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겨울패션 트렌드…이너는 얇게, 아우터는 풍성하게

[바람공자]

겨울 패션 트렌드…이너는 얇게, 아우터는 풍성하게

언제나 그렇지만 겨울은 돌연 시작된다. 올해도 유난히 따뜻하다 했더니 지난 17일을 기점으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갑자기 닥친 겨울 아침 옷장을 열면 종종 난감해진다. 가을 옷을 입어야 할지, 겨울 옷을 꺼내 입어야 할지. 작년에 입었던 옷들을 그냥 입어도 될지, 새 옷을 장만해야 할지 싶어서다.

어느 경우든 겨울 옷차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춥지 않게 그리고 멋지게이다. 무조건 방한만 신경쓰다 보면 겨울 옷들로 맵시 없는 통통이가 되어 버리기 십상. 그렇다고 멋내기에만 신경쓰다가 하루 종일 오들오들 떠는 것도 곤란하다. 부피가 나갈 수 밖에 없는 겨울옷을 멋지게 입는 방법은 없을까?

디자이너들은 이너웨어는 얇게, 아우터웨어는 따뜻하게 입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니트나 블라우스 등은 얇게 코트나 패딩은 단단히 입으라는 것. 실제 상반된 두가지 흐름은 올 겨울 패션의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난방까지 발달하면서 겨울이라고 두껍게 껴입을 필요가 없어졌고 그에 따라 외투만 벗으면 실내에서는 가벼운 차림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너웨어의 경우 이제는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 대세라고 할 정도다. 반면 아우터, 특히 코트는 추위를 막기 위한 방한복 개념에서 그 자체로 가장 패셔너블한 겨울 아이템이 되었다. 따라서 예전에는 가급적 무난하고 한겨울 내내 여기저기 어울릴만한 스타일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다소 마치 재킷처럼 다소 튀더라도 스타일을 살리는 제품이 인기다.        

얇고 가벼워진 이너웨어

코트나 재킷, 점퍼 속에 받쳐 입는 이너웨어. 예전에는 코트 속에도 두툼한 털 스웨터 하나, 날씨가 아주 추울 때는 셔트나 폴로 티 같은 것을 받쳐 입었다.

하지만 요즘은 얇은 옷을 겹쳐 입어 레이어드하는 것이 멋쟁이다.

이는 이너웨어의 부피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가능한 얘기다. 요즘 겨울용으로 나오는 이너웨어들은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다 싶을 정도로 얇은 것들이 많다. 소재는 겨울 소재인데 반팔로 디자인된 아이템도 있다. 또 상의는 물론이고 바지도 저지 소재의 레깅스 타입 팬츠, 니트로 된 원피스도 많이 보인다. 원피스는 물론이고 얇은 팬츠는 올해의 또다른 인기 아이템인 부츠와 매치하기에도 제격이다. 

이너를 레이어드 하는 방식은 목이 올라 오는 얇은 터틀넥에 역시 얇고 가벼운 캐시미어 소재의 조끼를 걸치고 아랫팔이 춥다 싶으면 목이 팔꿈치까지 올라 오는 긴 장갑을 끼어 주는 식. 또 긴 조끼를 걸치고 그 위에 다시 짧은 조끼를 덧입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믹스 &매치다. 이렇게 입으면 방한은 방한대로 가능하되 전체적으로는 슬림한 실루엣을 살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시크한 느낌. 또 한가지만 입었을 때보다 시선을 분산시키고 잘만 매치하면 패션 센스를 돋보이게 할 수 있어 일석삼조다.

색상은 블랙&그레이, 블랙&화이트 등으로 클래식하고 절제된 느낌을 주는 것도 좋고 딥 바이올렛, 코발트 블루, 페트롤 블루 등 톤온톤 코디네이션도 적절하다. 아우터가 어두운 경우에는 레드를 포인트로 주거나 그린, 바이올렛, 버건디, 빈티지 화이트 등이 특히 좋다.

풍성하고 따뜻해진 아우터웨어

이너가 가벼워 진다고 아우터가 두꺼워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아우터는 가벼우면서도 따뜻하다. 다만 부피는 좀 나가는 것이 트렌드다. 한마디로 풍성하다.

아우터 중에서는 알파카 코트나 퍼로 포인트를 준 것이 올해의 핫 아이템. 알파카 코트는 털 코트의 장점인 따뜻함을 살리면서도 일반 모직에 비해 한결 가볍고 가격도 저렴해 겨울 기본 아이템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벨트가 달린 테일러드 코트가 가장 무난하지만 레드, 바이올렛, 핑크, 블루 등 다양한 컬러와 하이넥, 변형 테일러드 등 여러가지 칼라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특히  80년대의 영향을 받은 부드럽고 박시한 실루엣이 특징. 여기에 단품들간의 맥스&매치를 통해 포인트있는 스타일로 재구성한다.  

한 때 부잣집 사모님의 상징이었던 밍크 코트. 온 몸을 휘감은 검은 밍크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기는 했지만 몸매를 드러내기에는 역부족. 움직이거나 특히 차를 탈 때 둔하고 실내에서는 마땅히 벗어 놓기도 불편한 애물이었다. 게다가 스타일도 몇가지 되지 않아 그 옷이 그 옷처럼 보이는 것도 단점이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밍크 외에도 다양한 퍼들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퍼(Fur)는 겨울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이 되었다. 밍크로 대변되던 롱 코트보다는 짧은 길이나 아예 소매를 떼어낸 베스트가 물꼬를 트자 아예 전체를 퍼로 하지 않고 소매나 모자 부분, 끝단 등 부분 부분 포인트만 준 퍼 아이템들이 뒤를 이으면서 가격 부담도 대폭 줄었다.

포인트 퍼 아이템 중에는 퍼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도록 된 제품도 적지 않다. 탈부착이 가능한 퍼는 같은 옷을 두가지 느낌으로 입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색상도 검은 색 일변도에서 레드, 퍼플, 옐로까지 없는 색이 없을 정도.

이제 퍼는 더이상 너무 비싸 도저히 살 엄두가 안 나는 아이템도 아닐 뿐더러 음악회나 송년회 뿐 아니라 여기저기 어울려 입을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이다. 아이템에 따라서는 회사에 출근할 때 입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퍼를 입었을 때의 럭셔리한 느낌은 여전하다.

퍼에 이어 사랑받는 것은 체크 패턴.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멋으로 인기가 높다.

다양한 패턴의 타탄 체크나 하운즈투스 체크 등 클래식하면서도 페미닌하고 섹시하게 보이는 등 다양한 스타일 연출이 가능하다. 컬러는 올해도 블랙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레이, 브라운 등 고급스러운 모노톤 컬러나 따뜻한 컬러의 전형인 머스터드 계열 색상, 개성을 살려주는톤 다운된 레드, 바이올렛, 핑크, 블루 등도 인기를 모을 예정이다.

예츠 김수진 실장은 “올 블랙 스타일에서부터 잉키블루, 딥퍼플, 차콜그레이 등 다크 컬러간의 매치는 세련된 배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소재는 트위드나 헤링본, 벨벳, 울 등 소재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이 주를 이룬다. 

젊은층에서 특히 인기인 패딩은 부피는 예전보다 줄이되 어두운 색깔에 광택을 내 마치 비닐 같은 차가운 느낌을 주는 제품이 특히 인기다.

모자·장갑·그리고 롱 부츠

올 겨울에는 소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너와 아우터를 트렌디하게 입었다면 그에 어울리는 소품은 필수. 특히 겨울이니 만큼 모자와 장갑, 부츠는 방한 목적으로도 필요하다.

롱 부츠는 지난해에 이어서 여전히 강세. 다리의 선을 가려주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내는 것이 롱 부츠만의 묘한 매력이다.

단 이 때는 어느 정도 굽이 있는 다소 여성스런 디자인의 부츠를 신어야 한다. 5cm 정도의 높이는 흔치 않고 10cm에 가까운 하이힐 형 부츠가 단연 대세. 동시에 1cm 미만의 플랫 롱 부츠도 인기인데, 이런 부츠는 스포티하고 큐트한 느낌을 연출하기 제격이다. 치마보다는 얇은 바지나 레깅스에 입으면 제격.

장갑은 일반적인 손가락 장갑보다 손가락을 잘라 실용성을 더한 장갑이나 장갑 목을 길게 늘인 스타일이 멋을 낸 차림에는 어울린다. 손가락이 없는 장갑은 디테일이 좋고 운전 등 일을 하기에도 편리하다. 반면 목이 긴 장갑은 반팔이나 얇은 이너 웨어 위에 끼면 방한도 되고 멋도 살릴 수 있다. 모직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의 캐시미어, 벨벳 등의 소재가 좋다.

모자도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 부드러운 느낌의 비니와 머리 전체를 폭 싸주는 방울 달린 털모자 스타일이 가을부터 일찌감치 선보이더니 겨울에도 여전히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힌다.

모자나 장갑을 고를 때에는 옷 중 한가지 아이템과 동색 계열로 맞추는 것이 포인트다.   

사진협조=인디에프

[김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55호(08.12.01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