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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에게
얘들아, 안녕!^^
화단에 있는 목련이 고운 입을 벌리고 노란 산수유도 화들짝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구나. 점심은 맛있게 먹었니?
오늘로 너희들을 만난 지 꼭 한달이 되었어. 그동안 지켜본 너희들은 밝고, 순하고, 예의바르고,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책읽기를 좋아하고, 말을 해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를 잘 아는 예쁜이들이라 편안함과 기쁨을 매일 느끼게 되는구나. 고마워. ^^
입학식 날 아주 일찍 와서 교실에 와서 앉아 있다가 나와 함께 교실 청소를 하였던 아이들, 일요일 날에도 학교에 나와서 교실 환경정리를 도와 준 녀석들, 가르쳐주면 곧 배운 대로 행하고, 점심시간에 예령이 치면 모두 들어와 5교시 수업시간을 준비하는 열의 있는 자세, 수학시간에는 어찌나 설명을 잘 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오고. ^^
학부모 총회 때는 18명이나 되는 학부모님이 오셔서 그 열의에 무척 놀랐단다. 학급 인원의 반이나 오셨으니 매우 많은 분이 오신거지. 부모님이 보내주신 편지에는 너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이 넘쳐나고, 교양과 품격이 느껴지는 마음의 향기로 인해 내가 마치 봄 동산에 와 있는 듯 느껴지니 너희들 부모님은 참 훌륭하시구나!
얘들아, 지금처럼 계속 곱게 잘 자라렴. 너희들이 이렇게 잘 자라도록 키워주시고 보살펴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 나라와 이 세계의 희망으로 잘 자라야지.
너희와의 만남이 참으로 기쁘고 반가워. 너희를 가슴에 품어 태어난 시조를 읽으며 오늘을 감사하고 내일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돼.
고맙구나. 기특하고 이쁜 넘들, 사랑해~~~^^
2008. 4. 2. 담임교사 꿈꾸자 샘.
추신 : 시간 내어 카페에 들어와서 문안인사 올리세요.~~~^^
들꽃의 꿈 cafe.daum.net/ggoggum
댄스컬과 경복궁을 본 후 나눈 이야기
음...여러분이 낸 글을 보니까 3행시 시상 작 뽑기가 어려울 거 같아.
자, 운을 좀 띄워 봐. 내가 한 수 읊을게.
댄! ‘댄스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에서
스! 스몰보이 주인공이
컬! 컬러플한 의상과 역동적인 몸동작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네,
꿈을 이루었네! 얼쑤~
3행시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
방금, 여러분의 오늘 소풍에 대한 소감을 모두 들었는데 댄스컬에 대한 이야기를 성찬이 한 사람만 이야기를 했고 그에 대하여 “너무 밝히네! 라는 말이 나왔는데……
댄스컬의 스토리를 요약해보면 주인공 중 한 명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남자이지요. 그는 잘난 사람에 비하여 부족하다고 느끼고 좌절하다가 꿈을 꾸지요. - 이 때의 꿈은 잘 때 꾸는 꿈이 아니고 소망, 이루고 싶은 것을 의미하지만 꿈이 간절해지면 잠 잘 때도 꾸게 되니까 여기에서는 잠옷을 입고 잠자면서 꾸는 꿈으로 표현했어요. 두 장면으로 - 결국에는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루지요. 용기를 내어 노력하여 자기 속에 내재되어 있던 실력을 발휘하게 돼요.
그런데, 여러분에게는 이러한 내용보다 19로 표현되었던 장면이 더 강한 인상으로 남았을 거 같아요. 선생님도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어디 놀러갔을 때 어떤 공연의 일부 장면이 쳐다보고 있기가 민망해서 슬쩍 일어나서 나올 때가 있었으니까 여러분도 그렇지 않았을까 해요.
그런데, 이러한 장면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해요. 남여가 사랑하는 것은 엄마 아빠의 관계로 보면 되는데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시는 모습이 평소에 그런가요? 아니지요! 그것은 단지 인간의 성에 대한 본능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한 거예요.
그리고 경복궁에서는…… 여러분 국사 아직 안배우지요? 예.
여러분과 함께 다니지 못해서 현준이가 물고기와 어떻게 놀았는지, 그리고 여러분이 느낀 것을 함께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 현재 남아있는 건물이 전체 건물의 10% 라니까…… 당시에 그것을 짓느라 백성들이 힘들어서 원성이 자자했다고 하지요. 옛날 왕의 위상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요.
여기서 시해를 당한 사람이 누구지요? 명성황후요.
예, 무척 가슴 아픈 일이지요…… 그 사건을 극화한 ‘명성황후’는 무척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요. 선생님이 꼭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국력이 약하면 그런 일이 생겨요.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면…… 모두가 무척 힘들어지지요. 그러니까 열심히 잘 배워서 지금보다 우리나라가 힘도 좋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해요.
서울에서는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원주를 대표하는 사람이에요. 세계로 나가면 자연히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지요. 그러니까 평소에 내가 대표라는 마음으로 노력을 해야 해요.
이것이 경복궁을 다녀오며 느끼는 선생님 마음이고 생각이에요.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잘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드리세요!
예!
추신 (다음 날 나눈 이야기):
여러 가지 문학 작품과 우리 몸을 비유하여 생각해 보면 먼저 머리를 자극하는 책이 있어요.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새로운 지식이 마리에 가득 찬 것 같아서 매우 기쁘고 뿌듯하지요. 알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는 책이에요.
다음에는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책이 있어요. 읽으면서 감동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깊은 여운이 남아요. 세상이 모두 따뜻해 보이고 마음에 힘이 나지요.
마지막으로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책이 있어요. 책을 읽으며 성기부분에 이상한 느낌이 느껴지면서 안절부절 못하게 되지요. 그 묘한 느낌 때문에 처음에는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그 속에서 계속 있으면 지루하고 따분하고 진저리가 난다는 거예요.
이것을 배부를 때 자꾸 음식을 먹으라고 권유받았을 때의 괴로움에 비유해도 될까요? 음식을 먹는 것은 생명을 유지해 줌은 물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참 즐거워요. 그치요? 그렇다고 하루 종일 먹고 있을 수 있나요? 그렇다면 먹는 것은 고통이 되겠지요!^^
음…… 머리, 가슴, 성기는 모두 우리 몸이고 소중한 기관이에요. 만약 성적인 욕구가 없었다면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했을까요?
그래서 어떠한 명작에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요. 시, 소설, 영화, 연극, 음악, 미술 등, 예술 작품 전반에 표현되니까 작품을 볼 때 이러한 점을 생각하며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음식 먹는 것을 조절 못하면 배탈이 나거나 병이 생기거나 하여 고통을 겪게 되지요? 그처럼 성적인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면 고통을 겪게 돼요. 자기만이 아니고 상대방과 자식까지요. 식욕보다 주관의 필요성이 더 큰 욕구예요.
음…… 여기에서 문제하나 낼게요. 知力, 心力, 體力 중 어느 것이 강한 사람이 가장 오래 살까요?
심력이요!
예, 그래요! 이것은 개인에게는 물론 한 나라의 운명에도 적용이 된다고 해요. 그 예로 이스라엘 민족을 드는데 유태인들이 애굽인들에게 억압받은 것이 400년이나 된다고 해요. 나중에 모세라는 지도자에 의해 구출되지요. 그 후 다시 근 2000년 동안을 나라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스라엘 나라를 건설하지요. 그것이 오늘날 중동사태라는 새로운 국제 분쟁을 만드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요.
400년간이나 남의 나라 속에 살면서 자기나라 언어나 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겠지요. 게다가 근 2000년간을 세계 여기저기 흩어져서 생활을 하다가 민족이 다시 모여 국가를 건설했다는 것은 대단한 거 아니겠어요.
오늘날 노벨 경제학상 수장자중 유태인 비율이 41%, 전세계 노벨수상자 중 30%가 유태인이고,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의 60%가 유태인이며, 포춘지 선정 미국의 100대 기업 중 30-40%, 미국 100대 부호 중 20%가 유태계라니 정말 대단한 민족이에요.
심력을 강하게 하는 데는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한데 유태인은 역사 속에서 큰 고난을 겪었고 그것이 유태인들의 생활을 단속하고 노력하는 근원적인 힘이 된 거지요. 물론 여기에는 그들의 신앙이 함께하였고 그것이 탈무드라는 책을 통해 계속 교육되어 왔기 때문이지요.
나라가 겪은 수난에 대하여는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아요. 1000번 가까이 외침을 받으며 지금까지 국가의 명맥을 유지해온 우리나라는 대단한 나라예요. 중국 역사를 보면 사라진 나라가 많거든요. 고난을 잘 이기면 새로운 힘이 생겨요. 우리는 대단한 어려움을 이겨낸 조상님을 둔 민족이에요. 그 힘이 우리 핏 속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심력을 강하게 키워서 꿈을 이루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해요!^^ 2008. 10. 3.
이조년(李兆年)의 "다정가(多情歌)"
이화(梨花)에 월백(月栢)하고 은한(銀限)이 삼경인제
일지춘삼(逸知春三)을 자규(雌逵)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양 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생일 파티 날의 풍경
오늘 우리 반이 2학기 생일 파티를 했다.
반장 현준이 어머니께서 피자를, 부반장 지수어머니께서 2단 케익을, 수민이 아버님께서는 귤 두 박스를 보내주셨다. 감사하다.
나도 어제 밤에 맛있는 귤을 사기위해 하나로 클럽, 청과물 시장, 청구아파트 입구, 남부시장으로 돌아 다녔다. 올해의 마지막 파티이기에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로 즐거움을 주고자 영재문구에 가서 샵 펜슬과 지우개를 40개를 사고, 반장과 부반장에게 줄 샵 펜슬을 따로 샀다. 비누 19개를 딸아이와 같이 밤늦게까지 포장 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학교에 와서 축가로 부를 ‘겨울 아이’를 틀어놓고 연습 할 때 마침 밖에서는 눈이 내렸다. 야호! 분위기가 딱 이네!
일주일 전부터 아이들이 정성껏 준비를 한 생일 축하 글에는 나를 대신하여 남편이 ‘순결한 사랑을 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건강한 사회를 이루라’는 글을 써주었다. 나는 싸인도 못하고 코팅을 맡기며 속으로 말했다.
‘미안해. 내가 지금 너무 일이 많구나. 책 만들 때 잘 써 줄께!’
아이들은 아침 일찍 와서 칠판에 ‘꾸자샘, 사랑해요’ 라고 글을 쓰고 풍선을 불어서 칠판 주변을 꾸며놓았고. 지수가 문 앞에서 들어와라 나가라 하여 나는 커텐 친 어두컴컴한 교실을 여러 번 들락거렸고. 아이들은 케익에 불을 붙였다 껐다, 불꽃에 불을 붙였다 끄기를 반복 하였고. 아무래도 유미가 보내는 박수치라는 싸인을 아이들이 잘 따르지 않는 듯. 후후 애쓰네. 녀석들!
그런데 하필 파티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 반장 부반장이 자치회의에 가게 되다니! 1교시가 거의 다 끝날 무렵에 반장 부반장이 온 후 파티를 시작할 때는 김이 좀 빠진 상태. 아이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모두 주고, 오늘의 주인공들 사진을 찍어주고, 축가를 부를 때 눈은 벌써 멈추었고, 아이들은 이미 음식을 먹느라 시끄러워져서 내 노래에는 무관심. 그나마 진기가 앞에서 나를 바라보아 주기에 다행.....ㅠㅠ
‘자슥들 선생님의 이런 이쁜 노력에 박수도 없구 말야. 노래 연습 할 때 내 노력하는 모습에 스스로 감동하여 눈물이 절로 흘렀으니 그로 만족해야지 뭐.’
아이들이 피자를 먹는 동안 나는 돌아다니면서 아이들 음료수 따라주고 음식 먹는 거 사진 찍어주고 다음 진행을 위해 아이들이 먹은 쓰레기를 치우고. 잠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봉사하자고 생각하면서. 파티가 진행될 동안 나는 귤 한 개, 음료수 한 잔 먹지 않은 것을 애들은 알까?
2교시의 파티가 끝나고 3교시 때는 1학년을 돌아보며 주제로 글을 쓴 후 배가 좀 내려간 듯싶어 케익을 먹게 하고 짧은 대청소.
교실을 모두 정리하고 교무실에 가니 나를 찾는 방송이 나왔었다고! 서둘러 내신 서류에 도장을 찍고 오니 벌써 퇴근 시간이 넘었고 배도 고프고. 케익과 식은 피자와 귤을 먹으며 두런두런 뒷이야기를 하며 좀 쉬었다가 음식 보내주신 학부모님께 감사의 문자를 드리고, 생일 파티 주인공들에게 축하메시지와 함께 부모님 발 닦아드리라는 메시지를 넣고, 행사 준비한 아이들에게 애썼다는 메시지를 넣고, 카페에 글을 올리고 나니 4시 28분. 아, 피곤하네. 쉬고 싶어……
추신 하나 :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보니 혜미가 최고의 생일 파티였다고 썼네! 그래. 그렇게 느꼈다니 고맙구나. 내가 행복할 때 애쓴 사람의 손길이 있었다는 것도 기억 하렴!^^
추신 둘 : 비누 선물의 의미는? 너희가 혼자 목욕할 수 있을 때까지 근 10년간을 씻기며 키워주신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거, 잊지 마!
2008. 12. 20.
리더(leader)란
Listen 잘 듣고, Explain 설명하고, Assist 보조하고,
Demonstrate 시범을 보이고, Evaluate 평가하고, Response 반응하는 사람
처음처럼 / 길전 소영
우리는 늘 무엇을 시작할 때
그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왜.......
그 마음이 유지되지 못하고
흐물흐물해 지는 걸까?
아침의 밝은 햇살처럼
소망을 품고 태어나는 새싹처럼
해맑게 웃음 짓는 아이처럼
처음처럼
그 초심을 유지하고 싶다.
할아버지를 만난 날
지난 3월 우리 가족은 참사랑 가족 봉사단에 가입하였다. 참사랑 가족 봉사단은 주로 국제가정으로 이루어졌다. 남편은 일본사람인데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사랑이 깊다. 참사랑 가족봉사단에 가입을 하게 된 것도 일본어 봉사를 많이 다니는 남편의 권유에 의해서다.
가족봉사단 설명회 날이 마침 토요 휴업일 이라서 나도 가보고 싶었지만 학교 일을 집에 갖고 와서 하던 중이라 남편 편에 우리 가족 주민등록등본만 보냈었다. 그 후 어느 날은 남편과 중학교 1학년인 소영이가, 어느 날은 남편과 초등학교 5학년인 유선이가 참여를 했었는데 오늘은 나도 시간이 나서 함께 가기로 하였다.
우리는 학성동의 한․태 가정 참사랑 봉사단 가족과 함께 단장님의 안내로 태장동의 아주 허름한 집을 찾아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신 다는데 할머니는 마실 가셨는지 안 계셨다. 마당에는 빨래거리가 물 담은 고무 통에 가득 담겨 널브러져 있었다. 할 일이 매우 많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단장님 말씀이 청소를 하면 할머니가 자신이 지저분하게 해놓고 살아서 그랬다고 생각하시니까 청소는 하지 말고 할아버지가 하는 말씀만 잘 들어드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똑똑한 분이신데 허리를 다치셔서 20년째 누워 계신다고 했다.
애들과 남편은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없었다. 급한 김에 뒤꼍으로 갔다. 하늘이 보이고 매우 실하게 잘 자란 돌나물이 널려있고 옆집 사람이 보이지 않는 무너진 담 안은 훌륭한 해우소(解憂所)였다. 어릴 적 우리 집 뒤꼍이 생각나는.
어두컴컴한 방에 들어서자 역한 냄새로 구역질이 나려고 했다. 나는 숨을 멈추어 구역질을 삭였다. 방안에서 유선이와 소영이와 남편은 나란히 앉아 할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며 남편은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중간 중간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나도 할아버지 옆에 앉았다. 할아버지 머리맡에는 요강과 T.V가 있고, 책꽂이에는 논어, 대학 등의 책이 있었다. 방바닥은 뜨거웠고 그 위에 깔아놓은 매트 위에서 할아버지는 지저분한 잠바를 입고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의 몸에 선뜻 손이 가기가 어려웠는데 발을 보자 눈물이 나왔다. 까만 발바닥이 마치 썩은 듯싶어서. 단장님은 혈액순환이 안 되어서 그렇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크고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일본말을 계속 하셨고 가끔 일본어 노래와 우리 민요를 부르셨다. 우리는 몸 주무르던 것을 멈추고 노래에 맞추어 박수로 장단을 맞추어 드리고 다 부르시면 박수를 쳐 드렸다.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할아버지가 쉬지 않고 말씀을 하시며 즐거워하셔서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소영이가 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할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우리가 봉사를 나온 것은 우리는 한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이어 생기 없고 둔탁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사랑스러운 듯이 쓸어주며 만져드리는 소영이의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근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말씀이 실타래처럼 이어지는 할아버지께 이제 가보아야 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려웠다. 하지만 함께 봉사활동을 나온 팀과 약속된 시간이 되어서 준비해간 음식을 냉장고에 넣고 노래 잘 들었다는 말씀과 함께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드렸다.
할아버지는 부드럽고 크고 밝은 목소리로 잘 가라고 하셨다. 배웅을 받으며 마루로 나서니 빨간 꽃이 활짝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환한 웃음이 왜 그리 낯설게 느껴지던지. 꽃은 그 자리에 앉아서 오랫동안 할아버지께 기쁨을 드리는 친구였을 텐데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와서 아주 잠시 머무르다 가니 꽃보다도 못한 사람이라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마당에는 화분에 심어놓은 고추가 요조숙녀처럼 앉아 있고 햇살은 그 위를 따스하게 비추어주고 있었다. 마당에 가득한 빛은 평화로웠고 햇살은 사랑을 가득 품고 웃고 있었다.
할아버지 댁을 나서며 할아버지의 행복해하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맴 도는 듯했다. 20년간이나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면 아마도 삶에 대한 실의가 몇 차례나 온몸을 훑었을 텐데 목소리가 어쩌면 그리도 평온하고 맑고 부드러울 수 있는 것인지. 감동의 긴 여운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서 우리는 소감을 나누었다. 유선이는 건강을 잘 지켜야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소영이는 전국 성화학생 회장단 수련회에서 장애인 돌보기에 참여했을 때는 잘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잘 한 것 같고 인류 한 가족 정신을 잘 실천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남편은 어렵고 불편한 환경 속에 있는데도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태도를 보고, 가진 것이 많이 있는데도 불평과 불만을 말하는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졌으며 내가 그러한 상황이라면 할아버지처럼 겸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고 했다. 나는 최근에 각자의 생활로 바빠 서로의 마음에 관심을 갖지 못한 우리 가족이 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고 소영이가 받은 교육의 훌륭함을 알게 되어 고마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선물을 안겨주셨다.
앞으로 우리 가정과 자매결연 된 이 할아버지를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주기적으로 방문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말 친구 되어드리는 정도의 봉사로 그리도 행복해 하시는 할아버지, 그리고 행복을 우리 가슴마다 한 가득 돌려주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나도 다음에는 내 가슴에 정성과 사랑을 가득 담아 가려고 한다. 그리고 꽃을 보며 꽃처럼 환하게 웃고 싶다. 그리고 할아버지 댁을 가기 전에 먼저 화장실을 들려서 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2006년 자원봉사 수기 동상 수상작
꽃과 할아버지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꽃과
한 자리에 누워 자리를 지키는 할아버지는
참 많이 닮았다.
환하게 웃는 꽃과
낭랑한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참 많이 닮았다.
꽃의 웃음에서 부끄러움이 느껴지고
할아버지의 까만 발이 가슴을 아프게 하니
둘은 참 많이 닮았다.
꽃은 생명의 향기를
할아버지는 영혼의 향기를 지니니
둘은 참 많이 닮았다.
꽃과 할아버지는
참, 참,
많이 닮았다.
‘靑出於藍’을 꿈꾸며!
올해로 교직 경력 25년, 남원주중학교에 온 지 3년째다. 원주의 강남, 내가 이 학교에 와서 가장 먼저 들은 말이다. 학군이 좋고 학부모님의 교육 열의가 매우 높다고. 그런데 지난 2년 간 학업 성취도에 비하여 생활 지도 면에서는 20여 년의 경험이 휘청거릴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에 대한 사회 분위기의 변화, 아이들이 사춘기를 빨리 맞는 것, 지식 편중 교육의 과부하,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하여 생긴 가정의 정서적인 안정감 부족, 공동체 의식 약화에 따른 개인주의 발달이 그 원인이라고 보는데, 작년 후반에는 병가를 내고 두 달을 쉬었기에 올해는 더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3월 2일 아침, 빈 교실에 들어가서 성품 좋은 아이들을 만나길 소망하며 좋은 선생님이 되어서 잘 지도하겠다는 다짐의 기도를 했다.
며칠 후 학부모총회 때 학부모님이 모두 열 여덟 분이 오셨는데 내가 동시에 만나는 학부모님들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었다. 이러한 학부모님의 지대한 관심 덕분인지 이번 아이들은 심성이 착하고 바르다. 개구쟁이가 많지만 귀엽다. 수업시간에 장래가 촉망되는 열의 덕분에 뿌듯함과 대견함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그런데 성민은 걱정되는 행동을 많이 한다. 강적을 만났다. 학기 초 동복 저고리 대신 검은 잠바를 입고 노란색 실내화를 신고 다니는 아이. 거의 매일 지각하고 수업이 시작한 후 들어와서 시간 내내 엎드려 있는 아이. 청소 시간이면 사라져서 청소가 끝날 때가 되어서 나타나고, 주번이면서 주번활동을 하지 않는 아이. 그 무책임감에 대하여 잘할 때까지 주번을 시키니 3주 동안 주번을 한 아이. 아침 독서 시간에는 주로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하고, 손톱에는 색색의 색이 칠해 있고, 목에는 손수건을 묶어서 멋을 내는 아이. 얼굴에는 썬크림(?)을 뽀얗게 바르고, 하복 속에 노란 속옷을 자주 입고, 교복 단추를 풀어 놓거나 아예 벗고 다니는 아이. 팔에는 좋아하는 여학생의 이름이 빼곡히 써 있고, 교내에서 친한 여학생과 지나친 신체 접촉을 하여 선생님의 걱정을 사는 아이. 학급에서 체육대회 때 반티 맞추는 것에 반대가 지배적이던 남학생의 의견을, “반티 해!” 하는 한마디로 찬성 쪽으로 모두 손들게 한 아이. 어른에게 말할 때 경어 사용을 안 하고 “~는데.” 라는 말로 맺으며, 종례 후 내가 남으라고 하면 “예” 라고 대답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아이. 스승의 날 전 날 아이들의 이벤트에 대한 답례로 ‘사랑해’ 노래에 율동을 곁들인 나의 반짝 이벤트에 대하여 두 손으로 책상을 마구 치며 숨이 넘어갈 듯 좋아한 아이. 어느 날 교실 유리문이 떨어지려 하자 본드로 붙여놓아 떨어지지 않게 한 아이.
성민이 부모님은 두 분 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다. 학기 초에 자녀에 대한 소개의 글을 부탁드렸을 때 어머니는 성민에 대한 염려의 마음을 담은, 하지만 성민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담은 글을 보내오셨다. 어머니를 만나 뵈니 심성이 매우 고우셨다. 사춘기 접어든 남자아이의 거친 행동을 제어하기에는 약하시다 싶을 정도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와 전화면담을 자주하였으나 성민의 태도 변화에는 별 진전이 없었다.
늘 성민이가 허리를 세우고 앉아 있지 못하는 것을 이상히 여기던 중에 주번활동을 안한 책임을 물어 엎드려뻗쳐를 해놓았는데 이 때도 자세가 매우 이상했다. 척추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 부모님께 척추측만증이 의심되니 병원에 데리고 가 보시길 권하였다. 검사 결과 13도 정도 휘었다며 주기적으로 교정을 받으라고 했다고 했다.
학급에 왕따 문제가 있었을 때 집에서 키우던 화분을 교실에 가져가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잎이 잘 자란 화분과 상처 난 잎이 있는 화분 둘을 비교해 보며 느껴지는 점을 물어본 후 화초가 이렇게 자란 원인을 말했다. 자연스럽게 ‘상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마음에 입은 상처도 이처럼 남는 것이니 상대방의 심정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이번에는 이성 교제에 대한 지도와 함께 꿈을 잘 가꾸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짝 피었다가 진 장미와 한 나무에만 꽃이 피어 있는 같은 종류의 나무 두 그루를 가져갔다. 오늘의 주제는 뭘까 물으니 아이들은“사랑!”이라고 대답했다. 장미의 꽃말은? 누군가를 몹시 사랑할 때 그 감정이 지속되는 시간은? 아이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장미 꽃말은 사랑, 열렬한 사랑의 마음도 지속기간이 3년이랍니다. 감정은 이렇게 변하므로 사랑에 취해 있을 때도 행동의 절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래요. 이 두 나무는 작은 나무에서는 꽃이 한번 피고 말았는데 큰 나무는 지금 피어있는 것처럼 피고 피고 또 피더군요. 그런데 오늘 학교 오다가 교통사고가 날 뻔하여 급정거하며 화분이 쓰러지며 나무가 이렇게 부러지고 뿌리도 뽑혔어요. 사랑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이렇게 상처가 매우 크게 남으니 사랑을 잘 해야 해요. 그리고 우리가 피울 수 있는 꽃도 큰 사람이 될수록 많이 피울 수 있으니 먼저 자신을 잘 키워서 아름다운 꽃을 많이 피우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얼마 후 성민에게 여학생과의 관계를 물으니, “이제는 안 만날 거예요.” “일방적으로 안 만난다고 하면 여자 친구가 상처 받을 텐데.” “요즈음 싸워서 사이가 좋지 않아요.” “나는 성민이가 건전한 이성교제를 통하여 여자 친구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감성이 성숙하는 경험을 했으면 해.”
나는 성민을 좀더 이해하고 싶어서 6월 수업을 마친 오후에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상담과 미술치료 연수에 참여하였다. 강사 선생님은 원심리발달센터 소장님이셨는데, 성민에 대하여 상담을 청하니 선생님은 ‘자아도취’라는 표현을 쓰셨다. 그러나 연수가 끝나고서도 그것을 성민을 위해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말없이 또는 학원에 간다고 또는 정형외과에 교정하러 가야 한다는 이유로 만나길 원하지 않으니까. 성민과 깊은 공감대 형성은 안 된 상태로 방학을 맞았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표 개별 가정통신문항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넣었다.
〈중간고사〉
성민이 만나서 반가워. 미술에 재능이 있어 보이니 소질을 계발하길 권하고 싶구나. 학업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성적이 더욱 향상되리라 믿어지니 노력하렴. 설마 이 성적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겠지? 교복은 단정히, 책임은 성실히! 이것은 멋진 남자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란다.
〈1학기말〉
성민아, 너 스스로 교실 문 유리가 떨어질까 봐 나무에 본드를 칠해서 붙일 때, 남아서 청소를 유독 열심히 할 때, 마음이 따뜻하고 양심이 바른 아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고맙구나. 자세를 교정하는 치료는 병원에 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 해. 평소에 습관이 좋았다면 지금 병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었겠지. 습관이 되어서 그 자세가 자꾸 나오겠지만 마음 강하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으니 개학 때는 더 반듯한 몸매를 보여 주렴. 성민아, 독서는 이해력과 어휘력을 풍부하게 해주어 학습효과를 높여 준단다. 다양한 사람의 경험이 담겨 있어서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그러한 좋은 독서가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니 안타까워.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그 어떤 것을 따로 배우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구나. 그리고 수업 시간에는 수업에 집중해야지. 그냥 흘려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방학 동안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체험학습의 기회가 있으면 참가해 보고. 성민아, 네 가슴에는 지금 어떤 꿈이 그려 있니? 꿈은 분명하게 그려야 이루기가 쉽단다. 마음에 그림을 크게 그리렴. 그리고 꿈을 이룬 너의 모습을 자주 상상하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잖아. 한 달의 기간은 너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란다. 마음 잘 먹고 노력해 보렴. 마음으로 너를 계속 지켜보며 응원하마. 너는 더 잘 할 수 있어. 방학 때 보고 싶을 거야. 멋진 녀석! 우리 성민이, 사랑한다. 화이팅!
방학 때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여학생과는 통 만나지 않고 표정도 밝아지고 공부도 좀 하려는 태도가 보인다고. 개학 후 1학기 때보다는 표정이 밝고 복장도 좀 단정해진 성민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말을 선택적으로 따르는 것은 여전하였다.
8월 28일 아침, 어제도 성민은 남으라는 내 말을 무시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조회시간 “여러분 모두 선생님 말씀에 긍정적으로 잘 따라주어서 고마워요.”라는 말끝에 “성민이는 빼고.” 라는 말을 붙였다. 이 말을 하는 순간 가슴이 아릿했다. 아이를 가슴에서 내려놓고 싶어졌다. “성민이 교무실로 와!” 그러나 따라오지 않았다.
이제 성민을 관찰하는 기간은 끝났다. 오늘은 수업에 들여보내지 않더라도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교시 학과 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넣었다. 성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 수업시간에 연구부로 보내 달라고. 나중에 들으니 성민이가 가지 않으려 해서 학과선생님이 내보내면서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연구부에 온 성민에게 말했다.
“반성문을 써. 무엇에 대하여 라는 주제는 없어. 오늘은 지식을 쌓는 공부가 아닌, 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성민은 작은 글씨로“선생님이 부르셨는데 오지 않았다. 부르실 때마다 오지 않았다. 선생님이 부르시면 가긴 가야 하는데 그게 행동으로 잘 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죄송하다.”라고 썼다. 그 이유를 써 보라고 하니“한두 번 안 가다보니 계속 안 가게 된 거 같기도 하고 깜박 잊어버려서 못갈 때도 있다. 학교 끝나고는 시간이 없어서 간 적도 있지만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그냥 갈 때도 있다.”고 썼다. 새 종이를 주고 장점과 단점을 써보라고 했더니 장점은 한 개, 단점은 두 개를 썼다. 종이 쳤다.
4교시에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장점과 단점을 각각 6, 7개를 썼다. 써본 느낌이 어떠니? 종합해 보면? 하는 나의 질문에“내게도 장점이 많은 것을 알았고 단점도 많아서 고치도록 노력해야겠다. 해를 주고 후회하지 말고 그 전에 한번 생각해 보고 행동해야겠다.”라고 썼다.
점심시간에 준이 부모님이 오셨다. 준이가 길 가던 초등학생의 돈 2000원을 빼앗았단다. 돈을 빼앗긴 아이가 교감선생님을 찾아와서 사진첩을 보고 돈 빼앗은 학생을 찾았는데 준이란다. 준이는 학생부로 불려갔고 학생부의 연락을 받고 부모님이 오신 거다. 준이 부모님은 준이를 데리고 초등학교로 찾아가 사과하고 온다고 가셨다.
잠시 후 준이 아버지가 오셨는데 몹시 격앙된 태도였다. 교실 앞에서 성민을 만났는데 준이가 자기에게 운동화를 사고 아직 돈 2000원을 안 갚았다며 준이 아버지께 돈을 달라고 하더란다. 준이는 주었다고 하고. 아이의 방자한 태도가 거슬렸지만 2000원을 주고 속상한 마음에 준이를 한 대 때려 주니 준이가 울면서 “성민이가 거짓말 하는 거란 말예요. 쟤가 나를 매일 때리고 돈도 빼앗았어요!” 하더란다. 그래서 성민을 불러서 데리고 왔다고 했다. 둘을 상담실로 데리고 가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라고 했다. 내용을 보니 둘이 쓴 글에 차이가 컸다. 내 선에서 조사할 사항이 아니라고 여겨져서 학생부로 넘겼다. 다음은 학생부에서 성민이가 쓴 진술서 내용이다.
“신발을 팔고 2만원을 받은 거 외에 20여 차례 이상 돈을 뺏고 때렸다. 안 주면 때리고 주머니를 뒤지고 하면서 돈을 뺏었다. 말로는 빌려 달라고 하면서도 갚지 않았고 계속 때리게 되었다. 때리다가 좀 아프다고 하면 미안하다고 했다. 처음에 조금씩 때리고 하던 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때리게 되었고 처음에 빌리던 게 뺏게 되었다.”
이러한 일이 두 달여 동안 준이와 정섭이 두 명의 학생에게 해온 짓이다. 두 명 다 성민과, 그의 어울리는 친구들이 무서워서 선생님과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당하면서도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지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담임인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해온 것이란 말인가…… 준이는 성민에게 돈을 주기 위해 할아버지 돈을 거의 매일 만 원씩 훔쳤는데 그것이 근 16만 원 정도나 되고, 할아버지는 손자의 행동에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까지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반 아이들이 금품 갈취에 대하여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준이에게 네가 일을 벌여서 성민이가 학생부에서 벌을 받는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니!
준이에 대한 심정적인 지지를 끌어내고자 남학생만 남겨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했다. 내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느냐니까“준이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그러한 일이 있으면 무섭다고 겁내지 말고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 같은 반 친구로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미안하고 친구에게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했다.
금품 갈취는 몰랐어도 평소에 성민이가 준이나 정섭이, 그 외 친구들에게 욕하고 자주 때리고 먹을 것이 있으면 때리거나 위협해서 빼앗고 억지로 심부름을 시키거나 숙제를 대신하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는 말은 여러 명에게 나왔다. 그런데 성민은 그 아이들이 당하면서 느꼈을 고통이나 두려움을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 나는 성민이의 태도에 분노감이 일었다.
피해자 부모님은 매우 불안해하셨고 보복이 걱정되어 전학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셨다.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도 없이, 밤과 낮이 따로 없이 중재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불안해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했다. 그리고 그것을 성민이 부모님께 최대한 전했다. 다행히 학부모님 세 분 모두 평소에 나와 대화를 자주 해 오던 분이셨기에 나의 중재를 잘 받아 주셨다. 성민이 부모님은 각서도 쓰고 정중한 사과 편지도 쓰고 보상도 넉넉하게 해드리는 성의를 보이셨다. 피해자 부모님도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그리고 학부모의 지각 있는 태도와 나를 믿어주신 덕분에 어른들 간에 마무리가 잘 되었다.
성민은 학생부에서 근신 기간을 가졌다. 그런데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노느라 종이 쳐도 늦게 들어가고 복장은 마구 흐트러뜨리고 다니며 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성민이의 근신 기간이 끝나는 날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이번에 잡지 못하면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상담 선생님과 학생부장님께 성민이의 태도에 대하여 여쭈니 모두 변화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학생부에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행동에 변화가 보이지 않아 추가 벌이 주어지고 공식적인 회의를 거쳐 처벌을 할 수도 있다고. 성민이 부모님은 몹시 놀라 하루의 시간을 더 달라고 하셨다. 다음 날 성민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부모님이 보내지 않은 것이다. 퇴근 후 성민네 집에 가정 방문을 갔다. 성민은 원심리발달센터에 가고 없었다. 부모님께 성민의 교우관계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대체로 힘이 센 아이들이고 현재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몰려다니는 것만으로도 다른 아이들에게는 위협이 되며 함께 있으면 잘못인 줄 모르고 어떠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금은 성민이가 벌을 빨리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것은 선생님들의 지도에 잘 따라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동안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내게 아무런 사과가 없었음을 상기시켰다.
다음 날 성민은 내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써 왔고 복장이 단정해졌다. 성민이 교실로 돌아오기로 한 날, 우리는‘잘못한 것은 바위에 쓰고 잘한 것은 모래에 써라. 빚지지 마라. 지도자의 부족함을 보충해 주는 사람이 되라.’는, 내가 중학교 때부터 가슴에 담아온 말을 같이 생각해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민은 나중에 따로 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부모님께 그동안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는 편지를 쓰게 하였다.
9월 18일 아침 조회 시간
선생님 : 사람의 일생을 볼 때 특별한 날을 짚어 본다면 태어난 날, 결혼식 날, 죽는 날이지요. 그래서 이런 날에는 특별한 의식을 치렀어요. 옛날에는 돌이 되기 전에 죽은 아기들이 많아서 일년이 되어서야 아기의 앞날의 번영을 기원하였는데 이것이 돌잔치에요.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룰 때는 여러 사람 앞에서 결혼 서약을 하지요. 생명이 다 해 이 세상을 떠나면 장례절차를 통해 이별 의식을 치루구요. 그런데 아프리카 인디언들에게는 특별한 날이 하나 더 있어요. 남여 모두 15살 정도면 성인식을 치르는데 그것은 고행의 시간이에요. 선생님은 그와 유사한, 담임교사로서 생활지도를 위한 특별한 의식을 치룬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오늘이 그 날 입니다. 성민이 앞으로 나오세요.
성민: 그동안 내가 니네들 괴롭혀서 미안해. 앞으로는 돈을 뺏거나 때리거나 하지 않을게. (몸을 배배틀며 부끄러워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가 잘못한거…… 용서해줘.
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긴장 했던 분위기가 일순간 바뀌며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선생님 : 자, 용서의 박수!
아이들 : 웃으면서 조용히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
선생님 : 여러분, 달리는 말에 채찍을 때린다고 하지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성민이의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성민이가 자신이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며 선생님께 손바닥 열대를 맞겠다고 했습니다. 자 손바닥 대세요.
성민이의 손바닥에서 나는 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나는 맞아서 벌게진 성민이의 손바닥을 손으로 쓸어주니 성민은 멋쩍게 웃으며 인사하고 들어갔다.
성민이 부모님은 반 아이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내어 사과의 마음을 전하셨다. 이후 성민은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고 태도가 많이 유순해졌다. 하지만 친구관계나 습관이 어찌 한순간에 변하랴. 지켜보며 지나치다 싶을 때 그때그때 일러주고 의지를 다지게 하는 수밖에.
수학시간에 수업이 시작할 때 아이들은 “꿈을 가꾸겠습니다!” 라고 인사한다. 그때 나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그래. 꿈을 잘 가꾸어 꼭 필요한 인재가 되렴!” 하고 덕담을 해준다. 어느 날은 인재가 무엇일까? 물어본 후 예부터 인재를 보는 중심으로 ‘성실’을 꼽았는데, 성실이란 남이 보거나 말거나 자신에게 충실하고, 해야 할 도리를 지키는 것이며, 성실의 ‘誠(정성성)’자를 살펴보면 말씀을 이루는 것이니 言行一致를 의미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수학시간에 학생들이 설명하는 것을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요즈음 도형을 공부하는데 설명한 것을 그림에 표현하라는 지시로 ‘언행일치!’ 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청람관에서 입학식 하던 모습을 시로 적어두었다. 靑出於藍의 뜻을 담은 청람관, 그 뜻처럼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많이 나오길 소망한다.
신입생
발그레한 얼굴에는 希望이 가득하고
반듯한 자세에는 精氣가 가득하다!
내일의 이 나라의 꿈, 靑出於藍 여기에!
추신 : 성민이를 불러서 글을 보여주었다. 느낌이 어떠냐니까 신기하다며 고개를 갸웃한다. 원심리발달센터는 이제 다 마쳐서 안다닌다고. 배운 것은? 부족한 점이 있음을 알았다고. 그것이 뭔데? 배려심이라고. 이것이 너의 과거 모습이야. 선생님의 꿈은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나오는 거라는 것, 기억해! 2008. 11. 13.
아이 머리맡에서
우리의 아이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소서.
무엇보다 마음을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사람을 대할 때
그가 가진 재물이나 힘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영혼의 향기에 따르게 하소서.
내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웃음을 나누고
기쁨을 나누고
아픔과 슬픔도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의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소서.
꿈꾸자 샘의 권장 도서 목록
1 |
백범일지 (김구 선생님의 자서전) |
26 |
엄마의 역사편지 (이야기 형식의 역사책) |
2 |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자서전) |
27 |
로마인 이야기 (40 여년간 로마 역사를 취재하여 쓴 역사서) |
3 |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 (링컨 대통령 이야기) |
28 |
토토의 눈물 (토토가 전하는 반전 평화의 메시지) |
4 |
두려움은 없다 (불굴의 CEO 루즈벨트 대통령 이야기) |
29 |
먼 나라 이웃나라 (만화로 그린 세계 역사) |
5 |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 (세계최대 거부를 연구한 성공철학서) |
30 |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가 1년간 머문 중국 베이찡에서의 생활) |
6 |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세계최대 거부를 연구한 성공철학서) |
31 |
논어의 혼 (동양고전. 성현의 향기를 느끼게 되는 책) |
7 |
배려 (자기계발서) |
32 |
중학생이 보는 명심보감(고전) |
8 |
어린이를 위한 배려 (어린이 자기계발서) |
33 |
지못미, 정치(17세를 위한 정치 교과서) |
9 |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의 자기계발서) |
34 |
뿌리 (흑인 노예의 삶) |
10 |
이젠 세계인으로 키워라 (민사고 외대부속고 박하식 교감의 교육철학서) |
35 |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변화에 대한 진리를 우화로 재치 있게 그린 책) |
11 |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 (아들에게 쓴 아버지의 편지. 청소년 자기계발서) |
36 |
굿바이 게으름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10가지 열쇠) |
12 |
긍정적인 말의 힘 (전직교사 할어반이 쓴 언어의 효과 자기계발서) |
37 |
산골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박사 되다 (14세에 대학 들어간 소년의 영어학습법) |
13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 |
38 |
김동환의 다니엘 아침형 학습법 (서울대 수석 졸업한 저자의 공부방법 소개) |
14 |
산다는 것의 의미(전쟁 중 일본에서의 가난한 한국 소년의 성장 이야기) |
39 |
니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 (수학의 고정개념을 깨는 수학 교양서) |
15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자연과 하나인 인디언 소년의 성장 소설) |
40 |
삐에로교수 배종수의 생명을 살리는 수학 (수학을 쉽게 이해하게 구성한 책) |
16 |
갈매기의 꿈 (갈매기 조나단이 꿈을 이루어 가는 이야기) |
41 |
꽃들에게 희망을 (애벌레 두 마리의 사랑과 모험이야기) |
17 |
뇌내혁명 (동서의학을 접목한 의학박사의 글) |
42 |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물이 전하는 신비한 메시지) |
18 |
오체불만족 (팔다리 없이 태어난 오토다케 히로타다 자서전) |
43 |
탈무드 잠언집 (유대인의 최고의 인생 동반자) |
19 |
우동 한 그릇 (가난하지만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 |
44 |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잠언시집) |
20 |
어린왕자(생텍쥐페리의 대표작. 프랑스 소설) |
45 |
예언자 (칼릴 지브란의 인생에 대한 가르침) |
21 |
데미안(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헤세의 대표작) |
46 |
무소유 (법정스님의 에세이) |
22 |
섬진강 이야기 (시인 김용택의 산문집) |
47 |
화 (베트남 탁닛한 스님의 명상에세이) |
23 |
시튼 동물기(박물학자 시튼의 대표적 소설) |
48 |
두레박 (시인수녀 이해인의 에세이) |
24 |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5살 제제의 아름답고도 가슴 저린 이야기) |
49 |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 됩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의 묵상집) |
25 |
모모 (시간을 찾아주는 모모의 흥미로운 이야기 |
50 |
예수의 생애 (엔도슈사쿠의 인간 예수의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