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다룬 공영방송의 다큐멘터리에서 3-4건의 실제 치매환자의 일상이 공개되었습니다. 그 중에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60대 중반의 여성은 쉴새없이 외계어같은 말을 내뱉습니다. 이 여자분의 다소 웃기는 외계어 남발 모습은 준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준이는 외계어남발의 선수입니다. 경기약 먹고나서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를 계속 반복하기도 합니다. TV에 나온 그 여성분도 아가들이 하는 옹알이 수준의 발성이나 입술 긴장풀 때 내는 소리 등도 계속 반복합니다.
이런 정도의 발성을 언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언어의 극명한 목적은 사람 간에 보편적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우리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리도구와 식재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냄비나 후라이팬같은 도구는 어떤 재질, 형태, 크기를 막론하고 식재료를 담아서 먹을만한 음식을 조리하는데 필수도구입니다. 그런 것처럼 언어라는 조리도 똑같습니다. 냄비와 같은 도구들은 발성기관, 특정요리를 위한 식재료와 양념은 말이나 글, 제스츄어 등이고, 조리된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 완성된 말이나 글입니다.
여기서 조리해서 내놓은 음식의 맛이나 퀄러티는 요리사의 솜씨나 노하우, 경력 등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할 줄 아는 게 라면정도 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 요리경연 대회 나가서 우승을 해올 정도의 실력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매운탕같은 어려운 음식은 보통 집에서 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라면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도 그 결과는 또 다릅니다. 라면 끓이는 물을 못잡아 국물이 너무 싱겁거나 짜거나, 얼마를 끓여야 할 지 몰라 너무 불어버리거나 설익거나 등등, 각자가 내놓은 요리결과는 철저히 만든 사람의 요리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 것처럼 요리에 비유해서 우리 아이들의 언어실력을 비교하자면 자폐스펙트럼의 경우에는 사실 라면 수준입니다. 하긴 라면이라도 끓일 정도면 그래도 간단한 단어정도는 내뱉거나 쓸 수 있거나 자발어가 많지 않아도 몇 개 정도는 있는 수준입니다. 라면은 면과 수프정도의 재료로만 완성하니까요.
그나마 위의 라면요리처럼 계란과 파라도 더 추가되면 가용하는 단어나 문장이 조금더 많다는 것이겠지요. 라면은 끓이지 못하지만 라면해달라고 라면찾아서 엄마손에 쥐어준다면 말로는 안되도 제스츄어라도 언어 식재료로 갖고있는 셈입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끓여서 바치지 않는 한 아무런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무발화, 무의사소통의지, 그리고 무의식 상태입니다.
ADHD/ADD단계에서는 식재료도 확실히 풍부해지고 나름 식기도 갖추기는 했지만 매운탕에 너무 많은 생선을 넣거나 고기까지 추가하고 양념은 제대로 하지않는 상태라고나 할까요. 작은 냄비에 재료를 너무 넘치게 담거나 무슨 요리인지 모르겠는, 보편적이지 않은 음식을 만드는 게 특징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뭔가 식재료만 넘치고 뒤죽박죽된 요리같은 언어구사를 하기에 말은 많은데 핵심이 없습니다.
ADHD/ADD단계에의 또다른 조리특성은 바로 자기요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남들 조리는 계속 참견하고 싶어한다는 것과 매운탕으로 시작해서 라면으로 순간적으로 돌변하는 충동적 결과입니다. 매운탕을 기대했다가 결국 라면이나 먹게되는 결과가 너무 빈번합니다.
사실 일반사람들도 솜씨좋은 요리사처럼 요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조리도구가 시원치않거나 (혀가 짧거나 설소대, 혹은 심한 편도염 등) 식재료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해서 맨날 같은 것만 쓰거나, 삶는지 찌는지 생으로 하는지 요리에 적합한 방법을 모르거나, 불조절을 못하거나, 특정요리는 잘하는데 다양하게 못하거나 등등 모두가 어느정도 한계는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모두다 맛있게 만들어 내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능하듯이 말이나 글이라는 것은 수준이 높아지려면 자기만의 전문성이나 폭넓고 해박한 상식과 지식을 두루 뇌 속에 축적하고 있어야 합니다.
언어소통이란 뇌의 작용을 요리에 비교해 보았는데요, 우리가 매일 라면만 먹고 델리키트를 이용해서 일상의 식사와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이런 조리실력의 언어소통 능력으로는 도저히 사회생활이 되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3-4세만 되어도 가게되는 어린이집에서도 기본적으로 밥짓고 생선굽기 정도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이미 초등 입학시기가 되면 국, 찌개 정도는 끓일 실력이 되어 있습니다. 그 만큼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언어발달이란 7감각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이미 태아 때부터 그 힘을 성장시키게 됩니다.
아래 도표에서 보듯 언어라는 요리의 정점은 2-4세입니다. 이 때가 말을 가장 잘 하는 시기가 아니라 세상에서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나의 뇌에 저장시키는 최고 시기라는 뜻입니다.
내가 속한 세상에서 들고 보게되는 수없이 많은 정보들 중에서 내 환경 속 경험에서 걸러내고 누적할 수 있도록 전정감각이 같이 통합되어야만 이 시기에 의미있는 폭발적 누적이 됩니다. 듣고 보고 해석하는 감각처리 정보망이 고장나 있는데 뇌가 누적시킬 것은 없습니다. 슈퍼마켓에 식재료와 식기들은 넘쳐나지만 슈퍼마켓이 뭔지몰라 갈 줄도 모르는데 요리가 애초부터 가능할 수가 없습니다.
요리는 통합의 예술경지이며 맛있는 요리를 하는 솜씨의 절정에는 특정요리를 목표로 거기에 알맞는 재료선택과 조리법의 구상, 그리고 실현입니다. 식재료와 식기 등은 전두엽의 영역은 아니지만 이 모두를 취합해서 맛있는 요리를 탄생시키는 역할은 단연 전두엽의 역할입니다.
언어구사와 관련된 뇌의 회로를 보면 압도적으로 전두엽 역할이 가장 큽니다. 생으로 던져진 음식재료들을 조합해서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시키는 바로 그 역할! 언어구사에 관계되는 영역은 분명 뇌의 여러 영역이지만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전두엽과의 흰 연결망은 기본 필수 중에 필수입니다.
준이같은 경우는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걸까요? 바로 베르니케영역 Wernicke' area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채 Broca's area만 가동되는 그야말로 흙묻은 재료를 다듬어서 요리에 적합하게 만드는 기능없이 그저 넣고 양념도 없이 끓이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요리는 먹을 수 없듯이 종일 떠들어도 이건 언어가 아닙니다.
언어의 기본은 베르니케가 올바로 작동해야 하고 베르니케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아래 그림처럼 청각, 시각, 전정감각이 가동하지 않고는 가능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말을 따라한다고, 몇 개의 단어나 간단한 문장을 구사한다고 그걸 말을 한다고 생각하며 오해하면 절대만됩니다. 뇌의 단어 저장소에 8,000개에 10,000개가 누적되어야 겨우 한단어 구사언어 (엄마 아빠 등)가 가능하게 됩니다.
어느정도 대화가 되려면 수 만개의 단어와 상황언어가 누적되어 있어야 합니다. 남들 앞에서 전문강의를 하는 교수나 전문가들이 강의를 할 때는 뇌 속에서 1초에 25만 개의 언어가 순식간에 왔다갔다 한답니다. 구사언어, 글로 표현하는 언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제 상황들입니다.
우선 라면이라도 끓이게 하려면 1차 청각피질이 살아나야 합니다. 그것에 대한 시간과 비용투자를 빨리 하십시요. 상습적인 언어치료는 언어라는 요리에서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도 꼭 명심해야 합니다. 라면을 넘어서 밥과 반찬 두 세가지 정도는 한다할 때 그 때 언어치료해도 하나도 늦지않습니다.
1차 생재료인 청각정보가 들어오는 곳은 1차 청각피질 Promary Auditory Cortex입니다. 그 생재료를 다듬어서 요리에 어떻게 넣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영역이 베르니케Wernicke영역입니다. 1차 청각피질에서 바로 베르니케로 넘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1차 청각정보를 요리에 적합하게 다듬는 작업, 즉 해석하는 2차청각피질 Auditory Association Cortex을 또한번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전정감각의 역할은 절대적! 그야말로 절대적! 입니다.
어찌 이런 과정들이 무시되고 브로카영역만 훈련시키는 언어치료에 그토록 매달리는지 정말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뿐입니다.
입만 열면 거친 말과 상스러운 욕설이 상습적인 사람과 친절하고 상냥한 그러면서 교양있는 말투로 말하는 사람, 누구에게 더 호감이 갈까요? 말투, 언어의 내용, 구사방식, 단어선택 등 모두모두 전두엽의 역할이 결정적입니다. 내 전두엽의 상황이 바로 호감을 결정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