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보완 작업을 거쳐 임상 시험을 다시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바이오 시밀러 업계에 알려진 첫 실패 사례인데다 바이오 의약품 분야 강자인 LG에서 일어난 일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 그래픽=조경표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명과학(068870)은 지난해 개발해 임상 1상을 진행한 바이오 시밀러 ‘LBEC0101’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한 의료진으로부터 올 초 결과를 통보받았다. 결과는 ‘LBEC0101’이 오리지널 의약품인 ‘엔브렐’과 ‘다르다’는 것. 미국 암젠사가 개발한 관절염치료제 엔브렐은 한 해 7조원 이상이 팔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내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매출액이 워낙 커서 바이오 시밀러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한화케미칼(009830) (48,750원 ▲ 300 0.62%)과 대웅제약(069620) (44,550원 ▲ 500 1.14%)을 비롯한 여러 회사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다.
LG생명과학은 이번 임상 1상 시험에서 ‘LBEC0101’이 엔브렐과 같다(비슷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다. 생체물질로 구성된 바이오 의약품은 완전히 똑같이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복제약이라는 표현 대신 시밀러(Similar)라는 표현을 쓴다. LG생명과학은 서울대병원 등에서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 1상 시험은 정맥에 주입한 약물이 체내에 얼마나 오래 남아있는지를 보는 약물동력학적 분석(PK·Pharmacokinetics)과 최고 농도는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최고 혈중 농도 분석(Cmax)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이 약물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보는 것. 예를 들어 오리지널 약의 PK 값이 100이라면, 바이오 시밀러는 80~120 구간의 값을 나타내야 하는 식이다. 바이오 시밀러는 오리지널보다 나빠도 안되지만 더 좋아도 안된다. LG생명과학의 LBEC0101’은 임상시험 결과 ‘PK 분석에서 제한된 구간을 초과하는 수치가 나와 엔브렐과 ‘다르다’는 판정을 받았다. 약물이 체내에 더 오래 남아있었다는 의미다.
LG생명과학은 현재 제조 공정을 보완해 임상시험을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을 경우, 대상 환자 수를 늘려 추가 임상을 진행하는 방법과 측정된 값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추가 실험 등으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LG는 제조 공정을 보완해 임상시험을 다시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위한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변경 신청을 내면 임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언제 임상을 다시 시작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바이오 시밀러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업체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달리는 셀트리온(083150)(2건)을 비롯해 삼성전자(005930) (854,000원 ▼ 16,000 -1.84%)(1건), 한화케미칼(1건) 등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 경험이 가장 많다는 LG가 충분히 준비하고도 임상 1상을 한번에 통과하지 못한 것은 바이오 시밀러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최근 뛰어든 다른 기업들의 바이오 시밀러 개발 과정도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