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인다. 고향을 떠나서
는 살 수 있어도 고향을 잊고서는 살 수 없다고 한다. 그래
서 고향을 떠나 타관에 사는 사람은 항상 마음의 고향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제천은 예로부터 수려한 산세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맑은
물 푸른 숲이 어우러진 청풍명월의 본향으로 효의 고장 이기
도하다.
TV에서 ‘제천’에 관한 방영이 되면 으레 열일을 제쳐 놓고
채널을 고정 시켜 시선을 집중시키는 습관이 있다.
어쩜 코 흘리며 맨발로 뛰어 놀던 박달재가 있고, 꿈과 희망
을 키우던 죽마고우와 모교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5월 12일은 모교 개교 67주년 총동문회 체육대회 및 총동
문회장 이취임식’이 있는 날이다.
행사에 참석차 전날 서울과 강릉에서 모인, 제천중학교 7회
동기생 여남은 명은 금왕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카라모텔에
숙소를 정하고,지난 이야기 도란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계절의 여왕 5월 신록의 푸르름이
짙은 청명한 날씨는, 봄을 느끼기에 좀 늦은, 초여름 햇살
이 눈이 부시다.
행사 시간에 맞추어 교정에 들어서니, 마음은 어느새 타임머
신을 타고 55년 전으로 회귀, 지난 세월에 잊혀진 아련한 추
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천막교실에서 공부하던 생각,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면
축구 골포스트를 중심으로 진놀이 하며 지칠 줄 모르고 뛰어
놀던 운동장이 오늘은 좁아 보인다.
산천은 의구하다고 했지만, 오늘 와 보니 인근 산천은 간데
없고 인걸은 의구하다. 주변 환경 옛 모습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하소천 건너 산과 전답은 아파트 단지로, 정문 앞
우시장 소말뚝 자리에도 건물이 꽉 들어 차있다.
친구들의 마음은 옛날이로되, 모습은 옛날이 아니로다. 머리
는 재학시절 교장선생님 머리 보다 더 벗어지고, 하얀 머리
카락은 검게 억지로 젊어 보이지만, 얼굴의 주름만큼 늙어가
는 세월의 무상함을 애달프게 느낄 수밖에 없다.
복도에서 창을 사이한 교실을 들여다보니, 맨 앞줄 책상에
내가 앉아 있다. 햇살 내리는 창편에는 "시인은 하얀 도화지에
아름다운 언어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라던 박지견 선생님이
엉클어진 긴 머리카락을 다섯 손가락으로 빗질하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창밖을 내다보는 실루엣이 보인다.
옆자리 1-2회 선배님들 탁자에는,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라고 늘축사에서
말씀 하시던, 이춘구 선배님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점심 식사 후 버스 편으로 금월봉에 들렸다. 금월봉은 평범
한 야산 이었는데,아세아시멘트주식회사 영월공장에서 시멘트
제조용 점토 채취장으로 사용되어 오던 중 기암괴석이 발견
되었는데,그 모양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닮았다고 하여,
작은 금강산으로 사람과 자연이 만든 신비로움 속에, 주변의
청풍명월에 멋진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보기
위하여 항상 많은 관광객이 북적댄다.
일설에 의하면 ‘금월봉’이란 이름은 당시 이원종 충청북도
도지사가 명명 하였다고 한다.
지나는 길에 각 방송국에서 이용하는 사극 촬영장에 들렸다.
몇 년 전만해도 세트장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었는데, 텅
빈 세트장은 허전하고 나뭇잎 사이로 청풍호의 잔잔한
물결만 반짝인다.
다음 코스는 무암사로 오른다. 입구부터 아스팔트로 포장
되었는데, 계곡의 오른쪽은 동산의 능선이 밋밋하고, 왼쪽 능
선은 작성산의 등허리이다.
계곡에는 금수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주변은
빽빽한 산림으로 우거져 있는데, 여기 저기 이름 모를 희귀
야생화의 은은한 꽃향기가 그윽하다.
무암사 법당에는 초파일 연등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인터넷 검색에 의하면 무암사는 신라 문무왕 3년(633년) 의
상대사가 창건했으며, 절 이름은 절에서 계곡 건너로 마주
볼 수 있는 암릉에 있는 무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높이 5m 둘레 약 3m인 크기라고 전해지는 무암의 위치가 어
디인지는 확실치 않다. 바위 크기로 따져보면 낙타바위, 장
군바위, 남근석 등이 모두 크기가 이 치수와 비슷하다. 그러
나, 어느 바위인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절벽에 안개가
끼면 나타났다가 안개가 걷히면 보이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
어서 안개 무(霧) 자를 쓴단다. 한편 대웅전 전면의 기둥중
한 개는 수령 1,200년이 넘는 싸리나무라고 한다.
대웅전 앞면 기둥은 4개인데 어떤 기둥이 싸리나무인가 확인
하여 보았지만 구분할 수 없으며,상상도 되지않는다.
어느것이냐고 주지스님께 여쭈어 보니, 그 믿음은 마음에
있다는 뉘앙스로 풀이 되었다.
옛 이야기 나누며 죽마고우들과 함께한, 즐거운 하루를 마감
하며 하산 길로 접어든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걸어 내려가는 뒷모습을 보니, 백발에 등
이 휘어 어그적어그적대는 걸음걸이도 눈에 띈다.
볼 수 없는 나의 걸음걸이 뒷모습을 상상해 보며, 세월만큼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오늘의 행사를 위하여 물심 양면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모두의 마음을 아우른 지준일회장,최성범총무,이상완감사의
노고에 감사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친구여!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 만나세!
마음의 손짓을 하며, 매년 수첩에서 하나 둘 지워지는 동창
이름이 올해는 없기를 바라면서, 석양이 기우는 시랑산을
바라보며 박달재 터널을 지났다.
출처 ☞ 윤카페
|
첫댓글 윤준섭샘, 친구분들 만나셔 좋으셨겠어요~~~~~~~* 다들 멋지십니다!!
지금은 볼 품 없는 겉모습 이지만 엤날에는 국가의 머슴으로 일한 고관대작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