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8권
8. 비구니품(比丘尼品)
77) 이마에 진주(眞珠) 화만이 있는 비구니의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비소(沸疏)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어떤 문벌 좋은 딸을 골라 아내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아내가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한 딸아이를 낳으니, 아이의 용모가 이 세간에 드물 만큼 단정하고도 수승 미묘할 뿐만 아니라 그 이마에 자연히 진주 화만이 둘려 있으므로, 부모가 이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여 상사(相師)를 불러서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다.
상사가 상을 보고 나서 그 부모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태어날 때 어떤 상서로운 모습이 있었습니까?”
부모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아이가 태어날 때 이마 위에 진주 화만이 둘려 있었으므로 이름을 진주만(眞珠鬘)이라 하였소.”
그 뒤 아이가 점점 장대함에 성품이 더욱 착하고도 어질어서 어떤 빈궁한 이의 요구가 있으면 곧 진주 화만을 풀어 주었으나, 그 진주는 다시 본래대로 돋아났다. 이때 수달(須達) 장자가 비소(沸疏) 장자에게 좋은 딸이 있다는 말을 듣고 서신과 함께 사령을 보내 진주만을 자기 아들을 위해 며느리로 맞으려 하였다.
진주만이 이 사실을 들어 알고 그 부모에게 말씀드렸다.
“자비하신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어 저를 그 아들에게 주시려면 반드시 그와 함께 출가시킬 것을 서약한 뒤에 그렇게 하십시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저는 이 세속의 영화를 떠나겠습니다.”
그 부모는 딸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굳이 만류할 수 없었으므로 곧 수달 장자에게 가서 딸아이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였다.
수달 장자도 이 말을 듣고 그렇게 하기로 한 다음 이내 며느리로 맞이하였는데, 오래지 않아 이 세간을 싫어하는 마음이 생겨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출가하기를 원했으며,
부처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니여.”
그러자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비구니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도를 닦고 익혀 각각 도과(道果)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진주만 부부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할 때 이미 진주 화만이 그 이마에 자연히 둘려 있었으며, 출가한 즉시 아라한과를 얻었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이 현겁 중에 가섭(迦葉)부처님이 바라내국(波羅奈國)에 출현하시어 여러 비구들을 거느리고 녹야원에서 바른 법륜을 굴려 중생들을 제도하셨는데, 그때 아사라(阿沙羅)라는 장자가 가섭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신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부터 온 성중의 인민들을 권화(勸化)하여 다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해 무차대회(無遮大會)를 베풀리라.’
이같이 말하고 국왕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는 흰 코끼리를 타고 온 성중의 길목과 네거리를 다니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무차대회를 하자고 권하였다.
때마침 어떤 부인이 자기 이마 위에 있는 구슬을 풀어 주었는데,
남편이 집에 돌아와 그 아내의 이마 위에 구슬 장식이 없는 것을 보고,
‘그대의 이마 위에 있던 구슬 장식을 누구에게 주었느냐’고 묻자,
부인이 ‘이제 아사라 장자가 이곳에 와서 여러 사람들게 권화하므로 제가 이마 위의 구슬을 풀어 주었소’라고 대답하니,
그 남편 역시 환희심을 내어 다시 다른 보배 구슬까지 풀어 보시한 다음 이러한 원을 세워 말하였느니라.
‘미래세에 저로 하여금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보배 구슬과 함께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나게 하옵소서.’라고. ”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 저 부인이 구슬을 보시했기 때문에 이제 또 나를 만나서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