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7권
4.10. 현행하는 분위(5), 식과 관련된 질문들
[유정과 식]
[문] 만약 하나의 유정에게 여러 식이 함께 전전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그를 하나의 유정이라고 말하겠는가?195)
만약 유정을 건립하는 것이 식의 많고 적음에 의지한다고 말하면, 그대가 말하는 무심위는 마땅히 유정이 아니어야 한다.
또한 다른 분위[他分]196)의 심왕이 현전하는 지위를 어떻게 자기 분위[自分]의 유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197)
[정의] 그런데 유정을 건립하는 것은 명근(命根)198) 혹은 이숙식에 의지해서 말하는 것이 모두 바른 논리에 위배되지 않는다. 그것199)은 모두 항상 오직 하나만 있기 때문이다
[동부간연과 식]
[문] 하나의 신체에는 오직 하나의 등무간연(等無間緣)이 있는데, 어떻게 동시에 여러 식이 전전할 수 있단 말인가?
[답] 이미 이 하나가 여러 심소를 이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어째서 이것이 능히 여러 심왕을 이끈다고 인정하지 않는가? 또한 누가 결정적으로 이 등무간연이 오직 하나라고 말했는가? 여러 식이 함께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 등무간연도 여러 가지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때에 여러 대상을 취하고자 할 때에는, 여러 대상이 현전하는데 어째서 단박에 취하지 않는가?
여러 감각기관과 대상 등이 화합하는 힘을 같이하는 것을, 식이 이전 찰나와 이후 찰나에 일어난다고 말함은 바른 논리가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심소의 체성이 차별이 없지만, 200) 부류가 다르면 여럿이 함께 일어난다고 인정하면서, 어째서 심왕은 종류가 다른 것이 함께 일어난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가?
또한 비유하면 파도나 영상이 하나에 의지해서 여럿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201) 따라서 하나의 심왕에 의지해서 여러 식이 함께 전전한다. 또한 의식이 5식과 함께한다고 인정하지 않으므로, 그것(5식)의 인식대상[所緣]을 취하는 것이 명료하지 않아야 한다. 산란된 의식이 과거[久滅]를 반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5식과 의식]
[문] 어째서 5식과 함께하는 것에는 오직 하나의 의식뿐인데, 색경(色境) 등에 대해서 하나 혹은 여럿을 취하는가?202)
[답] 안식 등이 각기 자기 대상에 대해서 하나 혹은 여럿을 취하는 것처럼 이것도 역시 그러하니 무슨 과실이 있는가? 상분과 견분은 모두 갖가지 양상이 있기 때문이다.203)
[문] 어째서 모든 식에 있어서 같은 종류는 함께하지 않는가?204)
[답] 자기의 인식대상[所緣]을 요별할 수 있으면, 오직 하나만 요별할 수 있다. 다른 것은 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문] 만약 그렇다면 5식이 이미 자기의 대상을 요별하는데, 어째서 함께 의식을 일으켜서 요별하는 데 사용하는가?
[답] 5식과 함께하는 의식[五俱意識]은 5식을 도와서 일어나게 하며, 오로지 5식의 대상을 요별하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의식이 그것의 인식대상에 대해서 능히 명료하게 취하는 것이 안식 등과 다르다.
따라서 작용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에 의거해서 성스러운 가르침205)에서 그 의식을 유분별이라고 이름하고, 206) 5식을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식들의 상응]
[문] 여러 식이 함께 전전(展轉)한다면 어째서 상응하지 않는가?
[답] 대상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207)
설사 같은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이것과 그것이 의지처208)의 자체와 수(數)가 다르기209) 때문이다.
다섯 가지 감각기관의 식이 서로 상응하지 않는 것과 같다.
8식의 자성은 반드시 하나라고는 말할 수 없다.210) 인식작용ㆍ의지처(감각기관)ㆍ인식대상ㆍ상응법(심소)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가 멸할 때에 나머지 다른 것이 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고, 능훈과 소훈 등의 양상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반드시 다른 것도 아니다.
경전에서 말씀하기를
“8식은 마치 물과 파도211) 등의 관계와 같아서 차별이 없다”212)고 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다르다면 원인과 결과의 성질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고, 요술 등과 같이 결정적인 성질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식의 차별상은 도리세속제에 의거한 것이며, 참다운 승의제는 아니다. 참다운 승의제 중에서는 마음을 표현하는 길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게송(『입능가경』)에서 아래처럼 말씀한 바와 같다.
심(心)ㆍ의(意)ㆍ식(識)의 여덟 가지는
속제에 의거해서는 양상의 차이가 있고
진제에 의거해서는 양상의 차이가 없다.
작용[相]과 자체[所相]가 없기 때문이다.213)
이미 세 가지 능변식의 양상을 자체가 전변한 2분(分)의 의지처로 삼음을 자세히 분별하였다.
195)
예를 들면, 욕계에서 제6식이 색계의 선정을 일으킬 때, 만약 식(識)에 의해서 유정을 판별한다면 이것은 항상 색계의 유정으로서, 욕계의 유정으로 말해서는 안 되잖겠는가라고 반대로 질문한다.
196)
설일체유부에서 비판하기를, 유정에서 정(情)이란 식(識)을 의미하고, 여러 식의 자체(自體)가 있다면 많은 유정이지, 하나의 유정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라고 묻는다.
197)
상부 지위의 다른 세계 분위[界分]나 다른 무루 분위[無漏分]를 말한다.
198)
명근(命根)을 소승에서는 실유(實有)로 말하지만, 대승에서는 그것을 종자에서 가립하여 말한다.
199)
명근이나 이숙식을 가리킨다.
200)
심소법은 모두 심왕에 소속된 법으로서 동일한 능연(能緣)의 체성임을 말한다.
201)
하나의 바다나 거울에 의해 많은 파도나 영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202)
비판하여 묻기를, 5식과 함께하는 의식[五俱意識]은 오직 하나뿐인데, 어떻게 그것이 색경(色境) 등 여러 대상을 취하는가라고 말한다.
203)
견분(見分)이 하나 또는 여럿인 것은 인식대상[所緣境]이 하나 또는 여럿인 것에 의한다. 예를 들면 안식 앞에 꽃ㆍ나무ㆍ나비 등 여러 대상이 동시에 있을 때는 동시에 그들 여러 대상을 취한다. 견분이 그 상분(相分)의 수(數)에 응하여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의식이 여러 대상을 취하는 데 아무 자질이 없게 된다고 답변한다.
204)
예를 들면 안식이 한 찰나에 둘ㆍ셋ㆍ넷 등 여러 안식이 함께 일어나는 것을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여러 식이 함께 일어남을 인정한다면, 같은 종류의 식이 여럿이 함께 일어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묻는다.
205)
『해심밀경』 제1권(『고려대장경』 10, p.715上:『대정장』 16, p.692中).
206)
유분별(有分別)이란 심(尋)ㆍ사(伺) 심소가 함께하는 것으로서, 명료하게 취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한다.
207)
제6식과 제8식은 많은 대상을 반연하고, 5식과 제7식은 하나의 대상을 반연하기 때문이다.
208)
감각기관을 말한다.
209)
수(數)가 다르다는 것은, 5식은 네 가지 의지처[所依]이고, 제6식은 두 가지이며, 제7식과 제8식은 하나의 의지처를 갖기 때문이다.
210)
다음에 총체적으로 능변식의 자체가 하나인지 여럿인지[能變一異]를 밝힌다.
211)
바닷물은 제8식을, 파도는 7식을 비유한다.
212)
『입능가경』 제9권(『고려대장경』 10, p.906下:『대정장』 16, p.574中).
213)
상동(上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