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에 적용되는 일용근로자 임금
우리나라는 손해배상을 할 때 소득이나 직업을 입증할 수 없으면 ‘일용근로자 임금’을 주로 적용한다. 2017년 2월 기준 일용근로자 임금은 월 2,115,725원으로, 건설업 보통인부와 제조업 단순노무종사원의 임금을 평균한 금액이다. 자동차보험에서는 휴업손해, 장해보상, 영업손실을 보상할 때 일용근로자 임금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조류독감 때문에 한동안 전국에 비상이 걸렸었다. 발생 두 달 만에 닭 2,500만 마리를 포함해 총 3,0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 가금류의 20%에 가까운 수치다. 이번 사태로 계란 값이 폭등해 식당과 제과점에서는 계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자식 같은 닭을 땅에 묻어야 했던 양계 농민이다. 국가가 보상을 해준다고 하지만 사육농가의 90%는 기업체의 위탁사육을 하고 있어 정작 농민들은 인건비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현실과 보상기준에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손해배상을 할 때 소득이나 직업을 입증할 수 없으면 ‘일용근로자 임금’을 주로 적용한다. 2017년 2월 기준 일용근로자 임금은 월 2,115,725원으로, 건설업 보통인부와 제조업 단순노무종사원의 임금을 평균한 금액이다. 자동차보험에서는 휴업손해, 장해보상, 영업손실을 보상할 때 일용근로자 임금을 사용하는데 2017년 3월 1일부로 개정되는 자동차보험약관을 중심으로 일용근로자 임금 적용사례를 살펴보자.
보험약관 개정으로 이젠 간병비도 지급해
이번 약관 개정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상자에 대한 ‘간병비’ 지급항목이 신설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간병문화는 2015년 메르스 확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중상자는 입원기간 동안 가족이 직접 돌보거나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법원에서도 간병비를 인정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간병비 지급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부모는 사망하고 생후 10개월과 30개월 된 남매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 사고가 있었는데, 보험회사가 이 아이들의 간병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해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래서 이번 개정에선 상해등급 기준 1~2급은 최대 60일, 3~4급은 최대 30일, 5급은 최대 15일을 한도로 실제 입원기간 동안 일용근로자 임금을 간병비로 지급하도록 약관을 바꾸었다. 앞서 말한 안타까운 사연이 보험 개정에 반영된 것이다. 이번의 약관개정으로 동일한 사고로 부모 중 한 명이 사망하거나 상해등급 1~5급의 부상을 입으면 7살 미만의 자녀는 상해등급과 관계없이 최대 60일 한도로 간병비를 지급한다. 간병비와 유사한 성격의 ‘가정간호비’라는 것도 있는데 식물인간이나 사지완전마비인 경우처럼 항상 다른 사람이 돌봐야 하는 피해자는 생존기간 동안 1일 1인 이내의 간병인 사용을 인정하며 이때도 일용근로자 임금을 적용한다.
휴업손해 지급율도 이번에 인상되었다. 지금까지는 수입 감소액의 80%를 지급했으나 앞으로는 85%로 인상된다. 미지급분 15%는 소득을 얻기 위해 들어간 통상적인 비용으로 보고 공제를 한다. 이때도 피해자가 세법상 수입 감소액을 입증할 수 없으면 일용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휴업손해를 산정한다. 그리고 직장 근로자에게 정년이 있듯이 일용근로자에게도 정년이 있다. 사회통념상 취업가능연한인 60세까지만 인정하고 그 이상은 휴업손해액을 지급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법원 판례를 반영하여 65세까지 인정한다. 그럼 전업주부도 휴업손해를 인정해야 할까? 주부는 수입이 없기 때문에 휴업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가사노동에 대해서도 대체노임을 인정해주고 있다. 다만 사고 당시 피해자 본인을 포함해서 2인 이상으로 구성된 세대여야 하며 다른 직업이 있으면 중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인 가치는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이때도 일용근로자 임금을 적용한다.
일용근로자이기는 하지만 목수, 미장공, 용접공과 같이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직종도 있는데 대개 이런 직종은 보통인부보다 노임이 훨씬 비싸다. 그러다보니 보통인부인데도 목수라고 허위 주장하는 경우도 있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서 과거에 잠깐 일했던 목수를 인정해 달라고 우기는 사례도 더러 있다. 자동차보험에서 기술직 근로자로 인정받으려면 사고발생 직전 1년 이내에 해당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야 하고, 자격증이나 노무비 지급명세서 등 객관적인 입증서류를 통해 해당 업무에 종사하고 있음을 밝혀야 한다. 이 내용은 이번 약관개정에 새로 반영된 부분으로 일용근로자에 대한 소득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다.
대물배상담보에서는 피해물을 복구하는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해 생긴 손해도 보상하는데 이것을 ‘영업손실’이라고 한다. 영업손실은 사업자의 세법상 소득을 기준으로 보상하며 입증자료가 없으면 대인배상과 마찬가지로 일용근로자 임금을 적용한다. 이처럼 일용근로자 임금은 전가의 보도처럼 자동차보험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조류독감 피해를 막기 위해 겨울철에는 가금류 사육을 중단하고 해당 농가에 휴업보상을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듯이, 1960년대에 만들어진 일용근로자 임금 보상기준도 이제는 보상항목에 따라 개선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