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투자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체결 예정
오후에 2차 김대중-김정일 단독회담, 당신은 지금...
오마이뉴스
▲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제1신: 6월 13일 오전 9시 22분]--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김대중 대통령을 태우고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가 오늘(6월 13일) 오전 9시 18분 20초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했다.
서울시 연합소년소녀합창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비행기에 탄 김 대통령은 창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김 대통령은 탑승 전에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국민의 통일 염원을 모아 북녘땅으로 출발합니다, 민족사적 소임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김 대통령은 이 인사말에서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과 현실을 직시하는 차분한 마음으로 평양에 간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담이 있기까지 "무엇보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을 바라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염원과 성원의 힘이 컸다"면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지금 전세계가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고 축복하고 있다"면서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 하겠다, 오해를 풀고 상대의 생각도 알고 하는 가운데 상호 이해를 증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 인사말에서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모든 문제를 이번 한번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의견 일치를 보는 부분부터 먼저 합의하고 다른 문제들은 다음 정상회담으로 넘기거나 남북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에게 풀어나가도록 하겠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도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 인사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크게 세가지 점에서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냉전종식의 계기 *정치-경제-문화-환경 등에서 교류협력 계기 *갈라진 이산가족 재결합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신: 6월 13일 오전 10시 20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직접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할 것이라고 북한 중앙방송이 9시 45분 발표했다.
[제3신:6월 13일 오전 10시 35분]-- 역사가 새로 쓰여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10시 30분 평양 땅을 밟았다.
김 대통령을 태운 특별기는 10시 3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순안공항에는 수많은 평양시민들이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제4신: 6월 13일 오전 10시 37분]
◀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사열대로 향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10시 33분경 순안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 평양시민들은 "김정일" "만세"를 연호했다. 공항에 도착해 제1신을 생방송으로 보내던 남측 공동취재단의 목소리는 순안공항의 함성소리에 묻혀버렸다.
[제5신: 6월 13일 오전 10시 42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역사적 악수를 나눴다.
2000년 6월 13일 오전 10시 36분. 대결과 반목의 55년 역사는 이제 화해와 협력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마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악수하는 순간 서로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곧 몇마디 말을 나누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순안공항에 환영나온 수많은 평양시민들은 "만세"를 열창하고 꽃다발을 흔들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했다.
의장단의 사열을 마친 두 남북정상은 같은 차에 타고 평양시내로 향했다.
서울 종로의 한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받고나오다 두 정상의 첫 악수 장면을 지켜본 한 시민은 "가슴이 뭉클하다, 통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현실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6신: 6월 13일 낮 12시 25분]
55년간 계속된 반목과 대립의 역사를 털어내는 작업이 정상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뤄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녁주민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평양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시민 여러분>에게 보내는 성명을 발표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평양시민 여러분"으로 시작된 이 성명에서 김 대통령은 "꿈에도 그리던 북녘 산천이 보고 싶어 여기에 왔습니다"라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남과 북 우리동포 모두가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습니다"고 적었다. 김대통령은 이 성명을 이렇게 맺었다.
"북녘동포 여러분! 우리는 한민족입니다. 우리는 공동운명체입니다. 우리 굳게 손잡읍시다.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김대통령 일행이 평양 시가지로 들어서자 연도에는 수많은 평양시민들이 나와 꽃을 흔들며 환영했다. 시가지의 시민들은 주로 한복을 입고 있었고 일부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환영을 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만세" "김정일"을 연호했으나 "김대중"을 연호하지는 않았다.
11시 45분 두 정상은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했다.
[제7신: 6월 13일 오후 1시 20분]-- 27분간의 1차 공식회담
◀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께 사열을 받고 있다. 뒤로 공항청사와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가 보인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것인데...두 정상이 파격적인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순안공항에서 같은 승용차에 동승한 두 정상은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해 함께 파도치는 바다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한 후 정상회담을 가졌다.
1차 정상회담은 11시 45분부터 12시 12분까지 27분간이었다. 이 자리에는 북측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배석했고 남측에서는 공식수행원 전원이 배석했다.
따라서 두 사람만의 깊숙한 이야기는 순안비행장에서 백화원초대소에 도착하기까지 약 40여분 가량의 승용차동승과정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차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북녘땅을 밟지 못한 줄 알았는데 환영해줘서 감개무량하고 감사합니다, 7천만 민족의 대화를 위해 서울과 평양의 날씨도 화창합니다"라고 말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랑을 앞세우지 않고 섭섭치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방북을 지지하고 환영하는지 똑똑히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6월 13일은 역사에 당당하게 기록될 날'이라고 했으며, 김 대통령도 '이제 그런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회담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세계가 김 대통령이 왜 방북했는지, 김 위원장은 왜 승낙했는지에 대해 의문부호입니다. 2박3일동안 대답해 줘야 하고, 대답을 주는 사업에 김 대통령 뿐 아니라 장관들도 기여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두 정상은 또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하자면서 남북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키로 대체적인 의견을 모았다.
정상회담 전에 많은 언론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짧게만 기자들 앞에 설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김 위원장은 '전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오후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예방하고 공연을 관람한 후 환영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제8신: 6월 13일 오후 3시 15분] -- 승용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 나눴다"
두 정상은 순안비행장에서 평양 초대소까지 약 40분가량 승용차에 동승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공식 1차 정상회담이 오전 11시 45분부터 12시 12분까지 27분이라는 짧은 만남인데다 배석자가 있었기 때문에 단둘만의 상대적으로 긴 만남이었던 '승용차회담'의 내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 현지 브리핑을 통해 "승용차 안에서 두 분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두분은 가끔 다정하게 손을 잡고 마주보면서 서로 잘해보자는 말씀을 나누셨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보다 구체적으로 두 분의 대화내용을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두 분이 차중에서 나눈 말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단 박 대변인은 "김정일 위원장이 94년 김영삼 대통령-김일성 주석 회담이 성사됐을때 김주석이 어떤 심정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9신: 6월 13일 오후 3시 36분] -- "김정일 위원장 순안공항영접 미리 알았다"
의외의 마중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안비행장으로 직접 나와 영접한 것에 대해 언론은 "예상 밖"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것은 예정된 것이었다고 양영식 통일원 차관이 오후 3시 2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양 차관은 "우리측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나올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경호상 (언론인) 여러분에게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 현지 브리핑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10신: 6월 13일 오후 4시 50분] -- 네티즌 "하루종일 얼이 나간 듯이..."
▲ 김대중 대통령 내외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평양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나누고 있는 동안 네티즌들은 "나도 몰래 눈물이 나왔다", "오늘을 공휴일로 정하자" 등의 의견을 이 기사의 의견쓰기란에 달면서 통일염원을 적고 있다.
'행복한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의견을 쓴 이는 "이렇게 기뻐서 울 수 있는 날이 자주 오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너무나 행복한 날입니다. 술한잔 해야겠군요. - 행복한사람, 2000/06/13 오후 4:34:40
오늘은 정말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행복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하루종일 얼이 나간듯이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통일이라는 큰 집을 짓기 위한 첫 삽질을 시작한 것입니다. 누가 이것을 한번의 삽질 그 의미밖에 가지지 않는다고 하겠습니까.
나 오늘 두 사람이 손잡고 있는 사진을 보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김대통령의 평양도착회견을 읽고도 울었습니다. 아마 집에서 TV보면 또 울 것입니다.
앞으로 자주 이렇게 기쁘서 울 수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내사랑 한반도'라는 이름으로 적은 네티즌은 "일에 손이 잡히지 않는 하루"라고 했다.
눈시울이 붉어져서... - 내사랑 한반도, 2000/06/13 오후 2:56:14
일에 손에 잡히지 않는군요. 하루 연기될 때 가슴이 뜨끔했었는데 오늘같은 감격적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랬을까요?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이땅의 민주화와 자주통일을 열망하는 모든 이들과 한마음으로 기쁨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고 앞서 가신 열사들에게도...
자, 이제 차분히 지켜봅시다. 두 정상이 이 땅 7000만 민중의 진정한 뜻을 알고 제대로 회담을 진행해 나가는지...
김대통령의 이 말이 정말 사실이었으면 좋겠군요. 한번이 아니라 2번, 3번에 걸쳐서라도 다시 만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그리고 김 위원장의 이말도 '섭섭하지 않게 해 드릴테니...' 어떤 선물같은 걸 주시겠다는 뜻일텐데...
어떤 '선물'이라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두 분 모두 민족의 미래를 위한 대화를 나누시길 바랍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빠른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나가서 전민족의 사랑으로 같이 환영하면 좋겠지요.
[제11신: 6월 13일 오후 8시 10분]--북에서는 환영만찬 남에서는 14일자 조간들 1면 파격 편집
파격의 연속인 55년만의 남북정상회담. 오후 7시 현재 김대중 대통령 환영 만찬이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리고 있다.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평화통일을 위해 김대중 대통령의 만복을 위해 잔을 들자"고 건배를 제의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답변을 통해 "오늘 가슴뭉클한 동포의 사랑을 느낀다"면서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이번 방북으로 7천만 민족이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민족이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이번에는 파격이 남쪽에서 이뤄지고 있다. 6월 14일자 초판이 발행된 6월 13일 오후 6시 30분. 각 일간지들은 '해방 이래 최대의 이벤트'를 앞다퉈 파격적으로 편집해 보도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1면전체를 사진 한 장으로만 채웠다. 두 정상이 순안비행장에서 만나 악수를 하는 사진 한 장. 광고도 없었다. 기사제목은 <평양이 열렸다, 뜨겁게 손잡았다, 역사를 새로 쓴다.> 한국일보는 5단광고만 하단에 싣고 나머지 1면 전체를 첫 악수 사진으로 채웠다. 제목은 <남북정상 핫라인 의견접근>.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도 '첫 악수' 사진을 1면 반 이상을 차지하게 실었다.
조선일보는 <한반도 새역사 함께 만들자>는 '구호'를 1면 세로제목으로 크게 뽑았다. 조선일보는 사설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며>에서 "이번만은 북한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성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믿고 싶다"면서 "이번 정상회담 성공 여부는 남한에 못지않게 북한이 얼마나 생존적-공존적 차원에서 생각하고 열린 자세를 갖는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면 제목으로 <남북정상, "새역사 만들자">를, 사회면 제목으로 <"정말 만났구나" 벅찬가슴 어느새 눈물이>를 뽑았다.
[제12신: 6월 13일 오후 9시]--독자 이광신 "내 눈물 동생에게 감추려 했지만..."
밤 9시. "인민군 3군 의장대의 사열이 김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 예우를 잘 말해주는 것이었다" KBS뉴스는 '재방송 같은 9시 뉴스'에서 그렇게 말했다. 55년간 서로를 '적군'으로 간주해온 이들이 적군사령관 총수에게 '최고의 예우'를 표했으니 정말 그랬다.
그러나 파격적 예우를 받은 것은 김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민 4천만이 파격적 예우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파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연출한 것이었고 그것은 곧 남한 사회에 '김정일 다시보기 운동' '김정일 재발견 운동'을 불렀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쓰기에 독자 이광신씨가 올린 글은 오늘의 파격적 정상회담이 대한민국의 한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씨는 "그 어떤 감동적인 영화를 본다한들, 그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한들, 그 어떤 좋은 옷을 입는다한들, 그 어떤 아름다운 곳을 구경한다한들 두 정상이 만나서 악수하는 저 모습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기쁘고 감격스럽겠습니까"라면서 "행여 동생이 볼까하여 눈에 힘을 주면서 참으려고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취재반: 오연호 이병한 박수원 공희정 배을선 홍성식 이종호 노순택 기자
다음은 14일자 일간지 사설 못지 않은 이 씨의 글 전문.
눈물이 절로 흘렀습니다. 동생과 함께 저 역사적인 만남을 보는 순간 감격과 기쁨의 눈물이..
이광신, 2000/06/13 오후 5:40:30
기말시험을 마친 상태라서 동생과 함께 차분하게 역사적인 남북정상이 만나는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눈물이 절로 흘렀습니다. 서울을 출발하시는 모습부터 평양에 도착하시는 모습까지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습니다.
마치 나 자신이 그 만남을 향해 나서는 것처럼,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김대중 대통령님이 청와대를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며, 그리고 한시간여가 지난 후에 북녘 땅의 순안공항에 도착하셔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박수를 치면서 친히 영접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어 두 정상이 양손을 꼭 부여잡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기쁨과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직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너무도 많은 젊은이기에, 나에게 얼마나 경사스럽고 감격의 순간이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과연 남북의 두 정상이 두 손을 맞잡는 저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보다 기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 올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어떤 감동적인 영화를 본다한들, 그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한들, 그 어떤 좋은 옷을 입는다한들, 그 어떤 아름다운 곳을 구경한다한들 두 정상이 만나서 악수하는 저 모습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기쁘고 감격스럽겠습니까.
그 만남의 광경을 지켜보는 순간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행여 동생이 볼까하여 눈에 힘을 주면서 참으려고 했지만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살짝 고개만 돌릴뿐 여전히 눈물은 흘렀습니다. 북녘땅에 고향을 두고 못내 한없이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실향민의 마음으로, 이산의 깊은 아픔을 안고 사는 이산가족의 심정으로 지켜보았고 감격했습니다.
저 순간에, 두 정상이 만나는 광경을 보는 순간에 어찌 남과 북이 따로며, 어찌 가진 자와 없는 자들이 따로겠습니까. 어찌 지배자와 지배당하는 자가 따로겠습니까. 그 순간에 우리 칠천만 한겨레는 분명 하나되었을 것입니다. 그 순간 이미 우리는 마음의 통일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참으로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오늘처럼 역사적이고 감격스러운 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을 정말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에게 오늘의 이 영광과 기쁨을 선사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두 분, 서로 얼마나 만나고 싶었고 보고 싶었습니까.
부디 두 분께서 저를 비롯한 칠천만 한겨레를 대신해, 그간 못다한 이야기 마음껏 나누십시오. 우리는 한 형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시고, 진한 포옹도 나누십시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부디...부디...
▲ 6월 14일 오전 만수대 의사당에서 열린 공식면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회의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제13신: 6월 14일 10시 15분]--실질적 합의의 날
시작이 반이다. 이미 첫째날의 두 정상의 만남만으로 남북정상회담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6월 14일, 2차 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10시 15분 현재 만수대의사당에서 남북확대정상회담이 진행중이다.
김대통령은 서울에서 평양을 향해 출발하면서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과 현실을 직시하는 차가운 머리"로 정상회담에 임하겠다고 했다. 어제(6월 13일)가 뜨거운 가슴이 남북을 지배한 날이라면 오늘(6월 14일)은 차가운 머리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는지를 남북 동포들이 지켜볼 것이다. '뜨거운 가슴'이 지배하던 첫날이었기에 그것을 보도하는 우리언론은 성급한 모습도 보였다. 조선일보는 1면 가로 머리제목으로 <남북정상 핫라인 설치키로>를 뽑았다. 그러나 14일 아침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논의만 있었을뿐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오늘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한번은 공식수행원들이 동석하는 확대정상회담과 또 한번은 두 정상만이 만나는 회담이다. 또 문화인, 경제인, 학자 등 특별수행원들은 개별적인 일정을 갖고 개별영역에서 남북교류문제를 논의한다.
양영식 통일부 차관은 14일 9시 30분 정례브리핑에서 "성의있게 대화하려는 북측의 입장을 확인했고 우리 입장도 같다"면서 "두 정상이 7천만 겨레의 염원을 담아 좋은 성과를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질적 진전'에 대한 관심은 크게 네가지다. 1)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합의 여부 2)이산가족 재회 관련 합의 여부 3) 남북경제교류 관련 합의 여부 4) 한반도 평화선언 발표 여부 등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선언이 발표된다면 그 내용이 어느 정도의 수위가 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14일자 신문들은 '광고도 싫다, 역사적 뉴스를 좀더 크게 싣자'는 정신을 발휘했다. 주요일간지 가운데 한겨레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들이 1면에 광고를 싣지 않았다. 역사적 뉴스가 광고란을 점령했다. 한국일보는 초판에서 광고를 실었다가 막판에서는 빼고 '첫악수' 사진을 더 크게 실었다. 광고없는 신문 1면. 그것처럼 우리는 2차정상회담이 '민족사앞에 사심없는 대좌'가 되길 기대한다.
그 어떤 개별 집단, 개별 국가의 이익보다는 '민족사적 소임'으로 평화와 통일문제를 논한다면 소망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까?
[제14신: 6월 14일 오후 1시15분]--"남북 투자협정 체결"
드디어 실질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중국 신화사 통신은 한 북한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남과 북간에 이중과세 방지협정과 투자협정이 체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산가족 재결합 문제가 인도적인 차원의 것이라면 경제협력은 지극히 현실적인 '먹고사는 문제'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남과 북은 모두 '경제난'을 맞고 있다. 금강산 개발에서 시작된 남북경협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면화된다면 남북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투자협정체결 소식을 전한 중국 신화사통신은 러시아 인타르팍스 통신과 함께 평양에서 취재중은 '오직 두 외신'. 평양에 머물고 있는 남측기자단은 자유로운 취재가 안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의 '활약'이 눈에 돋보인다. 신화사통신은 어제(13일)도 김정일 공항영접을 예고하는 '특종'을 내보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서방외신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점도 한 특징. 만약 94년의 정상회담시도때처럼 미국(당시엔 카터 전미대통령)이 중간에서 중재를 했다면 미국 등 서방외신도 평양에서 취재를 할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남과 북이 '우리끼리' 성사시켰기 때문에 서방외신들은 평양현지취재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14일자 한국일보 만평은 승용차 안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는 김대중-김정일을 차창밖에서 지켜보고 있는 클린턴의 모습을 담고 있다. 클린턴은 말한다. "...너무 친한 거 아냐?"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는 '우리끼리 성사시켜 우리민족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더욱 커진다.
첫댓글 2000년6월13일과 14일의 평양풍경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 신문기사입니다.. 통일편지를 쓰는 관촌중학교 '유미'와 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올렸으니 내용이 좀 길더라도 재미있게 봐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열심히 쓰세요...^^
감사합니다...아이들이 무지 감동하겠네요.....따끈따끈할때 가져갑니다...
제가 감사하다고 해야지요..^^ 5년전이면 꼬마였을 아이들이 통일편지를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던 2000년6월15일을 전후한 평양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당시 기사를 이미지와 함께 계속 올리겠습니다...^^
님의 마음까지 듬뿍 담아 전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