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오 리듬 <분행分行> – 심화 연구
김준오 시론의 <리듬>
<요지>
1.리듬은 전통율격을 파괴하여 소리와 의미에 충격을 주는 낯설게 하기의 산물
2.자유시가 자동화된 현대에는 전통율격이 오히려 낯설게 하기의 기교가 됨
3.시에 있어서 분행分行과 분연分聯 자체는 표준언어, 일상언어를 파괴하는 낯설게 하기의 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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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오 교수는 시조 작법을 염두에 두고 이 이론을 펼친 것이 아니다.
시의 원리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묘하게도시조시인이 반드시 익혀야 할 이론이다.
분행, 분연은 의미망의 어법 규칙(표준 언어, 일상 언어)과 무관하게 호흡의 강제 휴지를 도모함
이는 문자 체계(=인쇄물)에서는 시각적 효과로 나타남
따라서 어법적 의미망을 기준으로 음보율을 제약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훌륭한 시조시인은 의미망도 맞추는 기술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의미망을 깨고 더 나은 효과를 창출할 줄도 알기 때문이다.
현대시조에서
분연은 이미 보편화 됨
분행은 단속斷續의 리듬 형성에 필수 요소
– 유장悠長한 레가토legato에서 급박한 스타카토staccato까지!
개화(開花)
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분연으로 장별 휴지를 강제했다.
분행(구별배행)으로 유장한 4음보를 2음보로 끊었다.
특히 논란은 종장 제1구로 음보별 휴지는 의미망의 규칙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but - 이는 오류이다.
“시에 있어서 분행分行과 분연分聯 자체는 표준언어, 일상언어를 파괴하는 낯설게 하기의 기교”이기 때문이다.
즉, 시조는 당연히 1구 2음보이며 종장은 3 – 5 구조이므로 <바람도 / 햇볕도 숨을 죽이네>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호우 시인이 처음부터 “바람도 / 햇볕도 숨을 죽이네”로 기록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시조의 정형적 리듬 유형이 있기에 표기는 근본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조 3장을 이어쓰기로 해도 3장6구12음보로 읽는다.
그래도 이왕이면 위 유형보다 의미망의 시각적으로는 아래가 낫지 않을까?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현대시조에서 이러한 다채로운 분행은 단수 시조에서는 대체로 보편화된 작법이다.
의미망의 장단에 따라 행갈이를 동일 호흡으로 유도할 수 있다.
황지
-낙동강․558
흘러
일천삼백 리
을숙도를 감도는 물
강마을 촉촉 적신 젖내를 톺아가면
태백의 가슴에 맺힌
낙동강의
젖꼭지
그런데----------
2연 이상의 연시조에서는 이 분행이 어떻게 유지될까?
어느 정도의 스타카토staccato에 근접하게 될까?
여러분들의 작품을 한번 살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