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옛날 중국의 탈것에 관련된 한자를 알아보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이집트의 전차(戰車) 모형입니다. 얼마전에 리들리 스콧의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란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만 우리 세대들에게는 아직도 서사극의 대가였던 세실 B. 데밀이 감독하고 찰튼 헤스턴과 율 브리너가 주연한 <십계>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주로 저런 전차에 타고 무기를 조작하여 상대방을 쓰러뜨렸죠. 영화 <십계>에서 파라오인 율 브리너가 타고 활약하던 전차가 바로 저런 전차였습니다. 이런 전투 양상은 중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나라에 들어서도 당분간은 이런 전투가 계속되었습니다. 중국의 전차는 아래와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중국 산동성에 있는 임치고차박물관(臨淄古車博物館: 임치는 전국시대 齊나라의 수도로 지금의 淄博)에 있는 옛 전차의 모양입니다. 말은 실제 말이고 전차는 돌로 만든 부장품입니다. 이 유물은 옛날에 중국 사람들이 말과 전차를 얼마나 중시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박물관의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한 장 보겠습니다.
이곳에는 말의 해골은 보이지 않고 아마 전차를 몰았음직한 사람의 유골이 보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더 중요한 것은 뒷쪽 액자의 고문자입니다. 전서(篆書)인데 옛날 수레 거(또는 차, 車)자의 여러 가지 형태가 보입니다. 이 수레는 끌채와 끌채를 연결하는 멍에까지 다 나타내면 아마 다음과 같은 모양일 것입니다.
지금은 실생활에서는 쓰이지 않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이두마차 복원한 형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위에 나왔던 이집트식 전차와 마찬가지로 멍에가 두 마리 말을 한꺼번에 묶을 수 있도록 양쪽으로 나 있습니다. 그러면 위의 사진에 보이는 수레와 이두마차용 멍에를 나타내는 문자들을 한번 보도록 할까요. 춘추전국시대만 해도 이두마차가 보편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수레 거」(車)자에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습니다. 「수레 거」(車)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의 거(車)자가 수레와 끌채, 멍에를 나타낸 가장 원래 모양에 가까운 글자일 것입니다. 가로로 긴 글자는 죽간 등 세로로 쓰게 되는 옛 필기구에 적합한 서사의 편리성 때문에 세로로 눕혀서 쓴다고 앞에서 이미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갑골문의 거(車)자를 세로로 쓰면 금문대전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금문의 자형을 보면 현재 우리가 쓰는 거(車)자와 같이 획이 많이 간략화되어 있습니다. 옛날 수레의 가장 주된 용도는 전투용이었습니다. 지금도 예외없이 무기가 과학의 발전을 주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와 네비게이션 같은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가장 먼저 무기로 쓰이다가 그 다음에 그 기술이 조금씩 민간으로 나와 퍼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 수레에는 통상 세 사람이 탔습니다. 2010년이었나요? 중국에서 야심차게 공자의 부활을 알리기 위해 만든 영화 <공자>의 힌 장면입니다. 이두마차가 끌고 세 사람이 탔습니다. 중간의 사람이 말을 모는데 이를 어자(御者)라고 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주로 무기를 다루는데 이를 수레 오른쪽에 탄 사람이라 하여 거우(車右)라고 하지요. 그리고 공자는 수레 모는 사람의 왼쪽에 타고 있는데 주장(主將)이나 지휘관이 타는 자리입니다. 공자가 이 수레의 지휘관인 것입니다. 한편 한대 같은 후대로 오면 기동력, 곧 말 그대로 마력(馬力)을 높이기 위해서 한 대의 수레에 한꺼번에 말 4마리를 매기도 했습니다. 이런 네 마리의 전투마를 맨 수레는 요즘의 개념으로 치면 사기통 엔진 차량이라고 할 수가 있겠죠. 양 옆의 말을 참마(驂馬)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곁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운데 두 마리 말은 복마(服馬)라고 합니다. 영화 <벤허>에 보면 네 마리 말을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 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한편 수레 위에 탄 전투 인원은 이두마차일 때나 같이 3명입니다. 이 거(車)자는 바로 위에서 본 수레의 모습인데 말 두 마리를 묶는 멍에도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멍에 부분을 빼면 지금의 수레 거(車)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 이두마차용 멍에만 문자로 나타내면 어떻게 될까요? 아래의 모양처럼 되겠죠. 「두 량」(兩車)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다시 세로로 길쭉한 모양이 되어서 원래의 형태를 회복했네요. 네 번째, 마차의 그림 부분에서 멍에만 그려 놓은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 글자는 금문에서 모양이 조금씩 변하였다가 소전에 오면 현재 우리가 아는 두 량(兩)자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량(兩)은 그러니까 원래는 2두 마차용 수레를 끄는 말을 매는 멍에를 표현한 문자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두 개가 하나의 짝이 되는 물건을 세는 단위사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이곳의 바퀴가 둘 달린 수레라든가 젓가락, 신발, 부부 등 말이죠. 그런데 수레는 나중에 거(車)라는 의부를 받아들여 량(輛)자를 새로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래서 두 바퀴든 네 바퀴든 그 이상이든 바퀴가 달린 것은 모두 량(輛)자를 단위사로 썼습니다. 수레(2바퀴), 승용차(4바퀴), 버스나 트럭, 기차(짝수의 6바퀴 이상) 등등 말이죠. 그리고 나중에는 또 뜻이 확장되어 굳이 둘이 하나의 짝을 이루지 않는 단순한 숫자 2도 량(兩)이라 하게 되었습니다. 양자(兩者), 양용(兩用) 등과 같이 말입니다. 한편 량(輛)자의 원래 훈은 「수레 한 채」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車를 읽을 때는 거와 차의 두 음이 있습니다. 이런 둘 이 상의 음을 가진 한자를 파음자(破音字)라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 달리 읽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배운 바에 의하면 동력원이 사람인 경우에는 거로, 동력원이 사람이 아닌 경우는 차로 읽는다고 합니다. 인력거는 사람이, 마차·우차·자동차는 각각 말과 소·엔진을 가동시키는 연료가 동력원이 되죠.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전기로 움직이는 자전거, 즉 원동기 장치 이륜차. 자전거일까요, 아니면 자전차일까요? |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잘 읽었습니다~그런데 마차그림 이하의 글자?(그림?)들은 어디서 찾아 볼 수 있는지요?
저도 그때그때 찾는데
구글에 들어가서 해당 한자 전자(篆字)라고 검색어 쳐넣으면 좋은 글자 많이 나옵니다. 아마 원하는 글자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전자를 찾아넣지 못한 저 앞쪽의 사진 한자 공부에도 다시 다 수정을 해야할까봐요.
이 코너의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축하드립니다. 저처럼 암기가 꽝인 사람에게 딱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심심파적으로 볼만하다는 뜻이겠지요. 열심히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소재는 다 떨어져 가고... 뭔가 새로운 코너를 하나 개발해야겠습니다.


근데요, 컴에 한자 입력시 좀 편한 방법 없는가요? 한글자마다 변환시켜 쓸려니 무지 더딥니다. 좋은 방법있으면 일러주십시오.
한 글자마다 변환시켜야 한다는 것을 보니 크롬에서 접속하시는 것 같네요. 참 불편하죠.
익스플로러로 접속하면 다 쳐놓고 차례차례 한자로 입력을 할 수가 있습니다. 더 편한 방법은 한글 등에서 쉽게 한자로 변환한 다음에 복사해 넣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