말하면 그 사람이 나에게 다시 전해 줄 것이라고, 필요하면 항상 전화하라고 당부를 했다.

 

빨리 종자가 좋은 숫 돼지를 사서 키워, 직접 새끼를 낳아 키워야겠다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달 말에 중국에서 추운 지방 돼지 키우기에 경력이 많은 김소장님이 오면 다 같이 시장에 나가 좋은 숫놈을 고르기로 했다.

마음 같으면 집집마다 숫놈이 한 마리씩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의 형편상 모든 게 빠듯하니 한 마리만 사서 가장 열심으로 돼지를 키우는 발로자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선물의 조건은 필요하면 각 돼지집 마다 장가를 가야 한다는 것으로 했다.

그 숫놈 몸 보신에 신경 좀 많이 써 줘야 할 것같다.

다음에 정착하는 사람들에게 새끼 돼지를 빌려주는 것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