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명리의 연주 월주의 원형 복원에 대한 시도
1. 삼세간과 삼재의 이기理氣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의 얼굴은 이렇게 생겼고, 나의 배우자는 저렇게 생겼으며, 나의 가족들은 이렇게 저렇게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사람들은 두 발로 땅을 딛고 머리로 하늘을 이고 살아간다. 위로는 하늘이 있고, 아래로는 땅이 있으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일체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를 의거하면 이 세상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위시한 일체 생명체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이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를 통상 삼종세간三種世間이라 말한다. 삼종세간은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중생세간衆生世間 국토세간國土世間 오음세간五陰世間이고, 또 하나는 유정세간有情世間 기세간器世間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이다.
명리에서는 천지인 삼재를 천원 지원 인원 삼원이라 한다. 하늘이 먼저 생기고, 다음 땅이 생겼으며, 마지막에 사람들을 위시하여 일체 생명체가 생겼다고 한다. 천지인 삼재가 생성 차제가 있다면 시작이 있고 끝도 있어서 천지인 삼재는 유시유종有始有終일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삼종세간에는 생성 차제가 없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삼세간이 무시무종無始無終이다.
그렇다면 명리에서는 어째서 천지인 삼재를 유한하게 보고, 불교에서는 어째서 삼세간을 무한하게 보는가? 명리는 천지인 삼재를 음양과 오행이 순환하는 기의 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유한하여 유시유종으로 보지만, 불교는 삼세간의 각 주체가 종연생從緣生 종연멸從緣滅 곧 인연을 따라 생멸하는 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무한하여 무시무종으로 본다.
불교는 삼세간을 이理의 관점에서 보았다면 명리는 천지인 삼재를 기氣의 관점에서 보았다고 달리 말할 수 있다. 불교는 이理를 근본하기 때문에 이통理通하여 신통으로 전생과 금생 내생이란 무궁한 삼세의 일을 알 수 있지만, 명리는 기氣를 근본하기 때문에 기국氣局하여 삼재의 조합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일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동양학에서는 천지인 삼재를 오운육기로 파악한다. 명리란 천지인 삼재 곧 천원과 지원 인원의 삼원이라 일컫는 기氣의 변화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학문이다.
2. 기氣의 본질
중용中庸의 수장首章에 이르기를, “도道라 하는 것은 수유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니 떨어진다면 도가 아니다.(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非道也)”라고 말씀하셨다. 이를 박산무이博山無異 선사는 선경어禪警語에서 “도道는 수유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니 떨어진다면 도가 아니다.(道不可須臾離 可離非道也)”라며 조금 바꾸어 인용하고 나서, “공부工夫는 수유도 그 사이가 끊어질 수 없는 것이니 끊어진다면 공부가 아니다.(工夫不可須臾間斷 可間斷非工夫也)”라고 공부의 요결을 말씀하셨다. 나는 위 구절을 다시 바꾸어 인용하기를, “기氣라 하는 것은 수유도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니 떨어진다면 기가 아니다. 기는 수유도 그 사이가 끊어질 수 없는 것이니 끊어진다면 기가 아니다.(氣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非氣也 氣不可須臾間斷 可間斷非氣也)”라고 변용하여 기氣의 개념을 정의하고 아래 글을 쓰고자 한다.
3. 일월성신과 지구의 기운
이 세상에 있는 생명체는 모두 일종의 천연의 기를 받고 태어나고 또한 천연의 기를 호흡하며 일생을 살아나간다. 그 기를 크게 말하자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태양의 기이고, 둘은 달의 기이며, 셋은 지구의 기이고, 넷은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의 기이다. 또한 이를 다섯 가지로 나누면 목화토금수 오행의 운기이다. 태양의 기는 1년 4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또는 12개월로 나누어 느낄 수 있고, 달의 기는 보름 그믐 상현 하현 또는 초하루부터 그믐까지 30일로 나누어 느낄 수 있다. 해변이나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달의 기운을 항상 느끼며 살지만, 내륙에 사는 사람들 특히 도시 사람들은 달의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구의 기는 하루에 조석 주야 네 차례 또는 12시로 나누어 느낄 수 있고,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의 기는 크게는 1년 4계절 또는 12개월로 나누어 느낄 수도 있고 적게는 매일 밤마다 시시각각으로 느낄 수도 있다.
크게 한정하면 1년의 기운은 태양이 주재하고, 1개월의 기운은 달이 주재하며, 1일의 기운은 지구가 주재한다. 태양이 주재하는 1년이나 달이 주재하는 1개월 그리고 지구나 별들이 주재하는 1일 가운데도 각각 목화토금수라는 오행의 다섯 가지 기운이 또한 작용하고 있다. 태양과 달 지구 별들과의 관계에 따라 상호 교합交合하며 1년 365일 내내 시시각각으로 그 기운이 달라지며 천태만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4. 고법명리와 신법명리의 근원
명리의 역사는 매우 깊다. 태을 육임 기문을 삼식이라 하고 그 근원을 황제에 둔다. 명리도 또한 십간과 십이지지를 근본하기 때문에 그 근원이 삼식과 동일할 것이다. 그러나 명리학자들은 통상 명리의 근원을 전국시대의 귀곡자와 낙록자에 두는 경향이 있다. 귀곡자의 저서는 이허중명서李虛中命書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고 낙록자의 저서도 또한 낙녹자삼명소식부삼가주珞琭子三命消息賦三家註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독자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를 고법명리라 한다.
신법명리는 서자평의 낙녹자삼명소식부주珞琭子三命消息賦註에서 시작하여 연해자평에서 집대성되었다. 고법명리에서 신법명리로 전변하는 과정 중에 월주를 정함에 있어서 절기의 입절시각을 기준하는 법칙도 새로 생겨나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만일 고법명리에서도 입절시각을 기준하여 월주를 세웠다면 아래 제시한 글은 모두 공허한 이론에 불과할 것이다.
5. 고법명리의 연주 월주의 원형 복원
1. 이허중명서에 나타난 고법명리는 사주의 천간 천원과 지지의 지원에 납음의 인원이 포함된 삼원 체제가 명백하고 연본 일주로 간명한다. 서자평의 신법명리는 납음을 배제한 천간과 지지의 이원 체제가 명백하고 또한 고법명리의 연본 일주 중에 연본을 배제하고 일주만 취하여 일간 위주로 간명한다.
2. 신법명리에 납음을 대체하는 인원의 개념으로 처음 도입된 지지의 지장간은 지지의 확장 또는 지지의 천간화 현상일 뿐이고 인원의 용사가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납음은 천간과 지지의 합작 생산물이나 지장간은 천간과 지지의 합작 생산물이 아니고 지지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3. 지장간을 인원으로 용사하는 절기중심법의 사례는 서자평의 낙녹자삼명소식부주와 연해자평을 거쳐 적천수의 월령장 원주에 명백히 드러난다. 이를 의거하여 월주를 절기에 기준하는 이론이 확립되었다.
4. 고법명리에 절기를 의거하여 월주를 정했다는 기록이 없다. 이허중명서에 나타난 명조를 만세력과 대조하면 알 수 있겠지만 명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당사주와 같이 매월 초하루부터 그믐까지를 그 달의 월주로 정했을 것이라 추론한다.
5. 기문둔갑에 초신접기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곧 초신접기와 절국보국법 그리고 절기중심법이다. 초신접기는 당사주의 체제와 유사하고 절기중심법은 기문둔갑과 신법명리가 상호 유사하다.
6. 천간 갑을이나 지지 자축 등 십간 십이지지 그리고 이를 조합한 육십갑자는 자연현상의 부호이기도 하지만 귀신貴神의 명칭이기도 하다. 초신접기는 귀신의 개념을 중시하고 절기중심법은 자연현상을 중시한 것이다. 고법명리도 또한 귀신의 개념을 중시했을 것이라 추론한다.
7. 서양의 태양력에 불변하는 원칙을 하나 든다면, 춘분이 우리나라를 기준하여 항상 3월 20일이 되거나 21일이 되는데, 서양의 로마나 파리 또는 런던 인근의 한 지점을 기준하여 남에서 북으로 천구의 황도가 올라와 적도를 만나는 지점 곧 춘분점을 통과하는 날이 항상 3월 20일이 되도록 2월에 29일의 윤일을 두기도 하고 빼기도 하며 조정한다는 것이다. 서양의 태양력을 기준하여 각 절기의 여기 중기와 정기를 둘 수 있는 이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8. 적천수 월령장에서 확립된 절기에 의거한 여기 중기 정기의 인원 용사는 그 근거를 굳이 찾아서 말한다면 28수(태양과 28수의 위치와의 상호 관계)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음력 각 월에 의거한 여기 중기 정기의 인원 용사는 28수(달과 28수의 위치와의 상호 관계) 및 날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론한다.
9. 1년의 봄과 여름이 생장生長의 계절이고 가을과 겨울이 수장收藏의 계절인 것과 같이, 매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는 생장의 나날이고 16일부터 그믐까지는 수장의 나날이다. 1일부터 15일까지는 생수이고 16일부터 30일까지는 성수이다. 생수는 생동하여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여기와 중기를 따로 수용할 수 있으며, 성수는 고정하여 불변하기 때문에 정기만 있고 생동하는 변화를 수용할 수 없다.
10. 사주팔자의 연주와 월주는 절기의 입절시각을 배제하고 책력 그대로 세우는 것이 옳다.
6. 끝맺는 말
위 글을 달포를 넘도록 구상만 하고 정작 한 글자도 쓰지를 못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쓰고자 하는 핵심만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문제가 되는 내용을 추후 자세히 쓰기로 작정했다. 위 글의 핵심은 이허중명서에 나타난 명조가 입절시각을 기준했는가, 아니면 책력의 월건을 기준했는가의 여부가 관건이다. 이허중명서에 나오는 명조의 주인공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알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학문은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발전한다. 그러나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모든 부침은 사람과 시대를 따라 일어난다. 그 시대에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동참하면 흥기하고 그러하지 못하면 함몰한다. 명리도 또한 그러할 것이다. 신법명리는 고법명리보다 빼어난 점이 매우 많을 것이다. 적자가 생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리의 지평을 확장하고자 하면 고법명리의 장점을 신법명리에 보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위의 글을 쓴 것이다. 강호 제현의 많은 질책과 절차탁마를 바란다.
첫댓글 상당히 어려운 난제를 연구하시네요....고법사주에서 어떻게 자평으로 넘어오게 됐는지가 참 미스테리합니다. 근데 그 전개과정이 거의 소멸되어 흔적조차 찾기가 어렵습니다. 당송대에 치열한 논란후 고법사주가 점차 사라지게 된거 같은데....그게 천문중심에서 지리 인사중심으로 관점이 바뀌게 된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성평이나 28수 등 천문계열이 같이 사라지게 된게 어떤 연관성이 있을거 같읍니다. 자평론이 전통적으로 절기중심을 중요시 했는데, 28수까지라면 결국 고법신법 통합의길인데 어려운 길이군요. 입절시각 배제론은 타당하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증명은 힘들지 않을까요? 하튼 연구에 박수를 드리며.....건강하시죠?
염려 덕분에 잘 있습니다.
서자평의 신법명리가 이허중의 고법명리보다 탁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세상 사람들이 신법명리를 선택해서 유전해온지라 그것도 하나의 시운이라 생각됩니다.
이제부터는 홍연진결을 다시 연구해 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강호의 여러 대가님들과 함께 연구하고 싶었습니다만
인복이 없어서 그런가 항상 저 혼자서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좋은 방안이 있으면 함께 궁구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구에 도움드리고 싶으나 너무 짧은 지식에 그냥 글만 읽고 갑니다
힘드시겠지만 좋은 결과를 얻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