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세계의 로미오와 쥴리엣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카레 장편소설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華曇 정순덕
문장이 총알처럼 빠르고 새털 처럼 가벼웠다. 문장를 따라가는 내내 숨이 가쁘고 빠르게 피가 솟구치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식당에 손님도 없었지만 350페이지나 되는 소설을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존 르카레는 스파이였다. 이 작품을 6주만에 썼다고 하고, 이 책이 히트하자 직장을 그만 두었다. 본명은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웰인데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지 못하고 필명을 썼다 한다. 동독과 공산주의에 충성하는 피들러와 충성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배반하는 문트가 있다. 영국의 첩보원 리머스의 임무는 피틀러를 조종하여 문트를 파괴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일부러 술주정뱅이가 되고, 가난한 척, 정부에 불만이 있는 척하고 폭행죄로 교도서에 수감 되기도 한다. 인간 세탁을 거쳐 이중 스파이로 거듭난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일하는 순진하고 가난하고 공산주의자인 리즈를 만났다. 스파이 세계에서는 사랑이 일을 그르치는 것을 많이 보아 온 터라 그것을 잘 아는 리머스는 그 녀를 냉냉하게 대한다. 그 녀가 개입되는 것을 원치 않았음에도 마지막에 문트의 증인으로 채택되어 순진한 그녀가 이용 당한다. 리머스가 마지막 순간에 깨달게 되지만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이중첩자 문트를 살리고 그의 지위를 더욱 튼튼히 하고 문트를 의심하는 유태인 피틀러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다. 이야기는 영국 정부의 의도대로 되었고 피틀러는 잡혔고 문트는 리즈와 리머스를 감옥에서 빼 내준다. 여자는 죽이고 자기만 살리려는 처절한 냉소주의와 현실의 정치와 첩보 세계의 결여된 도덕성을 간과한 리머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는것을 선택했다. ' 스파이의 세계는 정치적 목적이 개인 감정보다 우선이다' 라는 교육을 받았음에도 사랑의 승리다. 리머스는 스파이라는 추운 나라에서 리즈 골드와의 참된 인간관계 라는 따뜻한 나라로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부하 카를 리메이크가 장벽을 넘다가 살해된 것 처럼 그도 장벽을 넘던 중 리즈가 동독의 보초에게 총을 맞아 떨어져 죽자 서독의 옛 동료들의 설득에도 다시 내려가 리즈의 손을 잡고 총에 맞아 죽는다. 자살과 마찬가지다. 공산주의자들과 대립. 스파이들의 세계. 냉정하고 정부의 큰뜻을 위해서는 개인의 삶은 마구 살상해도 된다는 무서운 전시상태를 살~짝 들여다 보았다. 그래도 인간은 사랑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사랑은 승리 한다고 말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극구 아끼던 리머스와 순수한 마음으로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리스는 현대판 로미오와 쥴리엣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