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은 외계인도 못 말린다.
박혜정
사춘기(思春期)는 한자의 뜻 그대로 ‘생각이 봄처럼 시작하는 시기’ 또는 ‘봄을 생각하는 시기’ 이다. 사계절의 시작이 봄이듯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춘기는 성인이 되어가는 첫 단계이다. 이런 단계 없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로 점프해서 가지는 못한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시기는 누구나 성장통을 겪는다. 영어로 사춘기(Puberty)라는 의미는 라틴어의 Pubertas(꽃피우다)에서 유래되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는 시기로서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만 11~12세부터 시작된다. 이 시기 동안 심리적, 신체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며 심리적으로는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특히 사춘기에는 부모와의 마찰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내가 주로 대하는 아이들은 한동안 중2가 무서워서 북한에서 쳐들어 올 수도 없다던 그런 무서운(?)청소년들이다. 그 아이들과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하루는 권이 어머니께서 “선생님, 큰일 났어요. 우리 애가 문제아가 되나 봐요. 학교에 갈 때 세수도 억지로 하고 가는 아이가 거울을 30분씩 보면서 머리에 젤도 바르고 큰일이에요.” ‘내가 보았을 때는 이제 정상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왜냐하면 아이가 얼마나 착한지 너무 착해서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였다.
어떤 어머니는 “선생님, 전 장기 기증을 하려해도 할 수가 없어요.” “왜요?” 난 무슨 큰 문제가 생긴 줄 알고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애가 하도 말을 안 들어서 장기가 새까맣게 다 탔어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우리 포트무디 청소년 교향악단은 매 년 크리스마스 연주를 한다. 연주회의 복장으로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연주복에다 크리스마스 기분을 더 내기위해 산타 모자를 쓰라고 한다. 초등학생 동요합창단이 연주 할 때는 아이들에게 산타 모자를 쓰라고 하면 한 술 더 떠서 큰 루돌프 머리띠도 하고 온갖 장식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정신없이 불이 번쩍이는 머리띠를 해서 연주하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런데 청소년 아이들은 왜 산타모자를 써야하냐고 불만 섞인 질문과 머리가 망가진다고 아우성이다. 연주회에서 말을 할 기회가 있어서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다가 “다른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아이들에게 산타모자 하나 씌우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아시죠?”라고 했더니 객석에서 어머니들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전에는 그렇게 사춘기가 대단한지 별로 체감을 못했는데(우리 집 아이들만 그런 줄…) 요즘아이들은 좀 심하게 사춘기를 겪는 것인지 아니면 점 점 개방적으로 표현을 해서인지 날이 갈수록 좀 더 유별나게 느껴지고 대하기는 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엄마들도 표정이 어둡고 힘들어 하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남자 아이를 둔, 아빠가 옆에 안 계신 유학생 엄마는 더욱 더 그런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사춘기 남자아이들에게는 아빠가 꼭 필요한 것 같다. 이미 엄마는 힘으로도 안 되고 말싸움 밖에 못하니 장기가 까맣게 될 만하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을 지켜보면 길어야 2년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들을 위로한다, 그런데 어떤 어머니는 “쌤, 우리 애는 5살 때부터 말을 안 들어서 벌써 10년째 고생하고 있어요.” 라고 한 술 더 뜬다. 그 기간만 지나면 서서히 좋아지면서 사람(어른)이 되어간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제 사람이 돼가네.” 라고 하면“그럼 제가 동물이었어요?” 라고 이해 못한다는 말을 한다. ‘에구, 청소년하고는 여러 가지로 말이 통하기가 어렵네.’ 말이 난 김에 세월이 지나면서 없어지는 단어들도 있다 보니 그것도 이해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예를 들면, “너 이것도 모르면 간첩이야.” “쌤, 간첩이 뭐예요?” ‘이건 또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지…. 스파이라고 하기에는 느낌이 딱 안 오고….’ 거꾸로 요즘 아이들이 줄임말을 쓰면 그것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어렵다. 귀여운 예로, 차를 타서는 “쌤, 엉따 켜주세요.” “엉따?” “좌석에 엉덩이 따뜻하게 해 주는 거요.” ‘아이구, 여러 가지로 어렵다.’
며칠 전 오케스트라 연습을 할 때 피아노를 치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질 않아서 “목을 좀 악보 위로 빼서 눈이 나랑 마주치게 해줄래?” 라고 별 말도 안 했는데 플루트를 연주하는 여자 아이들이 꺄르르 웃는다. ‘그래, 전에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이런 밝은 모습이었는데!’ 라고 느껴지면서 내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수업시간에 별일 아닌 것으로 웃으면, 사춘기 때는 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웃음이 난다더니 뭐가 그렇게 우습니?” 주위가 이런 밝은 청소년들로 가득했으면 참 좋겠다. 얼마 전에는 앞 수업에 말을 잘 안 듣는 학생을 본 5학년 남자 아이가 “쌤, 요즘 사춘기 아이들은 외계인도 못 말린대요.” ‘이건 위로인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