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사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파도 땋는 아바이>(서정시학)를 펴냈다.
시집 <파도 땋는 아바이>는 분단과 실향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속초 청호동 ‘아바이 마을’이 중심 테마이다. 4부로 구성된 시집은 1, 2부에 청호동 이야기를, 3, 4부에 바다와 인류 보편적 이야기를 실었다. 전체 85편 가운데 표제작인 ‘파도 땋는 아바이’를 비롯해 ‘납북어부 득엽이’, ‘청호동에는 부고가 없다’, ‘어느 청호동 아바이의 묘비명’ 등 청호동을 다룬 시가 50편에 이른다.
시집은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상징이며 실향민의 애환이 서린 ‘갯배’ 이야기로 시작한다. ‘물에 떠야 배고/ 떠가야 배고/ 떠나가야 뱁니다/ 떠나갔다 돌아와야 뱁니다// 나 이제까지/ 떠가지 못해/ 떠나가지 못해 갯배입니다’(‘늙은 갯배의 노래’ 1, 2연)
임수철 작곡가(철학박사)는 시집 해설에서 “지금의 청호동은 옛 모습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그마저도 여기저기 파편처럼 남아있는데, 박대성은 이러한 청호동을 시 작품을 통해 하나하나 퍼즐처럼 조립해냈다”고 평했다.
박대성 시인은 “지역 시인으로서 청호동의 상처와 아픔을 시로 노래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진솔한 울림을 주고, 그를 통해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처럼 청호동이 세계적인 명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시들을 이번 시집에 담았다”고 말했다.
시인은 시 ‘다시 두 동강 아바이 마을’과 ‘사릉 염총’을 통해 청호동이 둘로 갈라져 다시 생각이 깊은 섬이 됐다고 아파했다. ‘다시 두 동강 아바이 마을/ 온통 송두리째 기다리는 칠십 년/ 압록강도 반으로 백두산도 반으로 갈리더니/ 아바이 마을도 남아바이 북아바이로/ 금강대교 설악대교 아래 둘로 나뉘어’(‘다시 두 동강 아바이 마을’ 첫 연)
임수철 작곡가는 “박대성의 청호동 관련 시는, 책상 앞에서 머리로만 쓴 관념적인 시가 아니다. 시인이기 전에 청호동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속초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온몸과 온 마음, 그리고 긴긴 세월로 쓴 것”이라고 했다.
시인은 앞으로 ‘청호동 이야기’ 3부, 4부를 계속 써낼 계획이라고 한다. 동란과 분단 70년을 넘기며 고향 땅을 밟아보려는 실향민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들을 담을 생각이다.
속초 토박이 시인인 박대성은 200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2018년에 첫 시집 <아버지 액자는 따스한가요>(황금알)를 출간했다. 첫 시집서 보여준 바 있듯 ‘주변과 이웃들’, ‘우리들’에 소박한 시선을 보내고, 그늘과 아픔을 다루면서도 긍정적인 세계관과 꿈을 지향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물소리詩낭송회’와 ‘후산 최명길 시인선양회’ 사업도 열심히 이끌고 있다. 현재 양양 손양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임 중이다. 장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