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벌써 10월 묵주기도성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모든 신자들께서 성모님과 함께 걸으신 한 달의 여정을 통해 하느님의 섭리에 조금 더 가까워지셨기를 기도합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성모님께 보여주셨던 사랑, 사람의 품위를 들어 높이시고 약한 자를 보호하신 그 사랑을 영으로 경험했던 한 달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저는 이 한 달 동안 저녁에 성모 동산 앞에서 했던 본당 공동체의 묵주 기도를 이끌어주시고 참여해 주신 신자분들과 봉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 5월과 10월에 다시 하게 될 이 묵주 기도에 모든 신자분께서 함께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성 바오로 사도는 완전히 하느님의 눈을 가진 분입니다. 그분은 인류의 역사를 하느님의 눈으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아담에서 시작된 인류의 역사는 문화의 발전이나 인류의 능력을 고양하는 것 이상으로 죄를 쌓아놓고 있는 역사입니다. 죄는 폭발적인 힘을 가지고 증식되고, 작은 죄가 금방 사람들 사이에 놓이면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순식간에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면서 죄를 창궈라게 만드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이 세상은 “멸망의 종살이”(로마 8,21)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죄에 눌리고 살아가는 동안 하느님께서는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요? 하느님은 교육자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사람을 믿으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고통과 악을 체험하고 그것은 아니라고 말할 때까지 그대로 두시는 분입니다. 그렇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에게 주셨고, 우리가 다른 삶을 원하는 힘, 즉 희망을 가질 힘을 주셨습니다.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현실의 삶을 보면 악을 이겨내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죄의 순환고리를 끊어내고 구조악과 같은 거대한 어두움의 세력에 한 사람이 맞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매일 경험하는 것이 악은 더욱 성장하고 있고 사람들은 더욱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공공을 위하고 미래를 위하는 옳은 일에는 무관심해 보입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이루어질 것 같은 희망을 두라는 것이 사도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힘으로 옳은 일이 이루어지고 사람들이 가슴 속에 얼려두었던 사랑의 고리가 풀려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꾸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서 사는 법입니다. 늘 옳음이 있는 영원한 세상이 있다는 힘으로 이 세상을 옳게 변화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작고 나약하지만 역전을 이루시는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약한 이들을 통해서 이루시는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아는 성모님의 노래로 이 희망을 우리에게 가르쳤습니다. 오늘 다시 이 노래로 우리가 가진 희망, 모는 인간적인 처원을 넘는 희망, 하느님께서 주시는 희망을 노래하면서 묵주기도 성월을 마감합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
능하신 분이 큰일을 내게 하셨음이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시로다.
그 인자하심은 세세대대로 당신을 두리는 이들에게 미치시리라.
당신 팔의 큰힘을 떨쳐 보이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도다.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셨도다.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
자비하심을 아니 잊으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으
이미 아브라함과 그 후손을 위하여 영원히 우리 조상들에게 언약하신 바로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비전동성당]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