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ristie’s Images Limited 2011, 사진 Douglas Kirkland Corbis |
크리스티는 제네바 전시를 위해 레만 호수 주변에 자리 잡은 포시즌 데 베르게 호텔 2층을 통째로 빌렸다. 전시공간 정중앙에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애칭 Liz·이하 리즈)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었다. 보라색 조명은 전시 공간을 매혹적으로 만들었다. 리즈의 가장 상징적인 주얼리 60점이 보석 종류, 스타일 유형 등으로 구분돼 쇼 케이스에 진열돼 있었다. 리즈와 평생을 같이하며 전설의 한 부분을 이뤘던 주얼리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그녀의 존재감이 갑자기 확 느껴졌다.
리즈는 리처드 버턴과 로마에서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찍으며 사랑에 빠졌고 부부가 됐다. 당시 리처드 버턴은 “내가 그녀에게 맥주를 소개했더니 그녀는 내게 불가리를 소개시켜 줬다”고 했고 “리즈가 유일하게 아는 이탈리아어는 ‘불가리’였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리처드 버턴은 영화를 찍던 1962년부터 67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로마 콘도티가의 불가리 매장을 방문하며 진한 녹색 에메랄드가 세팅된 귀걸이와 목걸이, 반지 등을 구입해 리즈에게 선물했다. 이 주얼리들 모두 전시장에서 볼 수 있었다.
카르티에 루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리즈와 1957년 결혼해 13개월 만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리즈의 세 번째 남편이크 토드의 선물이다. 예상가 목걸이 20만~30만 달러,귀걸이 8만~12만 달러. |
버턴이 68년 5월 16일 선물한 ‘리즈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D컬러 FL 등급의 33.19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중앙의 흑백사진 바로 옆 쇼 케이스에 단독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당시 ‘크루프 다이아몬드(Krupp Diamond)’로 알려져 있던 이 다이아몬드를 경매에서 30만 달러를 주고 구입했고 이 반지는 곧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대명사가 되었다. 리즈는 이 반지를 거의 매일 착용했다. 그녀는 “내 반지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상한 느낌을 줘요. 이 큰 다이아몬드가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빨강, 파랑, 보라, 노랑 등 수많은 색은 마치 그들의 기쁜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속삭임 같아요”라고 말하곤 했다.
JAR가 제작한 다이아몬드와 멀티 컬러 사파이어가 박힌 볼 귀걸이.예상가 10만~15만 달러.불가리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목걸이.리처드 버턴의 선물이다.예상가 100만~150만 달러.빈티지 다이아몬드 티아라.마이크 토드는 “당신은 나의 여왕”이라며리즈에게 이 티아라를 선물했다예상가 6만~8만 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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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의 주얼리 중 가장 유명한 것들은 다섯 번째 남편이었던 리처드 버턴이 선물한 것들이지만 결혼한 지 1년 만에 비행기 사고로 죽은 리즈의 세 번째 남편 마이크 토드도 그녀에게 최고의 주얼리를 선물했다. 1957년, 마이크 토드가 제작한 영화 ‘80일간의 세계일주’로 작품상을 받았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리즈가 착용했던 1880년대의 티아라는 마이크 토드가 “당신은 나의 여왕”이라고 하며 선물했던 왕관이었다. 같은 해 8월, 리즈는 프랑스 남부 해변도시 생-장 캅 페라(Saint-Jean Cap Ferrat)에 있는 그들의 별장에서 수영하던 중 남편 토드로부터 카르티에 루비 목걸이와 귀걸이, 그리고 팔찌를 선물 받았다. 주변에 거울이 없던 터라 그녀는 수영장 물에 주얼리를 착용한 자신의 모습을 비춰봤고 그녀의 목과 귀, 그리고 팔목에서 반짝이는 주얼리의 화려한 빛을 본 순간 그녀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토드의 목에 자신의 팔을 감아 수영장으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리즈의 루비 주얼리 세트는 68년 리처드 버턴에 의해 완성된다. 이들의 신혼시절 버턴은 리즈에게 ‘완벽한 붉은색의 루비 반지’를 선물하겠노라 약속했었다. 4년 후 버턴은 리즈의 크리스마스 양말 가장 아랫부분에 작은 상자를 하나 넣었다. 하도 작아 리즈는 선물을 꺼낼 때 이 상자를 보지 못했다. 나중에 그녀의 딸 리자가 이 상자를 찾아 리즈에게 줬고 그녀는 이 작은 상자 안에서 반클리프 아펠이 제작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컬러의 루비 반지를 발견했다. 이 반지 하나가 루비가 7개나 박힌 목걸이보다 5배 이상 더 비싼 가격으로 측정된 것을 보면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리즈는 동시대 디자이너 주얼리도 착용했다. 그중에는 파리 방돔 광장 뒤편에 작은 매장을 운영하며 세계의 주요 인물을 상대하는 신비한 베일에 싸여 있는 조엘 아서 로젠탈(Joel Arthur Rosenthal, 일명 JAR)도 속해 있다. 2001년 리즈는 조엘에게 “내 눈 색은 당신의 것처럼 파란색이지만 가끔 녹색이기도 해요. 어떤 사람들은 보라색으로 보기도 하죠”라고 말했고 그 후 조엘은 그녀가 보는 자신의 색과 세상이 보는 그녀의 색을 스트라이프 무늬에 넣어 개성 넘치는 볼 귀걸이를 만들었다.
이 사연 있는 각각의 보석들이 경매가 끝나면 새 주인을 만난다. 라 페레그리나 진주 목걸이는 스페인 왕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타지 마할 다이아몬드는 다시 인도로 갈 수도 있다. 중국의 갑부가, 아랍의 부호가 새 주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그들을 사랑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이들의 진정한 주인이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잊지 않을 것이다.
출처 : 중앙sun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