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촌로
장 재순
팽팽하고
꺾이지 않을 대나무 촉
중반 넘어 구부정한
촌로
연하디연한 시냇가
실버들 나무가 되었다
언제까지 푸르른
청춘 일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발자국도
그림자도
힘없이 늘어진다
지나간 날들
살갑게 머문 자리
흔적 가득한데
스무 마지기 벼도
고개 숙여
주인 오기를 기다리는데
인간사 나이 들면
다 비우고 떠날 거지만
해야 할 일 너무 많아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을….
굽은 허리 다시
곧추 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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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장재순
하늘은 우는데
大地는 좋아라
웃는다
나는 기뻐하고
너는 사랑하네
새 생명 탄생에
천지 개벽
난리법석이다
온 산하 꽃물
가득하고
향기 진동한다
너로 인해
들썩들썩 봄이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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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는 길
장 재순
산허리 휘감은 운무
머리 깊숙이
틀어 앉은 옹이
낚아채듯
휙 안고 돌아간다
비 맞은 초록 산야
개미 한 마리도
보일 만큼
청아한 비경
감탄사 절로 나온다
그대
비단결 고운 심성
놓지 못해
쌓인 상념들
마음 내려놓으니
폭우 속 낙동강 펄 물
쓸려 나가 듯
나의 뇌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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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
장 재순
아기단풍 익어
먼 내 님
찾아오는가
서걱 이는 갈대 사이
꽃잎 진
숲길 따라오는가
사랑은 떠나가도
머문 자리
아롱진 흔적 크더라
샛별 되어 반짝이는
먼 님 목소리
내 가슴에 파고든다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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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등불
장 재순
한 움큼 해 따다
꽃밭 만들고
한 움큼 별을 따다
꽃밭에 뿌린 거야
한 줌 달 따서
창가에 내다 걸어
내 임 오실 적에
함박웃음 웃으며
어두운 밤 걸음걸음
길 밝히는 등불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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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장 재순
밉다 곱다 하며
살아온 세월
황혼에 접어드니
미운 마음 간 곳 없고
애잔하다 생각 든다
서산마루 걸린
기운 빠진 해를 본다
양 어깨 걸린 짐
처량하게 굽은 등
하루하루가 고귀해서
반쪽에게 건네는 말
힘내라
지금도 청춘이다
똑같은 말 주고받아서
그 이름이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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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
장 재순
갈매기 울음소리
을숙도를 메우고
도도한 낙동강 물
바다와 합방할 때
갈대숲
휘파람 소리
축하 연주 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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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장 재순
주는 데로 먹고
보는 데로 따라 하는
우리 집 새싹
연노란 푸르름
털복숭이 솜털
핑크빛 꽃봉오리
움터 나오 듯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집 보석
넌
우리의 행복이요
웃음이다
희망으로 쑥쑥 커가는
세상의 꿈 나무다
어느 별에서 왔니
나의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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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장재순
톡톡 병아리
껍질 깨고 나온다
긴 부화의 겨울을
견뎌내고
바깥 구경 나선다
간절한
몸부림으로
기어코 해 내었구나
아름다운 너의 모습
나의 두 눈이
환희에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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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그리움
장 재순
포개지는
그리움 하나
눈 감으면 떠오른다
잿빛 하늘 어딘가
님의 그림자 숨어
있으려나
쪽빛 바다
썰물
포말로 떠 밀려가고
낮달과 태양이
친구되어 바라보는
포근한 봄날
숱한 상념들
정령
내 그리움의
항해는
어디까지 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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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장재순
패악을 쳐 대도
번갯불로 볶아대도
분노가 안 풀리시나
종일토록 으르렁 댄다
난 몰라
납작 엎드려
모른척 시침뗀다
카페 게시글
장재순
어느새 촌로 (외)11편
장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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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05:1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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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재순시인님의 글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