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에게로 돌아갈 날이 가까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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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빠의 서랍에서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젊은 날의 아빠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를 공책 사이에 계속 끼워 두었던 것이다. 이제야 아빠의 마음을 대신 전한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2년 하고도 한 달 전, 무덥던 여름 아침이 생생합니다. 당신과 갓 돌이 지난 딸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화장실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목 놓아 울었답니다.
남아 있을 당신과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랄 어린 딸을 생각하며 눈물을 한참 쏟아 내니 진정되더군요. 빨갛게 부어오른 얼굴을 찬물로 씻고 당신이 차린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왔지요.
함께 있으면 떠나지 못할 것 같아 배웅하겠다는 당신을 겨우 떼어 놓고 역으로 향했는데 언제 따라왔는지 당신은 아이를 업고 내 곁에 있었지요. 훈련소까지 따라가겠다는 당신이었지만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차에 올랐고, 그렇게 서로가 없는 하루하루가 시작되었지요.
통제된 일과, 힘든 훈련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었어요. 그나마 위안된 건 당신의 편지와 당신이 좋아하는 해바라기가 막사에 피어 있던 것이지요. 해바라기의 샛노랗던 빛은 아직도 기억 속에 뚜렷합니다. 해바라기 꽃잎을 따 편지에 넣어 보냈는데 휴가 때 보니 당신은 꽃잎을 고이 간직하고 있더군요.
국희 씨. 이제 당신에게로 돌아갈 날이 가까웠네요. 그동안 서로 그리워하며 애태운 시간이 그리도 길게 느껴졌는데……. 당신을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