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로서 강영숙(사진ㆍ현 예지원 원장)은 4.19와 5.16 등의 역사 속에서 방송을 진행해왔다.
사회는 어수선했고 방송국은 초긴장 상태가 계속 되었다. 방송인으로서 객관적인 사실을 신속·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 어려웠던 때였다. 총을 든 군인들이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까지 들어와 원고 외의 멘트가 나가지 않도록 일일이 감시했던 시절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5.16이 일어나던 새벽, 숙직 중이던 아나운서들 중엔 시커먼 군인들이 방송국을 점령하자 북쪽에서 인민군이 넘어온 것으로 착각하고 담 넘어 도망쳤던 일도 있었다.
당시 숙직실에 남아있던 박종세 아나운서가 5.16을 알리는 첫 새벽방송을 했다.
아침 출근길 방송국 정문을 막아선 군인들을 보고 누구라도 놀라고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성악가였던 나운영씨 부인의 출입을 막자 “예술인으로서 출입의 권리가 있다”면서 당당히 주장했던 것이 뒷날 사람들에게 회자되곤 했다.
강 원장은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 중 하나로 육사생들의 시가행진을 중계했던 일을 꼽았다. 서울운동장에서 반도호텔(지금의 롯데호텔)까지 육사생들과 함께 행진하며 선배 임택근 아나운서와 호흡을 맞췄다.
여성의 발걸음으로 행진에 보조를 맞추며 방송을 진행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보조진행자로 여학생을 뽑았었는데 나중에 보니 가수 한상일씨 부인이 돼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