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에 나타난 키워드는 평화 번영이고 통일에 관한 사항은 미래의 목표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입만 벌리면 통일을 노래하는 북한도 적화통일이라면 몰라도 우리가 바라는 방식의 통일에는 관심 자체가 없을 지도 모른다. 우리 남쪽 국민들은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지만 북한 주민들을 기아선상에서 구출하자는 데는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통일은 단계적으로 추진함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이 급격한 통일을 밀어붙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4대 전승국의 굴레가 남아 있고 이념을 달리하는 동서독 통일은 국제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어 고르바초프가 조성한 해빙 무드에 편승하지 않으면 또 언제 통일의 기회가 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사실 통일독일이 성립한 것은 비스마르크 시대 쯤이고 우리 5천년역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민족의 동질성을 찾으며 통일을 국가시책의 최우선과제로 삼았던 독일을 우리는 다시 평가해야 한다. 우리도 동북아의 국제정세 및 미국 중국의 신패권다툼의 중심에 놓여 있어 통일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단과 대결을 지속하는 한 일본 등의 짓거리에서 보듯이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노리개 내지 먹이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통일은 기회가 오면 무조건 해치워야 한다. 그리고 나서 통일로 인한 혼란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독일도 통일 당시 모두가 경제적 몰락을 우려했지만 지금 독일은 유럽의 경제를 책임지며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들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통일을 위한 준비는 많이 할수록 좋다. 그러나 그 통일이 언제 닥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오늘이라도 당장 각 부처에서는 가장 엘리트 공무원들을 선발하여 통일대비업무에만 전념하게 해야 한다. 이들에게 실적에 따라 승진과 각종 혜택이 주어져야만 제대로 된 통일준비가 가능할 것이다. 비상계획관실 소속 몇 사람이 통일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상황은 아마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았을 것이다.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남북 경제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 독일 모델로 통일하면 북한 주민이 남으로 급격히 이동해 혼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제언이 15일 공개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독일 할레경제연구소는 공동 발간 보고서 '통일 독일의 경제 이행과 한국에의 함의'(Economic Transition in the Unified Germany and Implications for Korea)에서 지금처럼 남북 경제 격차가 현격히 큰 상태에서 독일처럼 급격한 통일이 이뤄지면 "북한 주민 7%가 남쪽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맞물려 북한 실업률이 30∼50%로 치솟고 남북 양쪽 일자리 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4년 추정한 북한 인구는 약 2천500만명이며 이를 토대로 환산하면 북한 인구의 7%는 약 175만명이다.
북한 인구의 7%가 남한으로 이주할 수 있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한 전망이므로 실제는 통일 당시 상황이나 북한 인구에 따라 이주민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통일비용은(PG) [제작 이태호,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이 통일 전에 개혁하고 외부 세계에 개방하는 등 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남북 경제 격차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자유시장 시스템을 만들고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법을 배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사회 보장제도 통합과 관련해서는 3단계 점진적인 방식이 적절하다.
동독은 중앙 집중형 사회보험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했기 때문에 서독 시스템을 확대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북한은 사회보장 시스템이 작동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아서다.
사회보장 통합 첫 단계에서는 위기에 처한 북한 주민에게 기본적인 보장을 제공해 통일 직후 사회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2단계인 구조적 통합 단계에서는 남한 시스템을 북한에 원칙적으로 적용한다. 이들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도 노인 생활 안정을 위해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구조적 정착 단계에서는 사회보장 제도 통합을 마무리하고 단일한 시스템을 이루면 된다.
남북, 정상 공동선언…한반도 통일 기대감 고조(PG) [제작 정연주] 사진합성, 일러스트
독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고 준비하면 통일 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며, 이와 관련 한국의 과제는 북한 거시 경제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 남한 정책 입안자들이 통일 비용 마련을 위해 증세나 지출 삭감 등과 관련한 논의를 충분히 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한편, 통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공공 채무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통일은 국내·거시 경제 상황을 한동안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에 대비해 한국은 환율과 금리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국내외 경제의 토대와 재정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연구책임자인 정형곤 KIEP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가 통일 정책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며 "할레경제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남북교류 및 통일기반을 위한 정책 수립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