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년 기념산행 보고 - 월출산 국립공원(81차 산행)

[백산]

이번 8주년 기념행사는 월출산 국립공원으로 결정되었다. 국립공원 홈페이제에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월출산은 "1988년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호남정맥의 거대한 암류가 남해바다와 부딪치면서 솟아 오른 화강암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월출산이 만들어졌다. 월출산의 면적은 56.22k㎡로 비교적 작지만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하며, 국보를 비롯한 수준 높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월출산의 정상은 천황봉(809m)이며 신라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천황봉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은 큰 바위가 굵직한 능선줄기 위에서 웅장한 풍경을 만들어 내며, 남쪽과 서쪽지역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마치 탑을 이룬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88년 올림픽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2013년에 지정된 무등산(21호 국립공원)보다 한참이나 선배격인데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잘 몰랐다. 아무튼 우리 산사모의 기념산행으로 추진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사진을 보시면 알게 될 터이다.

9월 6일, 토요일.

오전에 장을 보고 나주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내일 저녁에 회원들과 여기 나주 금성관(관아)앞의 나주곰탕집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미리 둘러보는 참이다. 하얀집이 유명하다 해서 가 봤더니 반찬도 달랑 깍두기와 김치뿐이다. 국물 맛도 거기서 거기다. 내일은 반드시 다른 집으로 가리라 마음먹는다. 늦은 점심을 먹고 예약된 숙소 인휴당에 도착하니 4시가 채 안 되었다. 주인아주머니의 환영인사를 받으며 집으로 들어가는데 계단을 서너개 올라 널찍한 잔디정원에 멋진 한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앞채는 손님용으로 내어주는 구조이고 주인채는 뒷편에 자리잡고 있다. 하얀 백구가 짖지도 않고 우리를 바라보며 꼬랑지만 시원차게 휘젖는다. 그래 나도 반갑다!

6시가 채 안 되어 전주팀이 도착한다. 일수부대장 막내딸이 동행하여 6명이 카니발을 타고 왔다. 바로 숯불을 지피고 바비큐 파티를 준비한다.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호주산이긴 하지만 쇠고기도 준비했다. 회장님이 내어주신 안동소주, 유고문님의 진도홍주가 초반 흥취를 북돋운다. 내가 미리 끓여 둔 된장국에 차돌배기를 조금씩 넣어 된장찌개를 선보였더니 인기가 좋다. 술과 고기에 얼마니 취했는지 정신이 가물거린다. 하지만 마련된 음식을 다 먹으려면 이제부터 체력전이다. 고스톱을 같이 치긴 했는데 기억이 흐릿하다. 안동소주의 짜릿했던 취기가 일찍 취하게 했던것 같다.

9월 7일, 일요일.

새벽4시, 갈중으로 잠을 깨고 나왔더니 새벽별이 총총하다. 멋진 새벽별을 잠시 감상하고 물 한잔 마시고 다시 누웠는데 그만 2시간이 훌렁 지나갔나보다. 두런거리는 말소리에 잠이 깨어보니 다들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은 산에서 먹을 점심식사로 김밥을 싸서 가기로 했다. 아이들 어렸을때 유치원 현장학습날 김밥을 잔뜩 싸서 한의원 직원들 점심까지 먹었던 옛날 기억만 난다. 그렇게 요즘은 집에서 김밥을 만들지 않는 시절이 되어 버렸다. 나도 김발을 잡고 서너줄 말아보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형수님이 말아낸 것보다 1.5배는 뚱땡이 김밥이 되었지만 그래도 맛은 좋았다. ㅎㅎ

아침식사는 떡국. 익산 아는 떡집에서 공수해 온 찰진 떡으로 만든 떡국으로 해장을 대신한다. 따로 국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떡국은 바쁜 아침식사 대용으로 적격이다. 이렇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등산준비를 마치고 보니 오전 8시가 다 되었다. 등산팀은 회장님과 김권희 그리고 유고문님 부부와 우리부부 6명이다. 일수부대장은 지난 주 축구대회에서 무릎부상으로 아직도 절룩거리며 걷는다. 막내딸을 대동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일수에게 숙소의 뒷정리를 부탁하고 우리 일행은 천황사 탐방로를 향해 출발한다.

오전 8시 40분. 천황사 야영장에서 출발한다. 월출산 등산로는 크게 3곳이 있는데 천황사, 도갑사, 경포대이다. 경포대 코스가 가장 짧고 비교적 쉽다. 하지만 산 전체를 조망하고 감상하고자 한다면 천황사~도갑사 코스로 가야한다. 작년에 친구들과 도갑사에서 올라와 천황사로 내려갔는데 내려가는 하산길이 지리지리해서 이번에는 천황사 코스로 오르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회원들이 후반에 덜 지칠 것이라 예상했고 그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역시 올라가는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이 많으니 힘들긴 했다. 구름다리까지 숨차게 올라와서 오이를 나누어 먹고 휴식을 취하며 기념사진 촬영을 한다. 일요일이지만 탐방객이 그리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기게 되어 좋았다. 여기 구름다리부터 천황봉 정상까지가 가장 힘든 구간이다. 하지만 월출산의 절경이 우리의 눈을 호사시켜주는 감동 덕분에 한결 힘든지 모르고 산행을 이어간다.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그런 바위틈(여기가 통천문)을 지나 드디어 천황봉 도착! 정오 무렵이다. 예상시간보다는 약간 늦었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여성들이 씩씩하게 잘 올라주어 무리없는 산행이 이어진다. 우리는 원래 구정봉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으니 정상에서는 기념촬영만 하고 계속 전진이다. 돼지바위라는 곳을 지나는데 권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무래도 좀 쉬면서 점심을 먹고 가야겠다는 전갈이다. 펑퍼짐한  바위 옆에 앉을 자리가 있어서 식사 준비를 한다. 아침에 싸 온 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막걸리 3병을 꺼낸다. 월출산 곳곳에 음주금지 현수막이 붙어있어서 술을 꺼내 놓고 먹기가 좀 무안하긴 하다. 하지만 땀흘린 등산 후에 시원한 막걸리 한 모금을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냉동실에서 꺼내오긴 했지만 막걸리는 이미 다 녹아 있었다. 그래도 그 시원한 청량감이란~ 이건 술이 아니고 감로수렷다!

김밥도 너무나 맛있다. 시중에서 성의없이 말아진 김밥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와이프가 아침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기름과 간을 맞춘 고슬고슬한 밥과 속재료의 조합으로, 더구나 나도 함께 말았던 김밥은 우리의 뱃속 허기를 충만하게 채워주었고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우리가 직접 김밥을 준비하는 산행을 또 생각해 봐야겠다.

점심을 먹고 이제 구정봉을 향해 나아간다. 지금 월출산의 한 가운데에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만물상 같은 월출산의 아름다운 절경들을 감상하며 산행을 이어간다. 남근바위(이 이름의 바위는 아마 우리나라 산들에 수 천개는 있을 법 하다), 큰바위얼굴, 촛대바위, 돼지바위......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군데군데 설치된 데크 조망대에서 아름다운 풍광들을 감상하며 시간 가는줄을 모른다. 어제까지도 전국을 공포에 떨게했던 태풍은 오히려 우리 산행을 도와준 효자였다. 하늘은 파랗고 가을 햇빛은 너무나 좋았다.

억새밭으로 유명한 미왕제에 도착하니 3시가 채 안 되었다. 예정했던 하산 시간은 오후 4시. 거의 예상 일정에 맞춘 훌륭한 산행이 이어진 셈이다.여기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면서 사진을 좀 찍어본다.

지금 이곳 월악산 국립공원은 한창 공사중이다. 곳곳에 위험한 구간이 많아 계단과 테크를 설치하는 구간이 많다. 일 하시는 공사현장의 인부들이 산 속에서 기거하며 공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사현장을 지나가야 하기에 하산에 약간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들의 노고 덕분에 나중에는 훨씬 수월한 산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 글을 쓰며 감사 인사를 전한다.

도갑사로 하산하는 구간은 수량이 풍부한 도갑계곡을 계속 끼고 내려간다. 도갑사주차장이 1.9km남은 지점에서 우리는 탁족을 즐기고 간다. 5분여에 걸친 가벼운 탁족에도 발의 피로를 시원하게 풀어 준다. 탁족의 과학적인 근거를 언제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업-다운이 심한 월출산 산행을 원만하게 다 마무리 하고 우리는 도갑사 경내에 도착한다. 일수부대장이 막내딸과 도갑사에서 구경을 마치고 막 내려가는 시간에 우리와 만났다. 도갑사도 예사로운 절은 아닌 듯 하다. 사천왕문의 목조건물 자체가 국보 50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나중에 여유있는 시간이 되면 다시 와서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이렇게 우리의 8주년 기념산행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일수부대장의 카니발에 함께 타고 어제 잤던 숙소로 이동한다. 주차된 내 차를 찾아 짐을 모두 정리하고 이제 나주로 이동한다. 나주에서 저녁을 먹고 해산을 하기로 했다. 나주에서 가장 유명한 곰탕집들은 예전 나주관청(금성관) 앞에 모두 몰려있다. 그 중 하얀집이 대표라고 하지만 맛은 거기가 거기다. 이번에는 그 옆집 한옥집으로 들어갔다. 서비스도 더 좋고 맛도 괜찮았다. 소주도 한 잔 곁들여 맛나고 즐거운 만찬을 하면서 우리의 8주년 기념행사를 마쳤다. 이제 다음달 다시 호남정맥에서 우리의 산행을 이어가기로 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주 금성관에서 가졌다.(등반대장)

ps.우리 산행을 기록한 트랭글 앱 사진을 첨부합니다.

[백산]

더 멋진 사진들은 김권희 원장 몫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