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적으로 게으르고 잠이 많은 내가 일주일에 한번씩 지도자과정을 한다고 외출을 하는 일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하기에 지도자과정을 마친후의 시간들은, 정규적으로 해야할 것이 없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를 아주 편안하고 안정되게 해 주었다. 게다가 이제는 표면의식도 '비움'에 익숙해 져서 반발하는 일이 없어지니 세상 모든 일이 얼마나 편안하고 원만하기만 한지...
머리속이 텅 비워져서 모든 것을 그다지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생활속에서 분노도 없고 끄달리는 일도 별로 없다. 지금처럼 일을 한답시고 나돌아 다니다 보면 그러한 예전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때로는 '무슨 쓸데없이 세션을 한답시고 이러고 돌아 다니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때도 있다. 아직 튼실하지 못하여 늘 깨어있지 못한 자신을 어김없이 발견하고는 피식~~웃어 버린다.
지도자과정을 마치고 한가로이 쉬고 있을때 나에게 또다른 체험이 찾아 왔다.
어느날 문득..아무생각없이 창밖을 바라 보는데, 순간 세상이 멈추어 버린것 같은 어떤 느낌이 들었다.
바람은 여전히 살랑살랑 불고, 나뭇잎들도 여전히 생생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공기의 흐름까지 섬세하게 감지되고 있을만큼 내 몸은 아주 민감하면서도 내면은 지극히 평온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 생생함...그러면서도 고요한 주변이 너무나도 생동감있게 존재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데도 세상은 멈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 생생한 세상과 내가 분리되는 어떤 느낌속으로 들어갔다. "어?..." 하고 그 생소함, 그 순간을 포착하고 채 몇초도 되지 않아 내안에서 아주 깊은 평화와 희열이 잔잔히 올라왔다. 그리고 내안에서 어떤 소리가 올라왔다. "세상에 집착할 것이 무엇이 있으며 또한 집착하지 않아야 할것이 무엇이 있는가? " "삶도 죽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은 허공일뿐 삼라만상이 그저 꿈일 뿐인 것을.." 맑고 투명한 깨우침..내 온몸이 전체적으로 정화가 되어 가는 것 같은 정갈함과 시원함이 전신을 빠고 들면서 찌~~릿하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후 나는 또 다른 어떤 감정이 나의 깊고 깊은 심연 저 끝에서 울컥 올라 옴을 느꼈다. 갑작스런 슬픔과 허무감이 둥~~~~징이 울리듯 가슴을 울리면서 순식간에 나를 깊은 나락으로 떨어 뜨렸다. 나는 나즈막이 내뱉았다. "삶도 죽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때문에 고통으로 얼룩진 삶속에서 바둥거리며 살아야 하는가?" " "미래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미래가 없다면 희망이 없다면 이 삶의 의미는 도데체 무엇인가?" "왜 신은 인간에게 쓸데없이 판단하는 능력을 주고서 이렇듯 농간을 부린다는 말인가?" "삶도 죽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니...도데체 어쩌란 말인가..?"
삶과 죽음이 의미가 없다는 내면의 가르침...미래에 대한 기대가 흔연히 사라져 버리는 체험..이것은 그다지 행복하고 기쁜것만은 아니었다. 미래를 설계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이토록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일별에 대한 깊은 감사함이 밀려오는 저편에서..갑자기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 목적을 잃어 버리고 망연하여 당황스러운 자아를 발견하는 것은 고통보다 더한 깊은 허무였다.
허무하구나...삶이 이토록 허무하다니...죽어서 이 한몸 사라지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것을..이토록 집착하고 안달하며 살아 가고 있었구나...
복받히는 희열과 깊은 절망이 서로 교차하면서, 때로는 행복에 겨워 들뜸에 빠져 들었고 때로는 허허로움에 완전히 내동댕이쳐진체 삶의 의미없음에 대해 명상하고 또 명상해야 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내면에서의 일깨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살아야할 이유와 목적을 상실한채 암담한 심정으로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무기력하게 바라 보고만 있었다.
거의 반년동안 이 일은 지속적으로 일어 났다. 고요함과 평화로움..집착할 필요없이 삶속에 나를 던져 놓는 상태에서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환희에 들떠 있기를 몇주일..그러고 나면 다시 참담하고 의미가 없어진 삶이 내 존재전체를 깊숙이 파고 들면서 움직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과정이 거듭 반복이 되었다.
급기야 마지막에 이를 즈음 어느 순간..나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해서 죽음을 맞이 한다고 해도 담담히 받아 들일 수 있겠다는 어떤 지점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한 일은 슬프게 받아 들여야 할 사건이 아니라..그저 삶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흐름일뿐임을..그저 인정하게 되는 지점에 다달았다.
부모가 자식을 먼저 보낸다는 것..그것에 대해 놓여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나는 참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상태를 경험했다. 가슴이 찢어 지는 아픔과 괴로움의 저편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다른 세상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내 사랑스런 아이들...
반년동안의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될 시점에 다다랐을때..나는 삶에서 일어 나는 일들에 대해서 그저 지켜보고 흐름에 나를 맡겨 놓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즈음의 체험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정말이지 나의 어휘력의 한계를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거의 6개월정도의 기간을 지나면서 나는 이 과정이 마무리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이후에는 내가 느끼고자 하여도 느낄 수 없었고..상상하고자 하여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체험은 그렇게 나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기 보다는 지금 현재의 순간에 머물수 있게 해 준 힘..세상을 살면서 끊임없이 삶에 욕심을 내고 물질적인 부분에 집착하고자 하는 마음을 흔연히 내려 놓게 하는 힘...그것은 그때 나에게 찾아온 체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임을 나는 안다.
내 안의 샥티쿤달리니 에너지는.. 이렇듯 나를 생각지도 않는 영적인 체험으로 인도했고 나는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깊은 체험을 서서히 완전한 내것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끄집어 내었다.
첫댓글 아!` 깊은 경지에 드심을 알게 하여 주십니다!~ 선인의!~ 경하 드려야 겟습니다^^* 중생으로 아직 초입에도 들지 못한 이사람도 아주 가끔씩은 미실님과 같은 생각을 할때가 있답니다~ 하지만 그것은 머리로일뿐이니 헛것이지요~~ 다 초월 하여야 겠습니다~~
신선의 경지에 도달하셨군요!
無言中言
집착... 이란 것을 던져버리기도 어렵고~ 그렇게 흉내를 내어 본 적도 있는데~~ 나에겐 너무나 힘든 것 이었습니다~;; 크나크신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