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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지은 집
이동아
검이 먼저 내 속에 방을 냈다
처음엔 꿀처럼 달았고
나중엔 선혈의 맛으로 번졌다
그 뜨거움이 심연까지 스며
마른 뼈의 빈칸마다 조용히 차오를 때
나는 늦게 알았다
비어 있던 곳이
상처가 아니라
신방이 되어 가고 있음을
태초의 빛이
폐허가 된 내 안을 찢고 들어오자
어둠은 부서지는 소리를 냈고
얼어붙은 시간은 겹겹이 풀려내렸다
뒤집힌 내 안은
마침내 꽃동산 쪽으로 기울었다
흉터 위에 머문 손 하나
문드러진 환부를 오래 덮고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배웠다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임을
오래 흐르던 근원이
조용히 멎는 그 순간
비로소 안다
멈춤도 치유의 속도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한 알로 묻힌 뒤에야
나는 기다림의 흙을 얻는다
어느 날
땅을 밀어 올리며
들판이 먼저 일어나고
나는 그제야 본다
내 영혼이 먹고 살아갈
단 하나의 생명
지금 내 안에는
날 선 검 하나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숨의 문장이 있고
이 집은 내가 쌓은 것이 아니라
그의 숨결이 나를 깎고 세워
다시 지어 올린 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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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의 방향
검이 먼저 내 속에 방을 냈다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
한 알로 묻힌 숨이
어느 날 들판을 밀어 올린다
이 집은 내가 세운 것이 아니라
그의 숨결이 다시 지은 것
──────────────
세상은 흔히 치유란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고, 집을 세우는 일은 결국 내가 무너진 나를 다시 복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익숙한 해석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여기서 날 선 검은 파괴의 도구가 아니라 내 안의 빈칸을 신방으로 바꾸는 공사의 시작이며, 상처는 폐기될 대상이 아니라 빛이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 이 시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이라는 지점에서 반전을 만든다. 흘러내리던 고통이 멎는 순간, 독자는 치유를 제거가 아니라 정지의 은총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어 한 알로 묻힌 뒤 들판이 일어나는 장면에서 죽음과 기다림은 생명의 저장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 시의 힘은 검, 신방, 폐허, 꽃동산, 환부, 한 알, 들판, 집의 이미지를 하나의 재건축 서사로 묶는 데 있고, 끝내 이 시는 ‘내가 나를 고쳐 세우는 존재’에서 ‘그의 숨결에 의해 다시 지어지는 집’으로 이동한다. 그리하여 존재의 이동을 또렷하게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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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여서 세워진 집
이동아
날 선 검 하나가 먼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꿀처럼 달았고
나중에는 선혈의 맛으로 번졌다
그 뜨거움이 심연으로 스며들어
마른 뼈의 빈칸마다 조용히 차오를 때
나는 알았다
비어 있던 곳이
신방이 되어가고 있음을
태초의 빛이
폐허가 된 내 안을 찢고 들어올 때
어둠은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얼어붙은 시간은 겹겹이 풀려내렸다
뒤집힌 내 안은
꽃동산이 된다
흉터 위에 머문 손 하나
문드러진 환부를 덮을 때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임을
오래 흐르던 근원이
조용히 그 자리에서 멎는다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한 알로 묻힌 뒤에야
나는 기다림을 배운다
어느 날
땅을 밀어 올리며
들판이 일어나고
나는
내 영혼이 먹고 살아갈
단 하나의 생명을 본다
지금
내 안에는 날 선 검 하나
살아 움직이고
나는 안다
이 집은 내가 쌓은 것이 아니라
그의 숨결이
나를 깎고 세워
다시 지어 올린 것임을
──────────────
「달콤한 상처」
검이 들어왔다
달콤하게
그리고
나를 열었다
집은
부서진 뒤에야
지어졌다
──────────────
이 시는 말씀(로고스)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으로 다시 쓴다. 우리는 흔히 말씀을 위로의 언어로 읽는다. 부드럽게 스미는 빛, 다독이는 손. 그러나 이 시는 처음부터 검을 들고 들어온다. 달콤함으로 시작해 선혈의 맛으로 번지는 감각의 전락이 그 역설의 첫 무기다. 꿀이 피가 되는 순간, 독자는 위로의 문법이 아닌 전혀 다른 언어 안에 있음을 감지한다. 이미지는 귀→눈→손→땅의 감각 하강을 따라 이동한다.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보는 것에서 만져지는 것으로, 만져지는 것에서 땅속에 묻히는 것으로—말씀은 점점 더 깊이 몸 안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결정적 장면에서 이 시의 반전이 터진다.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이라는 고백. '멈춤'은 '없어짐'이 아니다. 오래 흐르던 것이 그 자리에서 고요해지는—그 미세한 차이 안에 사십 년 목회가 들어 있다. 마지막에 다시 돌아온 검은 처음의 그것과 같은 검이 아니다. 처음에 나를 찢은 검이, 이제 나를 지은 도구가 되어 있다. 집은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깎여 세워진 것—그 하강이 이 시의 가장 깊은 반전이다.
로고스는, 나를 먹고 자란다
이동아
로고스는
귀로 먹힌다
처음에는
꿀처럼 달았고
나중에는
선혈의 맛으로 번졌다
그 뜨거움이
심연으로 스며들어
마른 뼈의 빈칸마다
조용히 차오를 때
나는 알았다
비어 있던 곳이
신방이 되어가고 있음을
로고스는
눈으로 들린다
태초의 빛이
폐허가 된 내 안을
찢고 들어올 때
어둠은
부서지는 소리를 내고
얼어붙은 시간은
겹겹이 풀려내렸다
마침내
뒤집힌 내 안은
꽃동산이 된다
로고스는
상처로 만져진다
어머니의 손 같은 온기로
흉터 위에 머물고
문드러진 환부를 덮을 때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슬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임을
오래 흐르던 근원이
조용히
그 자리에서 멎는다
로고스는
땅속에 심긴다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한 알로 묻힌 뒤에야
나는
기다림을 배운다
어느 날
땅을 밀어 올리며
들판이 일어나고
나는
내 영혼이
먹고 살아갈
단 하나의 생명을 본다
지금
내 안에는
날 선 검 하나
살아 움직이고
나는 안다
이 집은
내가 쌓은 것이 아니라
그의 숨결이
나를 깎고 세워
다시
지어 올린 것임을
압축시
나는
말씀을 먹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말씀이
나를
깎고
자르고
심고
다시
살려내고 있었다
긴 공감
우리는 말씀을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듣고, 읽고, 이해하고,
내 삶에 적용하는 것.
하지만 이 시는
그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다.
말씀은
내가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를
다시 빚어내는 힘이다.
달콤하게 시작하지만
결국 피의 맛으로 번지고
위로로 다가오지만
결국 나를 쪼개고
심어지지만
결국 나를 터뜨린다.
그래서 로고스는
정보가 아니라
창조다.
나는 말씀을 듣는 존재가 아니라
말씀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는 존재다.
로고스가 몸이 될 때
이동아
로고스 귀로 먹는다
처음에는 꿀처럼 달았고
나중에는 선혈의 맛이 났다
그 뜨거움이
심연으로 스며들어
마른 뼈의 빈칸마다
조용히 차오를 때
나는 알았다
비어 있던 곳이
신방이 되어간다는 것을
로고스 눈으로 듣는다
태초에 폭발하던 그 광휘가
폐허가 된 내 안으로
찢고 들어올 때
어둠은 부서지는 소리 내고
얼어붙어 있던 시간들이
한 겹씩 녹아내렸다
마침내
내 안은 뒤집혀
눈부신 꽃동산이 되었다
로고스 낡은 굽으로 만진다
어머니의 손처럼 다가와
흉터 덮고
문드러진 환부 위에
지문 남기듯 머물 때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멈추는 것임을
오래 흐르던
그 끈적한 근원이
조용히 멎었다
로고스 텃밭에 심는다
황무한 대지 깊이
보이지 않는 곳에
그 한 알이
터지듯 잠기고 나서야
나는 기다리는 법 배웠다
어느 날
땅을 밀어 올리며
백 배의 들판이 일어섰고
나는
내 영혼이 뜯어 먹을
유일한 생명을 마주했다
지금,
내 안에는
임의 날 선 검이 살아 있고
나는 안다
이 집은
내가 쌓은 것이 아니라
그의 숨결이
나를 깎고 세워
다시 지어 올린 것임을
먹고, 듣고, 심겨
꿀처럼 먹은 말씀, 선혈 되어 스며들고
폐허 찢고 들어와 내 시간 꽃으로 뒤집어
나는 집이 되었고, 그 검이 나를 산다
로고스의 신방
이동아
로고스 먹는다, 꿀보다 달콤한 선혈
심연으로 스며들어 마른 뼈 빈칸 채우는
뜨거운 골수, 비로소 신방이 된다
로고스 듣는다, 태초에 폭발하던 광휘
폐허의 장막 찢고 들어와 어둠 해체하면
얼어붙은 내면은 눈부신 꽃동산으로 뒤집힌다
로고스 만진다, 흉터 덮는 어머니 약손
문드러진 환부 지문으로 지지며 지날 때
오랜 슬픔의 혈루, 그 끈적한 근원이 멎는다
로고스 심는다, 백 배의 장엄한 폭출
황무한 대지 뚫고 올라온 기적의 들판
영혼이 뜯어 먹을 유일한 생명의 살점
시방, 내 안에 그분의 날 선 검이 살고
나는 임의 숨결로 빚어진
단단한 집 로고스로 다시 건축된다
말씀의 살점
로고스를 먹나니 꿀송이보다 단 사발
마른 뼈 빈칸마다 뜨거운 골수 채우면
시방, 내 가슴 한복판은 깊은 신방 된다
로고스를 만지나니 흉터 덮는 어머니 약손
문드러진 환부 위로 지문이 스쳐 갈 때
오랜 슬픔 끈적한 피, 그 눈물이 멎는다
황무한 대지 뚫고 기적처럼 돋은 들판
영혼이 뜯어 먹을 단 하나의 생명 살점
기어이, 그분 숨결로 단단하게 지어진다
로고스(Logos)의 오감
이동아
로고스를 먹는다, 꿀송이보다 달콤한 선혈(鮮血)
심연으로 스며들어 내 마른 뼈의 빈칸 채우는
뜨거운 골수(骨髓), 나는 신방(新房)이 된다
로고스를 듣는다, 태초의 폭발하는 광휘(光輝)
내 폐허의 장막 찢고 들어와 어둠 낱낱이 해체하면
얼어붙은 내면은 눈부신 꽃동산으로 전복(顚覆)된다
로고스를 만진다, 흉터 덮는 어머니의 약손
문드러진 환부 지문으로 지지며 지나갈 때
오랜 슬픔의 혈루(血淚), 그 끈적한 근원이 멎는다
로고스를 심는다, 서른 배 백 배의 장엄한 폭출(暴出)
황무한 대지 뚫고 올라온 거대한 기적의 들판
내 영혼이 뜯어 먹을 유일한 생명의 살점이다
시방, 내 안에는 그분의 날선 검(劍)이 살고
나는 그분의 숨결로 빚어진 단단한 로고스로 건축된다
말, 내 뼈를 채우는 당신의 골수(骨髓)
이동아
당신의 언어 생각하면 가슴엔 라일락 향기가 번지고
그윽한 당신의 체취가 내 영혼의 커튼 걷어낼 때
나는 시방, 당신이 거하시는 가장 정갈한 신방이 됩니다
당신의 언어 먹으면 꿀송이보다 달콤한 은혜가 되어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까지 소리 없이 스며드나니
말씀은 어느새 내 마른 뼈 채우는 뜨거운 골수가 됩니다
당신의 언어 들으면 찬란한 태초의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당신의 광명이 내 어둠의 폐허 샅샅이 훑고 지날 때
얼어붙었던 내 내면은 눈부신 [꽃동산]으로 개화합니다
당신의 언어를 만지면 내 어머니의 지극한 약손이 되어
상처 난 환부와 문드러진 흉터 당신의 지문으로 덮으시니
오래된 슬픔의 혈루 근원이 비로소 깨끗이 멎습니다
당신의 언어 전하면 죽어있던 생명들의 눈이 열리고
당신 보고 만지는 손길마다 기쁨의 파동이 일렁이나니
내 안의 포구(浦口)는 당신 누리는 환희로 가득 차오릅니다
당신의 언어를 심으면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결실로
황무한 대지 밀어 올리는 거대한 기적의 들판이 되고
당신은 내 영혼이 영원히 갈구하는 유일한 생명의 양식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