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때로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1986년6월10일 구입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라는 조세희소설집을 책꽂이에서 꺼내 들었다. 당시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대학 3학년 때다. 따라서 작품의 내용보다는 이 작품을 어떻게 읽고 사회를 개혁하는데 이용하느냐에 온통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시 읽어보니 작품성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참으로 어렵게 살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난장이는 신분적 열세를 의미하며,공은 비상의 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구조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하층민이 품은 열망을 표출한 말이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난장이 가족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이십 일 안에 자진 철거하라는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동생 영호는 집에서 떠날 수 없다고 버티었고, 울기 잘하는 영희는 훌쩍훌쩍 울기만 하고,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떼어 간직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형편이 되지 않는 행복동 주민들은 하나, 둘씩 입주권을 팔기 시작했다. 입주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갔다. 난쟁이네 집도 입주권을 팔고 전셋돈을 빼 주어야 했지만 난쟁이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을 이어 나르고 시멘트를 직접 발라 만든 집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이웃집 명희 어머니는 명희가 죽고 남긴 통장에 든 돈을 난쟁이네 집에 전셋돈 빼주라고 빌려주었다. 명희는 나(난쟁이 집 큰아들 영수)를 좋아했다. 그녀가 바라던 건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공장에 가지 않고 공부를 많이 해 큰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명희는 다방 종업원에서 캐디로, 버스 안내양으로 전전하다가 통장에 십구만 원을 남기고 자살했다. 나와 동생(영호)은 아버지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인쇄 공장에 나가게 됐다. 아버지는 당신의 형편에 어울리지 않게 길 건너 고급 주택에서 가정교사를 하는 지섭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지섭은 사랑이 없이 욕망만 떠도는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빌려주었다.
인쇄 공장 사장은 불황이라는 단어를 빌미로 삼아 우리에게 쉬지 않고 일할 것을 강요했다. 나와 영호는 사장에게 가서 힘든 노동 시간에 대해 사장과 협상하려다 일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났다.
아버지는 나와 영호에게 큰 일을 한 것이라고 추켜 주었다. 입주권 가격이 자꾸 올라가자 난쟁이네 가족은 이십오만 원을 받고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에게 입주권을 팔았다.
집은 헐리고, 영희와 아버지가 사라졌다. 영희는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는 영희에게 대꾸하지 않고 말만 잘 듣는다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영희는 남자를 따라가 좋은 음식을 먹고 남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영희는 자신이랑 환경이 많이 다른 남자의 집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 곳에서 뭐하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영희에게 들려왔다. 영희는 남자의 금고에서 자신의 집 대문에 달려 있던 알루미늄 표찰을 되찾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희는 표찰을 내고 아파트 입주 신청서에 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적어 넣었다. 신애 아주머니는 열이 나 아파하는 영희를 방에 데리고 가 간호를 해 주며 말했다. 아버지가 굴뚝 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 됐다고.
작품의 서술
제1부 : 서술자는 영수. 난장이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영수, 영호, 영희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낙원구 행복동의 도시 빈민 가족이다. 그들은 꿈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던 중, 재개발 사업으로 집이 철거될 어려움에 처한다.
제2부 : 서술자는 영호. 행복동 주민들은 대부분 투기업자에게 입주권을 팔고, 동네를 떠나게 된다. 난장이가족도 끝내 입주권을 팔지만, 제 몫으로 돌아오는 것은 없고 집이 철거당한 뒤, 결국 거리로 나서야 할 처지가 된다.
제3부 : 서술자는 영희. 가족으로부터 입주권을 구입한 투기업자를 따라 간 영희는 투기업자에게 순결을 빼앗긴다. 투기업자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금고 안에서 입주권과 돈을 들고 나와 입주 절차를 마치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사회에 대해 절규한다.
첫댓글 다시읽으니 예전기억이 떠오르네요 영화는 못봤는데 영희의 자살이 눈물짖게 했지요,
책좀 빌려주세요 ~~~~ 영복씨 ^^*
그 시대의 아픔이자.. 지금도 이런 삶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죠.
네 보이지 않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밝은 내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