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뒤풀이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감흥에 도취되어 그냥 그 자리를 빠져나와 버렸네요
그들에 대한 몰입으로 사석에서 지나치게 말이 터져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절제해야한다는 명령어로 귀결되었습니다. 나르치스처럼..ㅋ
참, 모임 끝나면 책상 정리해야하는건가요?
생각없이 후다닥 나오고 보니 이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각설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지금 만일 제 앞에 그 분이 있다면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랍니다.
책 안에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답이 모두 있는 거 같더라구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말을 하고자 했던 것인가....하는..
책읽을 시간이 없는 터라 쪼개고 쪼개서 보다보니
오늘 토론 시작전 약수역에 도착할때 마지막 페이지까지 리딩을 마감했네요 ㅠ
한큐에 주르륵 읽었다면 좀더 총체적으로 정리가 잘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일련의 과정은 읽는 내내 즐겁고 공감하고 이해가 되었는데
마지막 골드문트의 그 말이 무얼 시사하고자 했는지
한번에 와닿지 않더라구요
"자네한테는 어머니도 없잖아?"
뭐지...왜 갑자기 이러는거야...왜 갑자기 나르치스에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이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집에 거의다 올때쯤 아하!!!
그것은 처음 나르치스가 골드문트에게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르치스가 골드문트에게 어머니의 존재를 자각시킨 것이죠. 선생님의 입장에서..
이제는 골드문트가 그 자신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죽음을 맞이하기 이전에
나르치스에게 어머니의 존재를 일깨워줍니다. 대등해진 관계에서, 이제는 먼저 죽음을 맞이하는 선생님 같은 입장에서..
그리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죠.
마지막에 '골드문트의 마지막 말은 그의 가슴속에서 불처럼 타올랐다'라고 글을 마무리짓죠.
다음은 나르치스 차례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헤르만 헤세의 책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유리알 유희는 고등학교 때 읽어보긴 했지만 말 그대로 문자만 읽은것)
그 다음에 낸 책은 나르치스의 이야기를 써야 할 것이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써도 어쩔 수 없고요^^
사실 나르치스는 어머니의 존재를 찾기보다는 아버지의 존재를 찾는게 더 맞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나르치스가 어머니의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고 자극적이겠지요
전 골드문트가 되고자 하는 팀에 있었습니다.
골드문트가 되고자 했던건
어쩌면 쓰레기 같고 방탕한 삶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에 남겨질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지성과 정신적인 세계만을 추구하는 나르치스조차 감탄케 만든 그의 작품은
다른 누구든지간에 감동을 줄 법한 작품이었을 겁니다.
(예를 들면 김연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죠. 연기도 하나의 행위작품이니까 일맥상통할 듯 싶습니다.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죠. 민족성 혹은 작품성 혹은 희망 혹은 아름다움 혹은..그녀의 미모? ;;)
나르치스 팀에서는 이기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철저히 자기 본능에 충실했다는게 이기주의라면..이기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죠..?
가끔은 다른 이들(레네, 유대인 소녀 등)을 돕기도 했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이기주의에 가까울 법도 할거에요.
그런데 이기주의라고 하기에는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공동체적 삶을 살았던게 거의 없던터라..그것도 참 애매해요..
또한 살인은 정말 나쁜 죄인지만, 누군가가 내 금화를 가지고자 죽이려 목을 조른다면
그래 네가 내것을 가지고 싶을만도 하지 하면서 축 늘어져 죽음을 기다리고 싶진 않을거에요.
엇..글 길게 쓰는거 안좋아하는데 나도 모르게 죽죽 늘어쓰고 있네요.
대충 쓰니 또 의미 전달이 잘 안되는 거 같아서 살붙이다 보니 하하^^ㅋ
이번 책도 역시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심장이 터질듯이 신났습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대화 속에 끼어들어 나도 그 독특한 문어체 식으로 같이 대화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이렇게 독서토론회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발전하여 전개한다는게 행복합니다.
담번에 미리 읽어서 충분히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ps. 효빈님.
다빈치의 어머니는 신을 의미한다고 했죠.
제가 두 어머니는 다른 의미인거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더불어 생각이 나서 덧붙여 씁니다.
골드문트는 하느님을 원망했죠.
흑사병으로 잠식된 세상 속의 사람들의 행태를 보고 그는 하느님은 세상을 악하게 만들었다고 부르짖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르치스를 따라 수도원에 가서 영성체를 받들고 고해성사를 해도 변함이 없죠.
그는 임종이 다가올때 나르치스와의 대화에서 다시 한번 그렇게 말을 합니다.
적어도 그의 하느님은 소년때 수도원에 왔을때의 하느님과 달라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를 끊임없이 갈구하죠. 어머니는 삶과 죽음, 본능, 여성 등 현실적이고 보여지는 것이었던 거 같아요.
그저 끄적거리면 썼습니다. ^^ 결례는 아니죠? 꿈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화이팅!
첫댓글 글 잘읽었습니다 재미있는 해석이군요 ^^
감사합니다^^
'이 책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오우~~기발합니다. ^^ 문주님 얘기를 또박또박 차분하게 잘하시더군요~~전 문체도 그렇고 좀 어려웠는데 읽은 내용 모두 머리속에 다 들어왔다는 말씀에 부럽~~~그래서 말씀을 잘하시나봅니다~~
수영님의 의견에 거의 동감했어요. 수영님께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도 해주시고 설명도 잘해주셨습니다. 다음 토론때 또 뵈어요. ^^
매우 즐거운 시간이셨나 봅니다. 이책을 읽는 자체가 버거웠던 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시군요
이 작품이 제 사고방식과 맞았을 뿐..^^ 어려운 책을 만나면 또 도전의식이 생기겠죠.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동경?
토론장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네요
아직 끝나지 않은 토론...
헤르만 헤세의 모든 작품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끝없는 의문을 남깁니다...
데미안도...싯다르타도... 유리알 유희도..
헤르만 헤세의 다른 작품도 모조리 다 읽도록 해야겠어요. 그 분의 사상과 가치관이 궁금합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는지 ^^
와우~ 후기 너무 잘봤어요~ 문주님 그날 책에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잘하시는것 같아요~ 문주님이 생각하신
골드문트의 어머니 생각은 정말 맞는것 같아요 저도 그것땜에 뒷부분 다시 한번 봤는데 저는 마지막 골드문트의
어머니는 이제는 죽음이라고 말하지만 제가 봤을때는 전부 얘기하자면 유혹을 이야기 하는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빈치어머니말은 어머니얘기가 나와서 순간적으로 떠올라 그냥 얘기한것뿐이에요~ㅎㅎ
아카토에도 문주님이 토론하시면 굉장히 잘하실것 같아요^^
맞아요. 골드문트는 어머니의 존재를 유혹적인 관점에서 본 듯해요. 출산시 새생명 탄생의 그 경이로움에 정말 어머니는 신이다라고 느낄 듯한데, 골드문트는 아기는 제쳐두고 출산하는 어머니의 얼굴에만 집중하죠. 그리고 거기서 고통과 쾌락은 동일하다는 것을 읽어내고요. 정말 골드문트는 보통 사람은 아닌거 같네요^^
도전적인 멘트였어요. 순간적인 발언이었어도 또 생각케 하는 정말 좋은 말씀이셨던거 같아요~ ^^
저도 문주님께서 차분하게 생각을 너무도 잘 정리해주셔서 감탄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읽으시고, 열심히 생각하시고 열심히 말씀해주셨는데.. 전 무기력하게 듣고만 있었던 거 같아 죄송하단 생각까지 들었지뭐에요.. 토론이란 것이 서로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의견을 내보여줘야 발전도 되고 재미도 있는데말여요. 문주님 덕분에 반성의 기회도 갖게 되네요;;
노노~ 무슨 말씀을! 미미님께서도 얼마나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대요. 제가 넘 말이 많았죠. ㅎㅎ 이 책에 그만 흥분한 나머지..하하..^^..토론은 다른 분들과의 대화 속에서 많은 영감을 주고 도전을 주는거 같아요!
끝나지 않은 이 토론 열기... 저도 읽으면서 어머니, 손가락 등등 이해안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토론을 통해 다양한 해석을 들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문주님 후기만 읽어도 또 다른 사고를 읽게되어 좋네요^^
ㅎㅎ 다양성은 달콤한 디저트 같아요!
^^ 문주님 ㅎㅎ 역시!
너무너무 말씀도 잘하시구..ㅎㅎㅎ
정말 두번연속이나 같은 조여서 얼마나 기뻣던지..ㅠㅠ
저의 장황함을 바로잡아 주셔서 감사해염..ㅎㅎ
바로잡다뇨 ㅋ 실용서적의 목차에서 스치듯 봤는데..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이런 마음으로 즐기면서 호홍..
경배님은 갈수록 미모가 빛을 발하시네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넘 이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