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블루베리농장 여행기
은퇴 후 보다 아름다운 노후생활을 위해 산비탈에 작은 밭을 마련, 고구마와 채소 토마토 등을 재배하면서, 농사기술을 배우려 인터넷을 뒤지다가 특수작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최근에 블루베리가 크게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마침 그 한 농장이 조선일보와 코오롱스포츠가 함께 벌이는 52주 당일치기 여행코스에 소개 된 것을 보았고, 내가 사는 수원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수원농업기술센터에서 같이 전원농업교육을 받았던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려 함께 갈 친구들을 불렀는데 15명이나 참여하겠다는 것이었다. 모두들 나처럼 블루베리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것이다. 농장 사장님께 전화하여 우리 팀의 방문계획을 설명하였더니, 예약 없이 언제라도 오면 된다는 것이었다.
코오롱스포츠 홈피에서 그곳 찾아가는 길을 다시 메모하여, 7월 11일 수원기술센터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서 승용차 3대에 나누어 타고 떠났는데, 용주사와 융건능이 있는 마을을 경유, 병점에서 부터 1번 국도를 따라 달려 오산, 송탄, 평택을 지나 성환 쯤 이르니, 바로 연암대학교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안내에 따라 좌회전하여 한적한 작은 길로 들어가니 여기 저기 포도밭이 보였고 다른 블루베리 농장 간판도 보였다. 낮은 언덕의 구릉지역이어서인지 과일나무가 많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유명한 성환참외를 재배하는 농장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들어가니 갑자기 도로가 넓어지고 모 군부대가 나와서, “이런 곳에 웬 부대?” 하고 놀랐다. 연암대학교는 그 군부대 바로 이웃에 있었는데, 이제 거의 다 온 것이다. 연암대학교 앞을 지나면서 멀리 경부고속도로가 보였는데, 그 굴다리를 빠져나와 우회전하니 연곡1리라는 마을표지판이 나왔다. 우리가 찾는 농장은 1km 쯤 더 들어가는 연곡2리에 있다. 그러나 갈림길에서 연곡2리라고 표기되어있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블루베리코리아 농장은 그 반대방향인 우측 황토 길로 올라타서 비탈을 내려가야 나온다.
블루베리코리아 농장은 그냥 황량한 언덕바지에 있는 평범한 과수원이었다.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농장 가운데 언덕에 간이쉼터가 있었는데, 한 쪽에 큰 파라솔 한 개를 세워놓고 수확한 블루베리 열매를 팔고 있었으며, 그 앞쪽에 의자가 붙은 야외식탁이 몇 개 놓여있었다. 다른 휴게시설은 전혀 없었고 식수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서비스는 물론 화장실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기대했던 “열매따기 체험 프로그램” 같은 것은 없었으며, 수확 중인 과수원에 들어가는 것도 통제되고 있었다.
서울에서 오셨다는 85세 할아버지와 노마님이 식탁에 앉아 블루베리 열매를 드시고 계셨는데, 블루베리의 원산지는 북미 쪽으로 원래 인디안들의 비상식량이었다고 하시며, 지금은 좀 귀해서 100g에 4,000원으로 비싼 편이나,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재배농가가 많아져 싸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신다. 그리고 엊그제 서울 모 백화점에서는 100g에 3,800원 하는 것을 보았는데 여기 산지 값이 더 비싸다고 못내 아쉬워하신다.
우리도 주인네가 작은 컵에 담아주는 시식용 블루베리 열매를 받아 식탁에 둘러앉아 먹어 보는데, 그 모양은 포도와 거의 같으나 크기가 요즘 농장에서 재배하는 개량 머루 만 했고, 잘 익은 것의 맛은 신맛 없이 달았다. 그래서 입안에서의 느낌은 상큼하거나 새큼하기 보다는 텁텁한 편이었으며, 먹고 난 후 이빨과 잇몸이 가지를 먹었을 때와 같이 보라색으로 변해서 서로 보며 웃기도 했다. 포도나 머루와 확실하게 다른 점은 씨와 껍질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씨가 있기는 하나 아주 작고 부드러워 거의 씹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껍질도 아주 연했다.
우리는 블루베리를 먹으며 저마다 주워들은 상식들을 털어 놓았는데, 미국에서는 10대 건강식품 리스트에 들어있다. 보라색이라 안토시안이 많이 들어있어서 암 예방에 좋고, 눈의 노화도 예방한다더라. 주스로 만들어 매일 마시면 혈압도 내려가고 비만체질도 바꿀 수 있다더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는 성분이 어느 과일 보다 많이 들어있다더라. 장수건강식품이다 등이다. 나는 여성인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피부미용에 좋지 않겠어요?” 하고 맞장구 쳐 주었다.
블루베리 농장은 2-3년생 노지 밭과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6-7년생 시설 밭으로 나뉘어 있었다. 시설 밭은 나무 열을 따라, 위에 투명지붕을 높이 씌워서, 비가 나무에 직접 내리지 않게 하고, 다시 그 위에 하얗고 총총한 방조망을 씌워서 작은 새들까지 들어 갈 수 없게 하였다. 모든 나무에는 물을 주는 고무호스가 길게 연결되어있다.
농장입구에서는 크고 작은 화분에 심은 블루베리 묘목을 팔고 있었는데, 3년생은 30,000원 2년생은 20,000원이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게 되면 습도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거의 죽이게 되고, 노지에 심어도 사전에 토양의 PH를 맞추어 비배관리를 해 놓지 않으면 죽는다고 하여서 나는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우리는 각자 블루베리 열매를 1kg씩 샀는데, 어제 따서 팔고 남아 냉동고에 보관했던 것은 35,000원, 오늘 방금 딴 것은 40,000원이었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면 길이 막히기 때문에 서둘러 떠났다. 오늘 길에 생각해 보니, 이렇게 좋다는 과일나무를 어찌 국가 주무기관인 원예사업소 같은 곳에서 진즉 들여와 보급하지 않고, 개인 사업자들이 들여와 우리토양에 맞게 개량하고 보급하는지...,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
출처: 세계오지여행정보 원문보기 글쓴이: 지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