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팔꿈치
배종영
갸웃거리는 사유(思惟)를 받치는 것은
다름 아닌 팔꿈치다
위대한 철학이나 새로운 학설들의 정점에는
팔꿈치의 수훈이 있었을 것이다
아득한 별과의 거리를 좁히고
장미꽃숭어리 두근거리던 한여름 밤의
담장을 떠올리던 것도
팔꿈치가 받친 상념 속이었을 것이다
벽에 막힌 팔꿈치,
골똘한 집중을 받들고 섰다
촉수를 들어 이쪽저쪽 옛 부재(不在)를 더듬어가다 보면
저릿저릿해지는 팔꿈치가 있다
얽힌 실타래 풀듯 더듬어가던 궁리가 실마리를 찾으면
그때 비로소 팔꿈치는 자세를 푼다
몇천 년 전의 사람이 여전히 팔꿈치를 받치고 있는 것도
그만한 사유의 도구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비스듬한 사유를 받치는 이 직각의 조력자는
그 어떤 수훈의 치사는커녕 가끔
오후의 꾸벅이는 낮잠이나 받치라는 비아냥거림이나 듣는 처지일 때도 있다
아마도 매일매일 도는 달과 지구도
팔꿈치를 닮은 기울어진 중력 위에서 무한한 더듬이를 켜고
영원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학의전당 시인선 371, 배종영 시집, 『사..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문학의전당 시인선 371, 배종영 시집, 『사유하는 팔꿈치』
배종영 시집 | 사유하는 팔꿈치 | 문학(시) | 변형국판 | 140쪽 | 2023년 10월 25일 출간 값 10,000원 | I...
b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