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갈대
이태억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였다. 그에게 생각이란 ‘인간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었고, 정확한 인간의 위치는 비참하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의 비참함을 알고 있다는 데 있다. 비참함의 이유는 첫째, 인간은 죽음을 향해 있기 때문이고, 둘째,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가 별 의미 없고 허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 허무를 메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행위들을
한다. 예컨대 대화, 수다, 행사, 정치, 오락, 도박, 전쟁, 스포츠 등에 매진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목마르다고 바닷물 마시는 격이다. 더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파스칼은 비참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생각을 그치고’ 저 편에서 이편을 향해 걸어오는 말, 곧 성서에 계시된 신의 언어를 절대적 권위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신적 말씀을 듣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에게 ‘인생은 하느님을 대입해야
풀리는 방정식’ 이다.
이상재 신부 「도리도리 각궁」 부문
TV프로그램 ‘세계테마여행’ 파키스탄
편을 2시간에 걸쳐서 보았다. 파키스탄은 삭막한 모래와 건조한 날씨로
흙먼지만 날리는 척박한 땅과 4~5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50% 이상
차지하는 나라 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척박한 나라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은 정말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우리와 대조적이다.
빙하가 녹은 물이 강을 이루고, 그 강물이 얼다가 녹다가를 반복하여
바위들을 깨고 잘게 부수어, 바위 속에 있는 숨어있는 금을 세상에 내 놓는다. 그
금을 캐는 파키스탄인들의 모습을 보았다. 묵묵히 혼자서 얼음처럼 찬 물을 계속해서 퍼올려 돌을 씻어낸다. 작은 모래들을 훑는다. 3개월을 한 곳에서 사금을 찾다가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또 3개월을 사금을 훑는다. 그렇게 그들은 살아간다. 무슨 생각들을 할까? 어떤 삶을 산다고 해야 하나.
나는?
카라코람 고속도로(Karakoram Highway)는 국가 간을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이다. 이 도로는 카라코람 산악 지역을 통과하여 공식 고도가 해발 4,693미터에 이르는 쿤자랍 고개(Khunjerab Pass)를 가로질러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한다. 자연히 도로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낙석이 잦아
차가 다닐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된다. 사람들은 작게는 몇 십 분에서 몇 시간을 하염없이 공사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조바심을 내며 서두르지 않는다. 길가에
앉아 한가로이 서로 얘기를 나눈다. ‘하느님의 뜻이겠지요.’ 라며 여유롭게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아내가 아프다. 하루하루 보내는 집사람의 모습이 전과 다르게
힘들어 보인다. 종일 비실비실 소파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지나간 세월 아내를 정성껏 보살펴 주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나를
위해 한 평생을 살아 준 사람인데 ....... 왜 그렇게 몰랐을까.
파스칼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
하였다. ‘인생은 하느님을 대입해야 풀리는 방정식’이라 하였다. 나의 삶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해야 할까. 아픈 아내를 오늘은 어떻게 위로 해
줄까. 오늘도 절대자이신 하느님께 나를 의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