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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토론방 스크랩 찬미 예수님.. 문 규현 신부님 , 힘내세요~
밴댕이 추천 0 조회 19 09.10.23 02:01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문규현 신부님, 제발 힘내세요...


 
1. 故 문익환 목사님에겐 두 명의 아들이 있다. 한 명은 영화배우 문성근이고, 다른 한 명은 작곡가 문호근 선배다. 2001년 어느 날, 문호근 선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경황도 없이 상을 치루고, 나중에 집을 다시 찾아간 적이 있었다. 문호근 선배가 남겼던 편지들을 자료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곳에서, 문호근 선배가 마지막을 맞았던 자리를 안내 받았다. 낡은 소파였다. 그 위에서, 잠자듯, 참 곱게 눈을 감고 계셨다고 한다.

이 판에서 유달리 일찍 하늘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참 많다. 사람도 돈도 없는 곳에서, 그 빈 자리 메꾸기 위해선 몸으로 헌신해야 하는 까닭이다. 몸이 있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있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 그 몸이 축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그 축난 몸은 병으로 돌아오고, 고통으로 돌아오고, 그러다 준비도 없이 자꾸 하늘길을 떠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판의 사람들이 아프다는 소식만 들어도 덜컥 겁이 나고 무섭다. 또 누구 하나를 잃을까봐서, 또 누구 하나 인사도 못하고 보낼까봐서. 오랫만에 기껏 듣는 소식이, 영정 속 웃는 얼굴과 마주칠 일일까봐서.




2.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기도를 해오시던 문규현 신부님께서, 오늘 아침 의식을 잃으셨다. 신월동 성당에서 심장마비를 일으키신 후, 지금 여의도 성모 병원에 누워계신다. 아직까지 의식이 없으시다고 한다. ... 그래도 다행히 여러가지 검사 수치는 정상에 가깝게 돌아오셨다니, 내일쯤에는 깨어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래 기대를 가져본다.

뭘 어찌해야할 지를 몰라서 문규현 신부님의 블로그에 가보려 했는데,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메세지가 뜬다. 병원에 도착한 문정현 신부님은 이렇게 말하셨다고 한다. "우리 손을 떠났어..저 위에 계신 분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야...". 트위터에서 정동영 의원은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난 글을 쓴다. 내겐 글이 기도나 마찬가지니까. 제발 힘내시라고, 제발 돌아오시라고, 제발 가지 마시라고. 너무 많고 많은 사람들을 잃어버린 올 한 해, 당신마저 떠나셔서는 안된다고...



3. 언젠가 오래전, 정은숙 선배(故 문호근 선배의 아내, 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이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 "우리 아버님(문익환)도, 남편(문호근)도, 아주버니(문성근)도 정치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고."

...나는, 문규현 신부님도 그랬으리라 믿는다.

아마 문규현 신부님의 소식을 듣고 어디선가 낄낄 웃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무렴, 죽은 사람이 묻힌 묘도 파내자던 그들인데, 그 저열함이 어디로 갈까. 웃고 있는 얼굴의 가면 뒤에서, 죽어가는, 그러고 죽어간 사람들의 목숨이 그림자가 되어 깔리는 세상이다. ... 그렇지만 아직, 떠나가실 때가 아니다.. 가셔서는 안된다.




카톨릭 뉴스 지금 여기-에서, 예전에 오체투지 순례를 마치시고 적었던 글을 찾았다. 쾌유를 기도하는 마음에, 여기에 잠시 옮겨 놓는다. 부디, 일어나시길.... 결정은 하늘 위에 계신 분이 하시겠지만, 못난 인간이라 기다리지 못하고, 이렇게 적어본다. 부디, 다시 일어나셔서 우리에게 오시기를.



124일 우보천리, 오체투지 기도순례를 마치고

우리 역사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각자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영혼은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고맙습니다. 그렇게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물으며 함께 길을 내어간 모든 분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그 큰 사랑과 기도 덕에, 고행 속에서도 서로 주고받은 따뜻한 웃음과 격려 덕에, 우리는 매일 매순간 육신의 고통을 이기며 축복을 맛보고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지리산에서 임진각 망배단까지 천리 길 124일, 오체투지로 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랍니다. 그보다 낮은 자세는 무덤 속밖에 없을 터, ‘순례길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떠난 길이었습니다. 생과 죽음을 밀착시키고 정지한 듯 움직이며, 가는 듯 마냥 제 자리인 자벌레처럼 기었습니다. 소걸음만큼 마냥 느리고 느리게 갔습니다. 그래도 마침내 우리 모두 살아서! 남쪽 구간 마지막 목적지에 이르렀습니다.

그 길에서 우리가 배웅한 것은 무엇이고 마중한 것은 무엇인가, 조용히 묻습니다.

이별한 것은 무엇이고 만난 것은 무엇인가.
낮춘 것은 무엇이고 높인 것은 무엇인가.
비운 것은 무엇이고 채운 것은 무엇인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떠나보낸 것은 무엇인가.
새로 낸 길은 무엇이고 미처 찾지 못한 길은 무엇인가.
허문 장벽은 무엇이고 공들여 쌓은 탑은 무엇인가.
본 것은 무엇이고 눈 감은 것은 무엇인가.
들은 소리는 무엇이고 귀 막은 것은 무엇인가.
애 닳았던 것은 무엇이고 평화를 느낀 것은 무엇인가.
들어서길 망설이고 막막하게 느낀 길은 무엇인가.
여전히 존재하는 모호하며 어지러운 길들은 무엇인가..., 헤아려봅니다.

순례를 마친 지금, 이 사회는 지난 해 순례길에 오를 때보다 더 비극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사회 공동체가, 남북 민족의 운명이 위험하고 불길한 망루 위에 올려지고 있습니다. 절벽 끝으로 벼랑 아래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눈물겹고 억울한 생죽음들이 줄을 잇습니다. 용산참사 6명의 희생자들, 화물연대 박종태 님, 그리고 고 노무현 대통령....

그 모든 서럽고 비통한 죽음 속에 우리 자신이 있습니다. 위태롭고 가느다란 삶의 동아줄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우리를 봅니다. 거대한 장벽을 외로이 두드리며 눈물짓는 우리를 봅니다. 고단함의 끝이 어디인지 알 길 없어 답답하고 억울하며 참 불쌍한 우리 자신을 봅니다. 잘못된 길 위에서 황망하고, 혹은 길을 잃고 혹은 얽힌 길 위에서 쩔쩔매는 우리를 봅니다. 생을 걸고 애써 쌓은 것들이, 한없이 사랑하고 헌신했던 것들이 무참히 조롱당하고 부서지는 것을 보며 피눈물 흘리는 우리를 봅니다. 

순례길은 암흑 속 막막한 터널 한 가운데를 천천히 통과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은 바라고 또 바라며 가고 또 가야할 길이었습니다. 정성과 진정을 담아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아스팔트에 몸 누였습니다.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우리의 기도로 그 누구 단 한 사람이라도 앞뒤 안 가리고 달리던 길을 잠시라도 멈춰 사람의 길을 다시 물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의 역사가 우리의 영혼이 옳은 길,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잠깐이라도 되묻기를 바랐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생명과 평화의 샘물로 흘러 이 혼돈의 사회 어느 한 자락이라도 치유하고 정화할 수 있기를 염원했습니다. 희망은 절망을 이긴다는 것을, 빛은 어둠을 이긴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상처받고 모욕당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위로와 용기의 마음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함께 성찰하고 성장하며 성숙해지자 조용히 어깨 걸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은 이명박 정권의 진퇴여부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거기서 끝나지도 않습니다.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은 이명박 정권 이후에도, 또 그 이후 이후에도 닦고 구하고 넓혀가야 하는 길입니다. 허나 미래는 바로 지금 여기 현재를 통과해야 도달합니다. 그 미래로 향하는 길, 구원과 진리를 얻고자 나아가는 이 길을 왜곡하고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요 산성이 이명박 정권인 것입니다. 현 정권은 우리의 길을 막고, 왜곡하고, 거꾸로 돌리고 있습니다. 허나 어느 경우에도 우리는 단념하지 않습니다.

단념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더욱 강해지도록 돌본다는 것입니다. 과거 독재시대의 경험과 향수에 고착된 자들, 짝눈으로 광장 공포증에 시달리는 가련한 자들에게 뭘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원망하고 비난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부족해서입니다. 우리 자신이 제대로 살지 못하고, 똑바로 서지 못하고 미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의 양심과, 우리 자신의 꿈과, 우리 자신의 힘을 돌보는 일에 열정을 퍼붓고 헌신할 때만, 현재를 이기고 저 먼 미래까지 희망의 길을 낼 수 있습니다.

세상은 좌와 우로 나뉜 것이 아닙니다. 존엄과 존중, 사랑과 연민, 도리와 예의, 정의와 나눔 따위를 알고 느끼고 배우고 행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선을 키웁시다. 악이 약해집니다. 정의로워집시다. 불의가 작아집니다. 연대합시다. 외롭지 않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사랑과 연민을 실천합시다. 그 자체로 거룩하고 위대한 삶입니다. 타인은 섬기고 자신은 낮춥시다. 진실로 강해지는 길입니다. 욕심은 줄이고 나눔은 키웁시다. 평화롭고 행복해집니다. 양심과 진실함에 귀 기울이고 행동합시다. 우리 모두 존엄하고 강해집니다.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묻습니다.

우리 역사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각자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우리 영혼은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습니까.



- 문규현 신부(전주 평화동성당,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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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0.23 09:34

    첫댓글 오체투지할때 힘든고행을 하실때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힘들어도 힘든 표정없이 항상 웃으면 맞아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빠른 쾌차를 바랍니다.

  • 09.10.23 11:09

    아~~ 어제 뉴스를 접하고 놀랐습니다~ 오체투지때 반갑게 맞이하여 주신 신부님...ㅠ.ㅠ

  • 09.10.24 08:06

    꼭! 꼭!! 꼭!!! 쾌차하시리라 확신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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