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아픈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내게 적지 않은 두려움과 긴장감의 연속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전에는 새벽 5시에 다급한 전화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날은 주일 날 이었습니다.
잠을 깨서 받은 전화는 긴급 전화였습니다. 이곳에 계신 선교사님의 다급한 전화 목소리였습니다. 사모님이 밤새도록 열이 몹시 심하고 감기 몸살이 있는 거 같으니 약을 이곳까지 갖고 오라는 전화였습니다.
차를 갖고 오실 수가 없으니 전화를 하신 것입니다. 노후 된 덜커덩거리는 트럭이라도 갖고 오시면 좋으련만...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곳을 갈 수 있는 교통이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그 오지에 차가 수월하게 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시티 홀<시청>에서 세멘트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갈 수 있는 편은 모터싸이클이 그곳을 들어가는 입구까지만 갈 수 있는데 선교사님 선교센타까지 가려면 입구에서 십리가 됩니다. 걸어서 약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나는 항상 어디를 가든지 배낭에 약을 골구루 넣어 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오늘도 배낭을 챙기고 일찍 길을 떠납니다.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선교지 입구에 오니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 배낭은 무겁지는 않지만 뜨거운 해빛 아래 걸어갈 일이 꿈 만 같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땀만 비오듯 젖고 거리의 길이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내가 가지고 가는 것은 겨우 켑셀에 들은 약 몇 알이고 걸어가면서 힘들어서 땀을 뻘뻘 흘리고 헉헉거리며 묵상으로 기도하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 사경을 혜매고 있는 사모님과, 기도하면서 정성으로 낱낱이 약 이름을 적어 보내 주신 한국에 신약사님과, 장집사님을 생각하면 십리 길도 내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걷고 또 걷고 드디어 선교센타에 도착했습니다.
내가 너무 늦은 것일까요?
9시에 들여지는 예배가 끝나고 성도들이 나오다 나를 보고 반가워 합니다.
이곳 성도들 앞에서 설교하고 축도해 줘서 나를 모두 압니다. "사모님, 베리 마사낏!! 마사낏!!" 합니다. 사모님이 많이 아프다는 것이지요.
"예스 오케이! 예스 오케이!!" 나는 황급히 선교센타로 들어갔습니다. 정말 많이 아프십니다. 그래서 약을 얼른 꺼내 들이고 선교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
그러나 나중에 병원을 가서 안 일이지만 그 약을 먹고 열은 내려갔지만, 오한이 나고 증세가 또 심해져서 호스삐딸<병원>에 가보니 말레리아 병이었다는 겁니다.
지금은 완쾌 되셔서 학교 개학 준비 중입니다. 선교사님 사모님은 현지 사람이고 이곳에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세운 곳에서 교사로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큰 사건은 어제 "움직이는교회" 공사 현장에서 있은 일입니다.
동네 사람들과 같이 꾸버에 앉아 있었는데 3~4살 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 아이가 얼굴에 온통 피 범벅이 되어 마구 울면서 할머니 손을 잡고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놀라서 나를 보고 "파스톨! 파스톨<목사님>!" 부릅니다. 아이를 꾸버에 데리고 왔는데 눈 주위에 상처가 큽니다.
이곳은 산 이 많기 때문에 놀다가 날카로운 나무 끝 에 찔린 것입니다.
얼굴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어 주고 잔뜩 겁 먹은 아이에게 "마간다, 마간다," 하고 달래 주면서 손에 캔디를 쥐어 주었드니 울음이 그쳤습니다. 상처가 좀 심했습니다.
그래도 눈 주의라 약을 발라 주면 아이가 2~3일이면 낳을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약을 바르고 반창고로 붙여 주었습니다.
급한 환자들이 있으면 나는 내가 더욱 당황합니다. 그래서 호스삐딸로 보내거나 내가 갖고온 약으로 치료합니다.
의사분들의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 많습니다. 오늘 가서 상처에 다시 약을 발라 주고 반창고를 붙여줘야 됩니다.
참으로 내가 하는 일은 아주 작고, 작은데 하나님의 손길과 한국에서 약을 보내 주신 분들의 은혜는 많은 사람들을 고쳐 주는 큰 역할을 합니다.
한국에서 뜻이 있는 의사분들의 선교가 참으로 필요합니다.
나중에는 반드시<시구라도!> 하나님께서 이런 귀한 손길들을 보내 주실 것을 믿으며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감사와 장집사님, 신약사님 그 외에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떤 목사님의 눈물겨운 헌금에 대해서 잠깐 이 글을 통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화에서 개척한지 2년이 되는 교회에 목사님이십니다. 그곳은 아름다운 조그만한 시골 전원 교회입니다. 그 교회에 몇명에 외국인 성도도 있습니다.
성도들도 20명 미만인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아야 할 교회인데 이곳 선교지를 위해서 10만원을 보내왔습니다.
극구 말렸지만 성령의 인도로 하신다고 했습니다. 그곳에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는 터라
가슴이 너무 찡했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은 일이지만 하나님은 크게 받으시기에 잠깐 글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2012년 5월 29일 아침에 필리핀에서 주의 종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