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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명상의 글로벌 트렌드 ]
불교 명상과 현대 의학의 접목 - 존 카밧진과 MBSR -
조은수 /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
병원 지하실에서 시작된 조용한 혁명
그 혁명은 1979년 가을,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시에 있는 매사추세츠 주립대학(UMass) 의과대학 병원 지하실에서 시작되었다. 존 카밧진(Jon Kabat-Zinn, 1944〜현재)은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 지하에 환자들을 초대해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만성 통증으로 수년째 고통받는 환자들, 불안과 우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의학에서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은 이들이었다. 그는 당시 UMass 의대에 소속되어 분자생물학자로 일하고 있던 차였다.
이 프로그램은 점점 확장하여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법,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알려져 사람들의 웰빙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1995년 UMass 의대 병원은 마음챙김센터(CFM: Center for Mindfulness)를 설립하였다.
(흔히 그를 교수로 부르는데 MBSR 클리닉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UMass 병원 내에 마음챙김센터가 설립되는 등 의학적 기여도가 높아지자 UMass 의대 교수라는 명예 직함이 주어졌다. 현재는 이 학교에서도 은퇴하였기에 공식 직함은 UMass 의대 명예교수이다.)
카밧진은 처음부터 이런 성공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1979년에 제게는 하나의 꿈이 있었습니다. 이 MBSR 프로그램이 의과대학의 임상에서 성공한다면 명상은 주류 의학과 신경과학, 의료 분야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기본적으로 제가 구상한 것은, 명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치유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이 말이 여러분들에게 오만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사실이 그랬습니다.”
과학자의 눈으로 불교를 만나다
그가 꿈꾼 이런 원대한 비전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펼쳐졌을까? 1944년 6월 5일, 존 카밧진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엘빈 카밧(Elvin Kabat)은 저명한 생의학 과학자였고, 어머니 샐리는 화가였다. 그는 부모의 영향하에 “과학과 예술의 융합” 속에서 자랐다고 표현한다. 유대인 가정이었지만 유대교를 엄격하게 실천하는 집안은 아니었다. (본래 성씨는 Kabat인데 아내 Myla Zinn의 성을 붙여서 Kabat-Zinn이라고 썼다.) 아내 Myla는 유명한 사회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Howard Zinn, 1922〜2010)의 딸이기도 하다.
카밧진은 어릴 때부터 과학에 깊이 매료되었다. 하버포드 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MIT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학생들의 베트남전 반대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MIT 대학원 재학 중에 명상가 필립 카플로(Philip Kapleau)가 대학에 와서 명상에 대한 강연을 했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명상의 세계에 눈을 떴다고 한다. 이후 틱낫한스님, 한국의 숭산(崇山)스님 등에게서 불교수행을 하였고, 숭산스님과의 인연으로 하버드 대학 앞에 있는 케임브리지 선 센터의 창립 멤버가 되었다. 또한 하타 요가를 깊이 수련했고, 잭 콘필드와 조셉 골드스타인이 설립한 IMS(Insight Meditation Society)에서 테라바다 비파사나 명상을 공부했으며, 나중에는 그곳에서 가르치기도 했다.
1971년 MIT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후 UMass 의대에서 세포생물학과 해부학 연구를 이어갔다. 1979년 2주간의 집중 수련을 하던 중에 자신에게는 “전생의 업에 의한 소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불교 명상에서 얻은 통찰을 만성질환과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전달하는 것, 그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후 매사추세츠 의대 병원을 설득해 지하실에 Stress Reduction(스트레스 감소) 클리닉을 열게 되었다.
그는 과학자였지만 깊이 선禪과 불교 명상을 수행하던 수행자였다. 그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 구절이 바로 그의 선적 지향성을 말해준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호흡, 지금 여기 앉아 있음, 지금 살아 있는 것. 그저 이것. 그저 이것뿐.(Just this moment, just this breath, just this sitting here, just this being human. Just this. Just this.)”
MBSR, 2,500년 불교명상 전통의 현대적 변혁
카밧진이 만든 프로그램의 이름은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로 줄여서 MBSR이라 부른다. 그는 이 이름을 짓는 데 많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뉴에이지나 동양 신비주의 인상을 피하고, 명상이나 불교 대신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적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게 하고, 또 ‘스트레스 감소’라는 실용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전면에 내세워 MBSR이라는 두문자어頭文字語를 쓴 기업식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의 사상과 MBSR 프로그램을 알 수 있는 대표작은 1990년에 출간되어 현재 고전이 된 방대한 분량의 책, Full Catastrophe Living이다. 그 외 TED 강연이나 Google Talk 영상을 통해 그의 핵심 사상을 압축적으로 알 수 있다.
MBSR은 8주 과정으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매주 약 2.5시간의 그룹 세션에 참여하고, 5주차 즈음에 하루 종일(6〜7시간) 주로 침묵 속에서 진행되는 집중 수련 시간, 그리고 매일 집에서 하는 개인 수련(45분, 6일/주)으로 이루어진다. 수련법은 세 가지다.
첫째, 호흡과 신체 감각, 생각,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챙김 명상(좌선),
둘째, 발끝에서 머리까지 몸 전체를 순차적으로 스캔하며 감각을 알아채는 바디 스캔 (body scan)
셋째, 동작을 통한 마음챙김인 하타 요가.
이 세 가지를 통해 참가자들은 판단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훈련을 한다. 카밧진은 마음챙김을 다음과 같이 한 줄로 정의한다.
“특정한 방식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 - 의도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판단 없이(Paying attention in a particular way: on purpose, in the present moment, and non-judgmentally).”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이 정의 안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담겨 있다.
▶ 의도적으로: 마음챙김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행위다.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의식적인 선택을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
▶ 지금 이 순간에: 주의는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에 닻을 내린다. 과거를 되씹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재에 머무는 것이다.
▶ 판단 없이: 경험을 좋다 나쁘다, 바람직하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으로 분류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 무언가를 바꾸려 하지 않고 단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후 카밧진은 여기에 “마치 당신의 삶이 그것에 달린 것처럼”이라는 구절을 덧붙였다. 마음챙김이 가벼운 관심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걸고 깊이 몰입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Mindfulness라는 단어는 팔리어 단어 ‘사띠(sati)’의 영어 번역어이다. 이 단어를 그가 창안했는가 하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가 창안한 것이 아니다. 19세기 말 영국의 불교학자 리스 데이비즈(T.W. Rhys Davids)가 불교 경전을 번역하면서 ‘sati’를 ‘mindfulness’로 옮긴 것이 최초이다. 카밧진의 공헌은 이 단어를 의학·심리학·대중문화의 언어로 끌어들인 데 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단어는 이제 현대인의 일상 어휘가 되었다. 그는 MBSR을 통해 불교 명상을 서구 주류 사회로 진입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할수 있다.
과학이 뒷받침한 명상, 임상 효과와 신경과학
카밧진의 작업이 단순한 명상의 대중화를 넘어선 것은 그가 과학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MBSR의 효과를 엄밀하게 측정하고자 했다. 1982년부터 발표된 연구들은 MBSR이 만성 통증 환자들의 고통을 현저히 줄이고, 불안과 우울 증상, 면역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 보고에 따르면 스트레스 감소 클리닉 환자들이 만성 통증의 약 50% 감소를 경험했다고 한다. 만성 피부질환인 건선(psoriasis)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MBSR 수련자들이 대조군보다 피부 치료 속도가 빠른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1993년에 방영된 PBS 다큐멘터리 〈Healing and the Mind〉는 MBSR이 미국 전역에 알려지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Davidson)과의 공동 연구는 더욱 주목할 만했다. 단 8주간의 MBSR 프로그램 이후 참가자들의 뇌에서 주의력, 공감, 정서 조절과 관련된 영역의 회백질이 증가했음이 fMRI 뇌 영상으로 확인되었다. 명상이 뇌를 실제로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증거였다. 이 발견은 “명상은 효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명상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로 논의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켰다.
1993년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인 빌 모이어스(Bill Moyers)가 공영방송 PBS를 통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마음과 치유(Healing and the Mind)〉에서 카밧진의 스트레스 감소 클리닉을 집중 조명했다. 이 방송을 계기로 MBSR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듬해 출판된 그의 두 번째 책 Wherever You Go, There You Are는 전국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MBSR 클리닉들이 미국 전역의 병원과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2015년 기준, 미국 의과대학의 약 80%가 마음챙김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UMass MBSR 커리큘럼이 배출한 공인 MBSR 강사는 미국 전역과 30개국 이상에 걸쳐 약 1,000명에 이른다. 전 세계 720개 이상의 병원과 의료기관이 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속 웹페이지와 앱, 비디오, 유튜브 등에서 카밧진 자신의 저술과 강의가 소개될 뿐만 아니라 자격을 취득한 강사들에 의해서 전 세계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학교와 기업뿐만 아니라 군대와 교도소에까지 그의 방법론이 스며들었다.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 변혁인가 왜곡인가
그러나 그가 이룬 성과만큼 논란도 뒤따랐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카밧진이 불교적 뿌리를 의도적으로 지웠다고 비판한다. 2013년 불교학자 론 퍼서(Ron Purser)와 데이비드 로이(David Loy)는 마음챙김이 “판매 가능한 기법으로 상품화”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맥도날드에 비유해서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는 말을 썼다.
불교의 윤리적 틀은 팔정도八正道에 기반하는 것인데 이것이 뿌리째 뽑힌 것이며, 고통의 근본 원인을 다루지 않고 사람들을 부당한 시스템에 더 잘 적응하게 만든다는 비판이었다. 나아가 비판자들은 이 ‘탈불교화’가 서구 사회에서 불교와 아시아 문화에 대한 편견을 암묵적으로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미군이 전투원의 ‘작전 효율성’ 향상을 위해 MBSR을 도입한 것도 논란을 낳았다. 이것이 카밧진의 묵인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명상 수련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불교 전통에서 비폭력(ahimsa,아힘사)은 핵심 가치인데, 살상 능력을 높이기 위해 명상을 활용하는 것이 과연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카밧진은 이 비판들에 맞서, MBSR을 개발하면서 불교적으로 보이는 것을 피하려 “최대한 노력했다.”고 했다. MBSR은 ‘맥마인드풀니스’가 아니며, 그것은 다르마[佛法]가 사회 주류로 이동하는 역사적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불교는 결코 불교주의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고통에 관한 것이고, 고통의 원인을 인식하는 것이며, 고통에서 해방될 가능성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나아가 “명상 수련의 핵심 요소를 가져다가 누구에게나 적용하려는 시도에서 무언가 잃는 것이 있다 해도, 그 잠재적 이익이 비용을 훨씬 능가합니다.”라고 변론했다.
물론 그도 마음챙김 붐이 낳은 조잡한 상품화에 대해서는 분명히 비판적이다. 앱과 광고에 소비되는 마음챙김은 그가 의도한 것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선불교, 위파사나, 하타 요가를 두루 수련한 깊은 수행자이면서도 ‘불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한다. 그가 즐겨 인용하는 말이 있다. “부처님 자신은 불교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불교라는 제도적 종교보다 붓다의 핵심 가르침인 ‘고통의 인식과 해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마음챙김 붐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수백만 명이 명상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빠른 효과를 약속하는 앱과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현실은 그가 처음 의도한 것과 거리가 있다. 마음챙김은 8주 코스를 마치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수련이며, MBSR은 그 수련의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메시지다.
현재 카밧진은 매사추세츠 의대 명예교수로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를 돌며 강연과 집중 수행을 진행하고, 마음챙김과 의학·사회의 접점을 탐구하는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24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만나 한국의 간화선 명상을 세계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국 불교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고엥카 선생이 전통 테라바다 비파사나를 가능한 한 원형에 충실하게 서구에 이식하려 했다면, 카밧진은 그것을 과감하게 번역, 내지 변혁했다. 그 번역이 충실한가, 혹은 무언가 본질적인 것을 잃었는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끝>
*조은수 서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불교철학 전공. 서울대학교 철학과 석사, 미국 버클리 대학 박사.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장, 불교학연구회 회장 등 역임.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 석좌교수. 저술로 『Language and Meaning』, 『불교와 근대, 여성의 발견』, 편저 『Korean Buddhist Nuns and Laywomen』, 공저로 『불교 과문집』, 『마음과 철학』, 『21세기의 동양철학』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원효에 있어서 진리의 존재론적 지위」, 「불교의 경전 주해 전통과 그 방법론적 특징」, “Wŏnhyo on Guilt and Moral Responsibility”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