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세력들이 방송국을 무단으로 장악하고 출입을 봉쇄하는 나라가 있다면? 이건 나라도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일어난 일이다. 그럼에도 방송국은 반정부, 무장세력은 친정부 성향이라고 하니, 공권력이 그냥 지켜보는 것? 괜히 조마조마해진다.
반 정부 시위를 보도한 야권 성향의 TV 방송국을 친정부 성향의 괴한들이 봉쇄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노선 투쟁이 폭력화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3일 저녁 군복 차림의 괴한 150여 명이 야권 성향의 TV 채널 '뉴스원'(NewsOne) 방송국이 입주한 건물을 장악한 뒤 건물 입구에 철조망과 모래주머니 등을 설치하고 출입을 봉쇄했다. 괴한들은 뉴스원 방송이 친 러시아적 보도 정책을 중단해야 봉쇄를 풀겠다고 밝혔다.
친러시아적 보도 정책이란 이 방송이 이날 수도 키예프에서 열린 수천 명 규모의 포로셴코 탁핵 촉구 시위를 크게 보도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방송국 소유자인 예브게니 무라예프 의원에 대한 반감도 깔려 있다. 친러시아 성향의 모라예프 의원은 포로셴코 대통령 정부의 친 서방, 탈 러시아 노선을 비판해왔다. 괴한들은 무라예프 의원에게 보도 정책을 '친러시아'에서 '친우크라이나 애국주의'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에 무라예프 의원은 대통령 행정실을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날 키예프에선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 주지사에서 쫓겨난 뒤 포로셴코 대통령에 반대하는 '신세력 운동'을 이끌고 있는 미하일 사카슈빌리 전 그루지야 대통령의 주도하에 포로셴코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사카슈빌리는 집회 연설에서 포로셴코 대통령 탄핵, 부패 관료 및 의원 처벌을 위한 반부패 재판소 창설, 의원 면책 특권 폐지, 선거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사카슈빌리는 오데사 주지사에서 쫒겨난 뒤 한동안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가 지난 9월 중순 재입국해 반정부 운동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