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에서만 볼 수 있는 난방문화는 구들장의 문화, 곧 온돌이다. 뜨끈한 아랫목에서 얼굴엔 찬 외풍을 맞으면서 잠들던 아련함. 캠핑에도 온돌문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동계 캠핑 필수품이 되어버린 캠핑 보일러가 그것이다. 황준호 씨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품들을 이용해 온풍기와 보일러 매트에 동시 사용할 수 있는 캠핑보일러를 만들어 겨울 추위 걱정 없는 캠핑을 즐기고 있다.
텐트에서 맛보는 구들장의 훈훈함
지금은 일반화된 보일러는 구들장을 토대로 한 우리나라만의 난방문화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뜨끈한 아랫목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감기 따위는 씻은 듯이 낫게 하던 구들은 연료의 변화에 맞추어 보일러로 변화했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우리만의 난방문화는 오토캠핑에도 그대로 이어져 캠핑보일러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캠핑장비를 만들어냈다.
황준호 씨에게 캠핑은 ‘편안한 잠자리’이다. 오랜 야영 경력을 접고 가족과 함께 캠핑을 시작했을 때 가장 필요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캠핑을 시작한 때가 10월 말이었는데 멋모르고 들고 나간 스포츠 캐빈 텐트에서 오들오들 떨었던 하룻밤이 그의 캠핑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해서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캠핑보일러는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다짐을 한 것이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온수보일러는 집에서 사용했었던 연탄 보일러처럼 불로 물을 데워놓으면 자연스럽게 순환이 되는 줄로만 알았었는데 모터를 이용해 순환을 시켜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전기라면 +극과 -극밖에 모르던 그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캠핑 보일러를 조금씩 업그레이드 시켜갔다.
선배캠퍼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대로 보일러를 만들어 필드 테스트를 거치면서 부족한 것을 보완해 갔는데 테스트 할 때마다 그때마다 아쉬움은 더해갔다. 온도 조절이 안돼 계속 뜨거워지기만 해서 몸을 데일 뻔도 해보았고 온수통이 넘어져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행착오들이 하나 둘 쌓이면서 DIY 1년 만에 그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보일러가 완성되었다. 그것도 봄가을, 여름, 겨울별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보일러까지 용도에 맞는 보일러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의 보일러는 크게 물을 끓여 공급하는 본체와 이를 온도에 따라 온풍기와 매트에 적절히 분배하는 메인보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보일러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정한 온도에 맞추어 두면 B접점 바이메탈 온도스위치가 적정온도를 인식해 온풍기와 매트로 온수를 적절히 배분해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갑지 않도록 해준다. 또한 본체는 텐트 외부에 놓아두게 되는데 본체가 사용될 때에는 LED 등이 반짝여 혹시라도 어두운 길에 지나가던 캠퍼가 건드려 쓰러질 위험도 사전에 예방했다. 가스가 새거나 과열되면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도 할 계획도 세워두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텐트 바닥과 공기를 훈훈하게 해줄 황준기 씨의 캠핑 보일러는 이런 안전성을 바탕으로 현재 특허 출원을 한 상태이다.
캠핑 보일러
● 본체
1. 자동차 히터 코어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부품은 스토브의 화력을 강하게 해도 위쪽이 80℃를 넘지 않아 온수통의 물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해준다. 자동차 중고부품점에서 5000원에 구입했다.
2. 온수통
소형 스테인리스 김치통을 이용해 온수통으로 변형시켰다. 물의 순환은 뚜껑에 있는 두 개의 구멍을 통해 순환모터로 들어간다. 김치통의 뚜껑은 완전하게 밀폐되어 혹시 잘못해서 쓰러져도 물이 쏟아지지 않아 안전하다.
3. 순환모터함
814모터가 장착되어 온수를 온풍기와 매트로 보내준다. 장착이 쉬워 +,-극만 잘 연결하면 된다. 순환모터함에는 야간 식별용 LED도 설치할 수 있다.
● 온풍기
1. 2웨이 솔레노이드밸브
전기자석밸브로 전기 자극에 따라 밸브 개폐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릴레이스위치의 접점에 따라 온수를 온풍기와 매트 양쪽으로 적절히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2. 814모터와 미니선풍기
온수를 온풍기와 매트 양쪽 모두 원활하게 순환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미니 선풍기는 라디에이터 뒤쪽에 고정해 릴레이스위치에 의해 온수가 온풍기 쪽으로 돌기 시작하면 작동된다.
3. 릴레이 스위치(12V) 세트
B접점 바이메탈 온도 스위치가 지정된 온도에 이르면 자동으로 접점이 바뀌면서 온풍기 또는 매트 쪽으로 전류를 흘려 솔레노이드밸브와 814모터를 작동시킨다.
캠핑보일러 만드는 방법
1. 온수통 뚜껑에 구멍을 뚫어 순환모터함과 호스로 밀착 연결한다. 814순환모터를 호스로 연결해 고정한 후 안전 표시용 LED 등을 장착한다.
2. 실리콘 호스를 이용해 자동차 히터 코어가 위쪽으로 휘어진 관은 순환모터와 연결하고 옆쪽으로 휘어진 관은 보일러매트나 온풍기를 돌아 나오는 관과 연결한다.
3. 배분장치에 릴레이스위치를 고정하고 솔레노이드밸브를 온풍기용과 매트용 두 개로 나누어 설치한 후 릴레이스위치의 양극을 두 밸브로 연결한다.
4. 매트를 순환하고 들어오는 호스에 온도계의 접점을 고정한 후 바이메탈 온도스위치의 양극을 릴레이스위치로 연결한다.
5. 각 부품을 스트랩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시킨다. 수납 및 이동시 흔들림이 있으면 부품에 손상이 갈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고정한다.
6. 전기 작업이 끝나면 물의 흐름도를 잘 그려보고 이 흐름도에 따라 각 호스를 연결하면 된다.
캠핑보일러 사용 부품
김치통, 자동차 히터 코어(중고 부품점 5000원), 솔레노이드밸브 12V용 2개(유공압 기기점에서 구입 개당 9000원), 814모터 3개(개당 1만2000원), 미니 선풍기(1만8000원), 바이메탈 온도스위치(B접점)(5000원), 릴레이스위치 세트(12V, 유공압 기기점에서 구입 4000원), 23.5m 라디에이터(음료수 냉각기용 고물상에서 구입), 실리콘호스(4X8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