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고기는 산성이나, 도심을 벗어나 야외로 가야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 여겨진다. 그곳에서도 수육을 먹거나 탕으로 먹는 등 요리 종류가 많지 않다. 게다가 한 번에 반 마리 혹은 한 마리씩 주문해야 해 여러 명이 모여야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이런 점을 모두 바꿔 다양한 염소고기 요리를 내놓는 곳이 사나래 흑염소(051-704-2001)다.
사나래 흑염소는 경북 고령에 있는 직영 농장 외 7곳의 계약된 농장에서 6~9개월 된 흑염소를 공급받는다. 흑염소는 8~9개월이면 성체가 되고 보통 35~37㎏이 된다. 여기서 뼈와 내장을 추리면 살은 7㎏ 정도 나온다. 염소고기는 고단백 저지방 고칼슘 식품으로 특히 여성의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나래 흑염소 이귀홍 대표는 "여성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잘 맞다. 특히 비타민 E와 철분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이 고기들로 흑염소 소금구이, 불고기, 전골, 수육, 육회, 염보탕, 곤드레 나물밥(점심 특선)을 내놓는다. 이날 맛본 것은 한 끼 식사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염보탕과 흑염소 불고기였다. 염보탕은 염소보양탕을 줄여 부르는 이름.
■ 염소뼈와 한약재로 끓여낸 염보탕
흑염소 뼈와 10여 가지 한약재를 48시간 끓여만든 염보탕.
음식은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고 입으로 맛보며 즐기게 된다. 염소고기라는 것을 알고 맛을 보려니 혀보다 코가 훨씬 예민해졌다. 소위 염소 누린내가 나면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염보탕은 마치 쇠고기를 이용해 끓인 해장국 같은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염보탕은 주로 뒷다리 쪽을 사용한다. 오래 삶아도 식감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이 아닌 코로 가져갔다. 냄새부터 맡았지만 누린내 등의 잡내가 없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입에 넣자 오! 하는 탄성이 나왔다. 걸쭉해 보여서 진한 맛이 아닐까 싶었던 예상과 달랐다. 청양고추가 들어있어 약간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에 가득했다. 들깻가루와 방아잎, 채를 썬 생강, 깻잎 등을 더 넣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염소 뼈와 황기, 엄나무, 가시오가피 등 10여 가지 한약재를 함께 넣고 48시간 이상 푹 고아 국물이 진국이었다. 그런데도 느끼함은 없어 먹기 편했다.
우거지, 토란, 부추 등 채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 누린내를 잡아주는 듯했다. 염소 껍질이 붙은 부위나 살코기도 푸짐하게 들어있어 건더기를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염소보양탕을 줄여부르는 말인 염보탕 이란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맛이었다. 점심이나 저녁 한 끼 때우기에 든든한 국밥 한 그릇이었다.
■ 부드러워 아이들도 좋아하는 염소 불고기
사과·배를 이용한 과일효소를 넣은 양념장으로 맛을 낸 사나래 흑염소 불고기.
염소고기의 잡내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자 젓가락질이 과감해졌다. 마치 언양불고기처럼 보이는 사나래 불고기를 불 위에서 익혔다. 불고기는 뒷다리 보다 부드러운 앞다리와 갈비 쪽 살을 사용한다. 불고기용 양념 육수는 뼈국물 대신 가시오가피, 칡, 당귀 등을 넣고 끓인 물을 사용한다. 여기다 간장, 배·사과로 만든 효소, 과일 즙 등을 넣어 간을 맞춘다. 과일효소는 숙성기간이 1년이 걸리지만 건강과 맛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사나래의 비법이다. 여기에 얇게 썬 염소고기를 재 놓게 되므로 고기가 연해지고 누린내도 없어졌다.
양념 국물이 약간 자작할 정도로 익혀진 것을 입에 넣었다. 질길 것이라는 선입견이 저절로 깨졌다. 많이 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무척 부드러웠다. 간장과 과일의 단맛이 잘 어우러진 양념맛이 아이들 입맛에도 딱 맞을 것 같았다. 부드럽게 씹히므로 살점을 푸짐하게 깻잎쌈에 넣고 싸먹어도 맛있었다. 염소고기와 궁합이 맞는 부추와도 잘 어울렸다.
가장 맛있는 조합은 사나래에서만 내는 케일지에 불고기를 싸먹는 것이었다. 케일을 겹겹이 놓고 새콤 짬조름하게 만든 양념간장을 부어 피클처럼 만든 케일지는 아삭아삭한 식감까지 아주 좋았다. 이 대표는 "불고기에 쓰는 부위가 기름이 없어 석쇠에 구우면 타게 된다. 익혀서 다 먹을 때까지 퍽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깊이가 있는 용기에 담아낸다"고 설명했다. 모든 채소와 김치, 쌀은 국내산을 사용하는 것도 믿을만한 점이다.
염보탕 1만 원, 염소불고기(1인분 200g) 2만5000원. 도시철도 2호선 중동역 2번 출구로 나와 공영 주차장 쪽으로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