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선수가 LPGA 2013년 시즌 메이저 대회 3개 포함 6승을 올리면서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최우수 선수인 MVP에 해당하는 대단한 업적을 이뤘고 2년 연속 상금왕 등극과 함께 축하할 일이다. 박인비 선수가 초등학교 때 안양 베네스트 G.C. (지금은 안양 C.C.)에서 운영했던 주니어 골프아카데미에서 골프의 기초를 닦았는데 그 때 필자가 아카데미 원장을 했었다. 두 달 동안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같이 가기도 했었는데 그 때도 어린 나이에 말 없이 묵묵히 훈련에 집중하던 모습이 떠 올라 흐뭇하다.
말이 쉬워 LPGA 올해의 선수상이지 세계 랭킹 1위, 그야말로 세계 제패 아닌가.
한국인 들은 특히 한국 여자 선수들은 왜 이렇게 골프를 잘할까?
이규태(李奎泰 1933-2006)선생은 조선일보에 ‘이규태 코너’를 23년간 6702회를 기고하여 대한민국 언론사상 최장기 칼럼 기록을 세웠는데 그 속에 이런 글이 있어 인용한다.
“주먹을 불끈 쥐고 손목을 힘들여 안으로 굽히면 손목 복판 피하에 한줄기 융기 물이 돋아난다.
만져보면 뼈처럼 단단하다. 이것을 손재간을 조작하는 장장근(長掌筋)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의 손에는 대체로 이 근육이 잘 발달 돼 있으며 이 근육이 결여된 경우란 1백 명에 20명 꼴이라 한다. 발에도 이에 해당하는 족적근이라는 게 있는데 이 근육은 농경 민족인 한국, 일본의 경우보다 유럽 같은 유목, 상업 민족에게 유달리 발달해 있다고 한다.
양은, 혹은 짐승은 도망치지만 작물은 도망치지 않는다. 곧 목축 민족은 이동성이기에 발을 많이 쓰고 우리 한국인 같은 농경 민족은 정착성이기에 손을 많이 써 왔다.
한국인이 별나게 손재간이 좋은 이유는 우리 조상 대대로의 생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쌀 미(米)자는 풀어보면 중간에 열 십(十)자를 기준으로 여덟 팔(八)자가 아래 위로 두 개가 들어 가 있다. 벼농사는 볍씨를 뿌려서 그것이 밥이 되어 입에 들어갈 때까지 속칭 사람의 손을 여든 여덟 번 필요로 하는 그런 농사다. 천문학적인 손가락 관절의 운동 빈도 없이는 한국 땅에서 생존이 불가능 했던 것이다. “
<출처 : 박영철 기자 3Dskyblue@donga.com skyblue@donga.com>
남자 여자 골프를 구분해 분석해 보았다.
여자선수에 비하면 남자 선수들은 왜 PGA 투어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지 못할까?
전문가로서 분석해 볼 때 제일 큰 이유가 ‘체격과 힘의 차이’라고 본다. 점점 길어지는 PGA투어 코스에서는 장타가 필수인데 신장 190 센티 근처에 근육질의 선수들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왜소하기 때문이다. 같이 시속 200km를 달리는 자동차의 경우에 4기통 엔진과 6기통 혹은 8기통 엔진과는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매우 다르다. 즉 같이 300야드를 날리더라도 가진 힘의 70%를 쓰는 경우와 100%를 다 쓰는 경우는 정확성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첫 우승을 기록하며 통상 8승을 거둔 최경주 선수는 정말 대단하다. 최경주 선수의 미국 진출에 힘을 얻은 젊은 선수들이 그 뒤에도 계속 미국 투어에 도전을 하고 있지만 2013년 PGA 투어 상금 순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 배상문 선수의 51위다.
여자선수는 어떤가? 2013년 LPGA상금 순위에는 박인비(1), 유소연(4), 김인경(6), 최나연(9), 박희영(10), 등 톱 10에 무려 5명이나 들어 있다. 그 이유를 세가지 정도로 본다.
1. PGA투어에 비해 여자 대회는 코스를 무작정 길게 늘리지 않는다. 그래서 서양 선수들에 비해서도 비교적 거리에 대한 부담이 적다.
2. 어릴 때부터 골프에 올인하는 한국 선수 부모들의 열정이다.
3. 남자 투어에 비해 얇은 미국선수 층이다. 미국이 잘 사는 나라라 집 있고 차 있고 하지만 대부분이 매달 월세(payment)로 갚아 나가는 상황이라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빠듯한 경우가 많고 현금이 풍부한 일반 서민 들은 많지 않다. 미국이 퍼블릭 골프장이 많아 골프가 싸다고 해도 아마투어 랭킹을 올리기 위해 주니어 시절부터 이동거리가 먼 미국 전역을 돌며 골프를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가정은 많지 않다.
한국인이 소질 있는 스포츠
예로부터 뛰는 민족이 아니라서 그런지 발로하는 스포츠는 부진하다. 육상은 세계 대회 예선 통과도 힘든 현실이고 국민 스포츠인 축구가 세계 랭킹 56위다. 테니스는 손으로 하는 스포츠지만 넓은 코트를 커버하려면 빠른 발과 파워가 필요하다. 이형택 선수가 세계 랭킹 36위에 오른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한국인이 세계 정상에 오르기도 했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스포츠는 대부분 손으로 하는 스포츠다. 골프, 야구(WBC우승, 올림픽 금메달), 양궁(세계정상)과 더불어 탁구, 배드민턴 등에서도 세계 1,2위를 유지한다.
조상이 물려준 DNA는 정직하고 거짓말을 안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