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토요걷기는 오후 1시 삼송역에서 출발 고양중고교 교정을 지나 솔개약수, 농협대, 허브랜드, 서삼릉과 종마장, 쥐눈이콩마을, 서역이마을을 거쳐 원당역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장마인듯 장마아닌 장마같은 날씨, 때로는 강한 비도 맞았지만 대체적으로 약하고 가느다란 빗줄기를 오히려 즐기면서 걸은 하루였습니다. 비 소식에 휴가철이 시작되어서인지 진행자 포함 9명이 오붓한 걷기를 즐긴 날입니다.
삼송리역에 내려 원당역으로 가는 길, 예전에는 이 곳을 통해 일산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1992년 일산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자유로가 개통되고 지하철이 열리면서 이쪽 지역은 오히려 뒷길이 될 정도로 소외되고 낙후한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개발의 열풍으로 미니신도시화 되더군요. 배꼽이 배 보다 더 커진 지역은 일산신도시 뿐 아니라 모든 신도시의 공통된 현상일 것입니다. 고양시의 일부였던 일산이 이제는 전 고양시의 일산화를 재촉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잘 정비된 길, 좋은 숲길로 이뤄진 고양시 서삼릉누리길
그래서 그런지 삼송역에서 내려 잠시나마 <초록물고기>란 영화를 떠올립니다. 1997년 2월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창동식 리얼리즘의 원형으로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였고, 흥행보다는 비평에 더 큰 성공을 거둔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일산신도시 원당 주변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막동이(한석규 역)는 제대 후 조폭 두목(문성근)의 여자를 만나 사랑하면서 흩어진 가족들이 한데 모여 식당이나 하면서 살길을 꿈꿉니다. 그런 과정속에서 두목의 라이벌을 제거하면 한몫 챙겨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그 일을 마지막으로 두목의 여자(심혜진)와 떠나면서 가족과 함께 살 것을 궁리합니다. 그러나 라이벌 조직을 해치우지만, 두목에게 배반당하고 오히려 사랑하는 여자가 보는 앞에서 죽어갑니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막동이가 살인을 저지르고 두려움에 떨며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장애인 형과 통화하는 장면입니다. 막동이는 울면서 가족의 안부를 물으면서도 형제와 함께 초록물고기를 잡던 때를 떠올리면서 웃음을 짓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초록물고기란 존재는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가족간 형제간 우애를 상징한 것이 아닐런지요?
2013년 3월 촬영. 아파트숲으로 둘러싸인 삼송(리)역 주변 풍경.
과거에는 전원풍경인 이곳이 어느새 미니신도시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영화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어느날 갑자기 아틀란티스 처럼 땅에서 솟아난 신도시 아파트의 존재보다 그 아파트 단지로 인해 쫒겨나고 밀려난 사람들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물신만능주의 시대, 사람들은 일산신도시의 쾌적한 환경만 생각하지만, 거기서 터를 잡고 살던 원주민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영화는 거기에 의문을 품으면서 그들의 전락(轉落)을 담담히 따라갑니다.
영화 <초록물고기>를 떠올려서인지 길을 가면서 때때로 초록물고기를 생각하고 막동이를 찾아봅니다. 그러다가 우뚝솟은 회색 콘크리트, 아파트와 아스팔트에 가려 이제 초록물고기도 막동이도 없는 곳, 조금 있으면 이 좋은 숲길도 개발의 마수에 걸려 사라질 생각을 하니 갑갑합니다.
고양중고교 뒤쪽 숲길을 지나 서삼릉으로 향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워 자주 찾는 곳, 그런데 서삼릉만 오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듭니다. 서오릉, 파주삼릉 등 서울 서북쪽 왕릉이 모여있는 곳, 이곳은 75만평의 대규모를 자랑했지만 60-70년대 개발의 마수에 걸려 농협대학, 한양컨츄리클럽, 경마교육원, 젓소개량단지 등으로 갈갈이 찢겨 상당히 축소된 곳입니다.
여기서 서삼릉까지의 가로수길은 80-90년대 CF에 많이 나왔고 입구의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종마장(경마연수원)의 드넓은 초지는 사진사들의 단골 출사지이기도 한 곳입니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조선왕릉 중 말과 소가 뛰어 노는 유일한 곳이고, 그나마 젓소개량단지로 삼릉 중 효릉은 개방이 안돼 반쪽도 안되는 왕릉입니다.
비를 즐겁게 맞으며 걸으신 분들. 좌로부터 찾아가는길님 트렉킹고수님 프란이님 소백풍경님 행복바이러스님 하치님 달구벌님 매우맑음님
비를 맞으며 서삼릉 일대를 돌아보고 나옵니다. 서삼릉을 끼고 아스팔트길을 따라 한참을 돌아 걸으면 효릉과 조선왕실 태실입구가 나옵니다. 비개방지역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은 길입니다. 서삼릉에서 원당 가는 이 지역은 모처럼 도시화의 거센 물결속에 근근히 시골정취를 간직한, 나무숲으로 이어진 길입니다. 여기서 서역이 마을을 지나 원당역 부근 배다리술박물관도 들리면 좋은 곳인데 현재는 내부수리중이라 그냥 지나쳐야 했습니다. 이곳에 가면 전통주 제조 과정, 특히 조선말기 주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신도시가 돼버린 삼송-원당 일대, 말과 소가 뛰노는 서삼릉은 쓸쓸한 곳이었지만 장마같은 날씨, 비가 약해질 듯 하다가도 강해지고, 그렇게 걷는 내내 비와 함께 걸어 나름 운치도 있고 재미도 있었던 것에 위안을 삼은 날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되면 가을날 차분하게 걷고 싶은 길,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우중도보를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다음 좋은 길에서 뵙겠습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서삼릉누리길입니다.
삼송리 앞쪽은 경복궁-홍제원-구파발-벽제-개성-평양-의주로 가는 의주대로입니다.
표지판이 잘 되어 있지만 비오는 날 초반 입구를 몰라 허둥대기도~~
아스팔트에도 길안내가...
비가 많이 온날이지만 즐겁게 걸은 날이기도...
강화도령으로 더 알려진 철종과 그의 왕비의 능인 예릉입니다. 고중이 황제를 선포하자 난데없이 철종도 황제의 능으로 격상됐지만, 변한 것은 홍살문에서 정자각에 이르는 신도와 어도2개 아닌 3개의 길로만 바뀐 것. 저는 가끔 서삼릉에 와서 철종의 능을 보면서 하기 싫은 왕노릇에 황제노릇까지 했어야 할 철종과 대한제국의 황혼을 생각합니다.
보통의 왕릉은 참도가 2개인데 철종은 황제의 예에 따라 3개가 된 것... 참도만 3개이면 뭐하는지..나라는 망했는데...
중종의 계비 정경왕후 윤씨의 능인 희릉입니다. 인종을 낳고 산후조리를 못해 25살 나이로 승하, 그 뒤를 이은 문정왕후의 방해로 중종이 여기에 묻히지 못하고 강남 선정릉의 정릉에 묻히고 정작 문정왕후는 태릉에 혼자 묻혔죠. 중종은 사랑했던 첫 왕비 신씨를 폐위시키고 죽어서도 혼자 지낸 불행한 왕.
서삼릉에서 원당가는 길에 잇는 수역이 마을. 옛날 큰비가 오면 마을이 물에 잠긴다고 해서 나온 수역이 마을입니다.
농협대 앞에서...
서삼릉 가느길... '아가씨들~' 하고 부르니 웃음으로 화답~~
서삼릉 가로수길에서...
경쾌한 발걸음의 하치님과 소백풍경님
소백풍경님
하치님
트레킹고수님
매우맑음님과 행복바이러스님
첫걸음 나오신 달구벌님
* 여기서부터는 비가 많이 와 똑딱이로 촬영했습니다.
굵은 빗줄기에도 화사함을 잃지 않으신 우리길 회원님들
프란이님
소백풍경님..경마교육장을 배경으로..
서삼릉 예릉 앞에서...
달구벌님
서삼릉 입구 너른마당 식당 연못의 연꽃을 우삼으로 삼은 어린이~~
수역이마을 입구에서... 마지막 단체사진~~
* 걷기가 끝나고 원당 터줏대감이신 찾아가는길님 덕분에 맛집에 들러 털레기를 먹고, 찾아가는길님 사무실에서 연꽃잎 차까지 대접받았습니다. 찾아가는길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 마음에 안드시는 사진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조치하겠습니다.
* 모처럼 김경호의 '는개비'를 듣습니다. 안개비 보다 크고 이슬비 보다 작은 비를 순우리말로 하면 는개비라 하네요~
첫댓글 낙화유수님의 해박하신 설명으로 조선왕릉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배우며~
서삼릉 가는 길에 시원하게 뻗은 은사시나무길과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촬영지인 비오는 종마장 초원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꼬리잡고 급 나선 길 ~ 비를 맞으며 걷는 내내 넘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 같네요.
리딩.설명.우중에 사진까지 찍으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어요.
감사합니다.낙화유수님~^^*ᆞ
비가와도 즐거움을 말릴수 없었습니다
각각의 장소에서
그장소와 어울리는 명품해설
그리고 그에걸맞는 탁월한 리딩에
그날의 걸음이 더욱즐거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낙화유수님
처음에 이렇게 우리 가까운곳에
이렇게 아름다운곳이
있다는것에 놀랐어요.
길도 편안할뿐더러
주변경치가 제주도에 온듯
멀리 여행온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작은 인원이 주는
아기자기함ㅡ
낙화유수님 우리가
고마워 하는거 알죠.
수고하셨습니다.
왕름을 돌며 역사에
대한 설명을 하시며
안타까워 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총무이신 프란이님
처음만나ㅡ정들어버린
갑장 달구벌님
부천댁두분 소백풍경님
또 이쁜 트레킹고수님
또 찾아가는길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우중도보~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느낌 모르죠~
저는 그 시간 영월에서 사진공부하고 있었지요.
미리 신청해 놓은터라 함께 못해 아쉬웠지만 미인들의 대거 출동으로 안가길 잘했다 싶네요.ㅋㅋ
낙화님 목소리가 글속에 녹아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오호라 낙화유수님 우중도보 멋지십니다
매우맑음님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사진을보니 아는 얼굴이시네요
내가 누구냐구요? 찾아보세요 ㅋ ㅋ ㅋ
원종에서도만나고 북에서도 같이있었나??? 곧 길에서 만날수 있겠지요??
첫댓글달고 장대비 쏟아지는 날씨에 걱정하는 가족들 뒤로하고 낙화유수님의 상표만(?) 믿고 무조건 따라나선 길이였습니다.
기대그이상의 숲속과 비맞으며 걷는 낭만~ 참 행복하였노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마냥 영계인적하고 싶었는데 버얼써 갑장이라고 소문내버린 하치님과 반갑게 맞이해주신 여러 회원님들의 푸근함에 벌써 다음길이 기다려지네요.본디 길도 중요하지만 같이 걷는 동행자도 중요하니까요~ 이모든 행복의 감동을 안겨주신 낙화유수님께 꾸벅~~ 감사합니다
첫길에서 만난 달구벌이 ^^
저도 달구벌님 좋아요!
만나서 좋았어요
우리 꼭 다시만나요!
우중도보하시며 해설에 진사님에 수고 몇배하신 낙화유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리딩만하셔도 신경 쓰이실텐데 일인다역할 잘하셨음을 이자리을빌어 말씀전합니다
고양시에 살면서도 속속들이 모르는것을 알게해주셨습니다(의주로)~
수고하셨습니다~
에궁~이제야 봤네요. 낙화유수님 덕분에 도보의 재미를 느껴가네요. 늦었지만 진심 감사드려요.~~
루시아님 곧 만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