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가리골(조경동계곡)
아침가리골은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자리 잡은 조경동계곡으로 구룡덕봉, 응복산, 가칠봉, 갈전곡봉 등 해발 1,200m가 넘는 준봉들이 둘러싸고 있는 길이 20km 가량의 깊은 계곡으로 전국의 하나 남은 오지중의 오지이며 여름이면 떠오르는 곳으로 하류부는 천혜의 비경으로 남아 있다. 폭이 조금 넓고 경치가 좋은 하천들은 보통 도로가 쉽게 쉬우나 이곳 조경동은 계곡 상류부로 들어가는 찻길이 오래 전에 다른 쪽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당분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덕분에 비경지대인 본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경동계곡은 원명은 아침가리로, 한자로 표기하여 아침 조(朝), 밭갈 경(耕) 자를 써서 조경동이 되었으며, 지금도 적잖은 수의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맑고 청정한 곳이다.
정감록에는 3둔 4가리라는 글귀가 나오는데 둔이란 펑펌짐한 산기슭을,가리(거리)란 사람이 살 만한 계곡가로서 난리를 피해 숨을 만한 피난처를 뜻한다.홍천군 내면의 살둔(생둔), 월둔. 달둔과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가리)를가르키는 말이다.
정감록에서 말하는 피장처 20곳에 속한다. 이 정감록을 믿고 평안도나 함경도 사람들이 찾아들어, 한때 조경동 안에는 수백 명의 화전민이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뒤로 모두 소개되고 텅 빈 계곡이 되어 조경동 물이 깨끗하고 맑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조경동계곡은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라 골 양쪽으로 길도 뚜렷이 나 있지만 계곡산행을 참맛을 보려면 굳이 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반바지 차림으로 물 가운데로 거슬러 오르면 된다. 조경동 계곡을 오르다보면, 잠시 폭이 좁아지며 깊은 소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넓은 편으로 하상의 경사가 완만하여 장마철 이후 물이 빠진 다음에는 허벅지 이상 들어가는 곳도 거의 없다.
방동리 갈터 마을 드는 다리(진동2교)를 건너기 직전, 방태천변의 농수로를 따라 들어가 낙엽송 숲을 빠져나가면 조경동 물이 방태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다다른다. 방동약수를 지나 조경동교에서 계곡으로 들어서도 된다. 조경동의 하류부는 물굽이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굽이마다 작은 자갈밭이나 모래톱이 형성돼 있다. 물도 맑아서 깊은 소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도 선명하게 보이며, 암반의 형태와 색깔도 화려하면서도 다양하다.
방태천 합수지점에서 찻길을 만나게 되는 지점까지 거리는 약 7km로 이 구간이 끝날 때까지 환상적인 계곡이 펼쳐진다. 이렇게 물속을 걷노라면 아무리 무더운 한여름 더위도 까맣게 잊게 된다. 조경동 계곡 입구에서 약 4km 상류 지점, 계류의 흐름을 막으려는 듯 버티고 선, 바위절벽 왼쪽 아래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곳에 검은 물빛을 자랑하는 뚝발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위는 평평한 암반을 이루고 있다. 이후 계곡은 넓어지다가 이윽고는 들판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고개를 넘는 찻길이, 왼쪽 산자락에는 민가가 한 채 보이는 이 지점이 조경동의 비경이 끝나는 곳이다. 여기서 발길을 되돌려 내려가거나, 아니면 고개 넘어 방동약수터쪽으로 돌아간다. 양쪽 코스 모두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긴 계곡 탐방을 원한다면 찻길을 따라 계곡 상류로 오를 수 있다. 폐교된 조경분교를 지나 왼쪽으로 네 번째 나타는 큰 지계곡을 통해 삼봉약수터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가칠봉 동릉을 넘어 삼봉약수골 하류의 명개리까지는 가려면 긴 여름 하루해로도 모자란다. 어지간하면 조경동 하류부 7km 구경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