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문학을 통해 이웃나라와
교류하는 즐거움
지난 8월 초순 한국에서
4일간에 걸쳐 개최된 한일 기독교 문인 회의에 참가하였다. 기독교 월간지 <신도의 벗> 편집자로서,
수년 전에 연재한 <줄거리로 읽는 기독교 문학>을 2년간 담당한 인연이 있다. 그 당시 연재 어드바이저로 집필자의 한
사람이었던 시바사키 사토시(柴崎聰) 선생의 권유가
있었다. 다른 필자들도 참가한다는 얘기여서, 반쯤은 사은하는
기분으로 참가하기로 했다. 문인도 아닌 내가 참가해도 좋을지에 대한 생각도 했지만, 발표 대상 작품에 내가 좋아하는 호리 타쓰오의 <바람 불다>가 있어서, 흥미가 끌렸다는 단순한 동기도 있었고, 몇 차롄가 방문한 적이 있는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동북아기독교작가회의. 이것이 이번에 참가한 회의 정식 명칭이다. 문학을 통한 국제 교류를 목적으로, 1987년 도쿄(東京) 스이도바시(水道橋)에 있는 한국YMCA에서 제1회
회의가 개최되었다.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침묵(沈黙)>이 발표 대상 작품이
된 이유도 있어서, 엔도 선생 자신도 게스트로 참석했다고 한다. 제1회 때만 일본, 한국, 타이완의
참가자로 구성되었으나, 제2회부터는 한국과 일본만의 기독교작가문학회의가
되었다. 그 후 격년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해왔다. 일본
측의 후원은 제1회 때부터 재단법인 기독교문서센터가 맡고 있다.
제1회 개최로부터 만
30년이 되어 기념할만한 회의가 되는 이번 제16회 회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버스로 3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간 군산시에서 개최되었다. 풍광명미하고 조용한 항구도시이다. 참가자로, 한국 대표단은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문인들과 현지 문인들까지 합하여 26명, 일본 대표단은 7명으로 나를 제외하면 문학이나 교육에 관계되는 분들이었다.
첫날의 환영 리셉션은 군산시장 초청으로 시민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었고, 축사와 관계자에 대한 감사패 수여 등이 이어져서, 저녁식사 때가지 2시간이 소요된 데 놀랐다. 문화를 차이를 느꼈지만 환영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어 왔다.
실제 회의는 이틀째 오전, 오후, 밤(!)과 3일째 오전에
개최되었다.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분과발표에서는 일본의 시, 한국의
시, 일본의 소설, 한국의 소설에 대해, 한일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연구 발표하였으며, 모두 일·한, 한·일의 통역이 있었다. 일본측은 발표자이기도 한 세리카와
테쓰요(芹川哲世), 나가하마
타쿠마(長濵拓磨) 씨(두 분 모두 대학교수로 부인이 한국인!)가 회의 중은 물론 모든 일정 동안 통역을 해주셔서, 매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한국 측 시인 권택명 씨의 탁월한 통역이었다. 다양한
일본어 어휘를 구사하면서 적절한 단어를 활용하는 통역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언어를 사용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편집자로서 생각한 것이기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최
측 총무로서의 총지휘, 총사령관의 역할을 담당하는 격무였을 터임에도,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모든 사람에게 경의를 가지고 대하는 겸허한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
그와 같은 통역에 더하여 그가 작성한 일본어판 자료의 덕택으로, 처음
참가로서 문인도 아닌 나도 회의에서 발언된 내용의 대부분을 이해하고, 흥미 깊게 경청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회의의 마지막 발표인 호리 타쓰오(堀辰雄)의 <바람 불다(風立ちぬ)>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의 <예술적 세계와 기독교>에 대해 교토(京都)외국어대학
교수인 나가하마 타쿠마 씨가, <기독교 세계관적 어프로치(approach)>를
한남대학교 은퇴 교수인 오승재 씨가 발표하였다.
그 후 질의응답 등 다양한 토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도
발언할 기회를 얻었다. 이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는 수준으로는 다른 분들의 연구 발표에 대해 통찰하거나
비판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다만, 내가 감탄한 것은, 여러 면에서 주제로부터 일탈하기 쉬운 경우가 있었던 가운데서도, 오승재
교수가 분명하게 회의의 전체 테마인 <기독교 작가들이 인식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작품, 자기자신, 그리고
호리 타쓰오의 작품에 나타나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분석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처럼 이 회의로
보면 아마추어인 사람에게도 이해가 되었다는 점이다. 전문적인 것을 어려운 내용 구성이나 단어로 말하는
것은 간단한 것일 것이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쪽이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수고를 마다 않고 애써주신 오승재 교수의 성의가 느껴지는 발표였다.
언어의 벽을 넘어 배우는 것이 조금이나마 되었다는 것, 문학을
통한 한일 교류에 참가할 수가 있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귀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있다. 이 모든 것에 우리들 사이에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셨기 때문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가
있었던 것도 이번 참가의 커다란 결실이었다.
이 글은 2017년 8월 3일-6일에 걸쳐 전북 군산시 월명동에서 있었던 <동북아 기독교작가회의> 참관기를 <월간 창조문예 10월호>에 권택명 총무의 번역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이치카와 마키(市川眞紀)
일본기독교단 <신도의 벗> <마음의 벗> 편집자
첫댓글 교수님께서 한일 기독교 문인 회의에 한 축을 담당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