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하늘을 서핑하다
하와이 글라이딩 체험
하와이에 가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딱 두가지가 있었다.
파도를 타는 서핑, 그리고 바람을 타는 글라이딩이다.
두 가족이 동행했던 이번 여행에서, 서핑은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렸던 반면에
모두가 엄지를 치켜들며 좋아했던 액티비티는, 수많은 하와이 액티비티 중에서도 의외로 바다 속 탐험이 아닌 '하늘 위'를 나는 것이었다.
글라이딩을 체험할 수 있다는 곳 "딜링햄 에어필드"를 네이게이션에 입력하고서는 노스쇼어를 향해 달렸다.
노스쇼어로 가는 길은 와이키키 시내와는 또다른 매력을 자랑하며 드라이브에 재미를 더해주었다.
사실 딜링햄 에어필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채로 무작정 출발했는데
한참을 달리다가 슬슬 걱정이 될 무렵쯤에 표지판을 지나쳤다.
이 표지판을 봤다면 제대로 잘 찾아 온 것이니 지나쳤다면 유턴 후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다소 황량한 활주로 옆, 사무실이랄 것도 없는 이 곳 데스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행길이다 보니 죄송하게도 예약된 시간보다 20분가량 늦었음에도 환영해주며 작성할 서류를 내민다.
간단한 설명과 서류 작성 후 원하는 코스를 확인하고선 서명하면 그것이 탑승권이 된다.
글라이딩 GLIDING.
사람들은 흔히 '무동력 글라이딩'이라는 말을 쓰는데 글라이딩이라는 말 자체가 동력없이 활공하는 것을 뜻한다.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글라이더는 엔진이나 프로펠러 등의 별다른 추진장치가 없이 미끈하다.
기체는 성인 남자 혼자서 방향을 틀 수 있을 정도이다.
내가 탈 글라이더의 이름은 SKY SURFER, 하늘에서 바람을 타며 서핑을 하는 것, 참으로 멋진 이름이다.
몇달전 주말 간판 예능프로 "무한도전"에서 하와이 글라이딩이 소개된 적이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체험한 글라이딩은 가장 난이도가 높은 "아에로바틱"으로
무동력 상태에서 글라이더가 360도 공중곡예비행을 하는 것이다.
옆에서 본 아에로바틱용 글라이더는 훨씬 날렵하고 견고해 보였다.
다만 아에로바틱은 안전상의 문제로 몸무게 99kg, 키는 185cm 미만으로 제한하니 모두가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켠에 마련된 체중계는 가혹하게도 나의 동행에게 불가 판정을 내려버렸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가장 일반적인 Scenic Ride, 즉 비행하면서 경치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발랄하게 생긴 이 노랑 비행기가 견인비행을 담당하고 있다.
글라이더가 기류를 탈 수 있을 때까지 하늘로 끌고가는 역할을 한다.
일행이 먼저 비행을 준비한다. 앞의 견인비행선과 글라이더는 노란 와이어로프로만 연결되어 있다.
와이어로프가 팽팽히 당겨지더니 금새 글라이더는 견인비행기를 따라 살포시 떠올라 이내 작은 점이 되어 하늘을 날아 올랐다.
그동안 나의 첫 글라이딩을 이끌어줄 파일럿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 기념 사진도 찍어주며 몇마디 담소를 나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공군 기지였던 이 곳 딜링햄 에어필드는 지금은 사설로 글라이딩이나 스카이다이빙을 위해 운영되지만
일몰 후에는 여전히 군용 헬기들이 훈련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글라이더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은 두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이니 협소하다 싶을 만큼이나 지극히 단촐하고 조금은 낡아 있었다.
앞좌석은 파일럿이 앉는다.
앞선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견인비행기의 와이어로프를 글라이더 앞쪽에 연결하고선 슬슬 나도 이륙을 준비한다.
투박하게 생긴 안전벨트를 허리와 양쪽 어깨에 둘러 채우고
조종실 캐노피도 이렇게 수동으로 닫으면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Are you ready?" 라는 물음에 이미 준비는 오늘 아침부터 돼있었다며 농담을 건냈지만, 심장이 조금은 콩닥콩닥거렸다.
아주 오랫만에 느껴보는 기분좋은 긴장감이다.
출발과 함께 견인비행기와 연결된 와이어로프가 팽팽해지고 곧 땅에서 둥실 떠오른다.
이륙 당시 잠시 쏟아졌던 빗방울이 조종석 유리면으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속도를 가늠케 했다.
닫혀진 캐노피 틈 사이로 몰아치는 바람소리까지 가세하니 밖에서 보던 것보다 실제의 체감 속도는 훨씬 빠르다.
꽤 하늘로 떠오른 견인비행기와 글라이더는 산을 끼고 180도 방향을 바꾸어 계속 상승하여
특정 고도가 되면 파일럿은 글라이더에서 와이어로프를 분리한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와이어로프가 눈앞에서 떨어져나가면 그 반동이 글라이더에 그대로 전달되어와 순간 기체가 출렁 내려앉는다.
이제부터 정말 무동력이다. 바람에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늘에서의 서핑이 시작되었다.
바람을 타고 해변가를 낮게 선회하고 있으니
얼마전 은퇴발표를 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배달부 키키"가 된 느낌이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이런 느낌인 걸까? 비행기를 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높은 곳에서 보는 노스쇼어의 풍경도 드라이브 중 지나쳐 보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멋지다.
땅에서는 보이지 않거나 혹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웠던 풍경에는 가슴이 콩닥거렸다가 바람의 기류를 타고 급하강 급상승을 할 때엔 심장이 요동친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너무나 짜릿한 게 신나서 웃음 섞인 환성이 절로 새어나온다.
먼저 출발하여 활공 중인 다른 글라이더를 따라서 산골짜기를 굽이 칠때면
파일럿과 나는 이구동성으로 "Oh my god~~~!!!!!" 을 외치고선 정말로 깔깔대며 웃었더랬다.
짜릿함의 하이라이트는 착륙 직전에 글라이더가 급선회 할 때였다.
해변을 따라서 잠시 비행하더니 곧장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 칠 듯이 급격히 고도를 낮춘다.
이번에는 "엄마야~~~~"를 같이 외쳤다.
무한도전 방송 이후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덕에 그정도 한국말은 안다며 파일럿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주었다.
20여분간의 활공을 마치고 다시 딜링햄 에어필드로 돌아왔다.
조종석 바로 뒤에서 목격하는 착륙에 조금은 긴장되었지만 글라이더는 의외로 사뿐히 땅으로 내려앉았다.
한 것이라곤 감탄사를 내뱉는 것 밖에 없었으면서 괜히 부기장이라도 된 듯한 기분에 혼자 속으로 웃었다.
노스쇼어에서 와이키키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쉼없이 조잘거렸다.
바람을 타며 하늘을 가르는 기분이 얼마나 짜릿했는지, 하늘 높이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또 얼마나 멋졌는지.
사실 무한도전 하와이편을 여행을 다녀온 후에야 봤다.
방송을 보는 내도록 "앗- 저기 우리가 갔었잖아!"와 "아- 우리도 저걸 해봤어야하는데.." 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특히나 글라이딩을 하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겪었던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한참을 몰입해서 봤는데
역시나 결론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체험했던 그 "아에로바틱"을 탔어야했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방송을 봤다면 무조건 아에로바틱을 탔을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TV 속 그들이 하늘에서 두 눈 질끈 감고 소리치는 동안 우리는 하와이에 다시 가야겠다며 다짐했다.
하늘에서 바람을 타며 공중제비를 도는 그 짜릿한 순간을 위해서.
물론 그게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무궁무진한 매력으로 넘치는 하와이로의 또다른 기행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INFORMATION
Honolulu Soaring
68-760 Farrington Hwy,, Dillingham Airfield, Waialua, Oahu, HI
TEL : 808-637-0207
E-Mail : mrbill@hawaii.rr.com
OPEN : 10 am to 5:30 pm
가격 : 1인 20분 기준 – 일반 Scenic Ride : $115 / 에어로바틱 Aerobatic : $ 185 /미니레슨 : $135
일반 Scenic Ride 몸무게 키 제한 : 270 lbs / Maximum height 6ft 7inch (약 122kg / 204cm)
에어로바틱 몸무게 키 제한 : 220 lbs / Maximum height 6ft 1inch (약 99.5 kg / 185cm)
2인이 함께 탈 때 – 20분 $ 198
아에로바틱은 낙하산 착용후 글라이딩이 가능하다. 그 외에는 낙하산 무착용.
더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 http://www.honolulusoar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