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의 '서장'통한 선공부] <1>
간화선 본질 밝힌 깨달음의 교과서
*김태완 <부산대 강사·철학>
이번 호부터 김태완 씨의 ‘<書狀>을 통한 선 공부’를 싣는다. 간화선의 교과서로 불리는 <서장>을 통해 한국선의 지남으로 삼자는 까닭이다. <서장>에 실린 62편의 편지글 가운데 50편을 선정하여 각 편지에서 밝히고 있는 주요한 가르침들을 주제로 삼아, 그 내용을 알기 쉽고 상세하게 풀이할 것이다. <편집자>
오늘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과 태고종은 조사선(祖師禪)의 전통을 이은 간화선(看話禪)을 그 종지(宗旨)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교계의 안팎에서 한국의 간화선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이 빈번하다. 심지어 한국선의 정체성을 새로 확립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선이 깨달음으로 이끌어가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디엔가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에게 있지 선에 있는 것은 아니다. 간화선을 재고하자고 요구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서장>의 가르침을 철저히 파고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서장(書狀)>은 간화선에서는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서장>은 <대혜서(大慧書)> <대혜서문(大慧書問)>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 등으로도 불리는 책이다. 대혜종고(大慧宗 ; 1089~1163) 스님이 문하의 거사와 유학자들의 질문에 답하여 선의 요지를 설명한 편지글을 모은 것이다. 임제종 양기파에 속하는 중국 남송 시대의 스님인 대혜종고는 묵조선을 배격하고 간화선을 제창하였기 때문에, 간화선의 전통을 이은 한국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대혜의 방대한 어록(語錄) 가운데 <서장>은 묵조선의 배격과 간화선의 제창을 그 내용에 담고 있기 때문에 특히 중요시되어, 조계종의 승려를 교육하는 강원에서는 오래 전부터 필수과목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선을 공부하는 지침서로서의 <서장>의 장점들을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조사선과 간화선의 본질을 잘 밝히고 있다. <서장>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깨달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체험되는가’라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의 설명이다. 이 점에서 <서장>은 종교를 초월하여 깨달음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해 준다.
또 ‘선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한 선 공부의 지침서이다. <서장>에 실린 대혜종고의 편지글은 모두 ‘선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답변의 상대는 주로 거사들이지만 승려와 여성도 있어서 다양한 공부인들을 대상으로 선으로 들어가는 올바른 길을 가르치고 있다.
공부에 관한 지도가 매우 구체적이고 친절하다. 공부의 지침서로서의 <서장>의 무엇보다 큰 장점은 그 가르침이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다는 것이다. 대혜의 안목이 그만큼 깊고 정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옳지 않은 견해와 잘못된 공부의 여러 사례를 열거하여 그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동시에 올바른 견해와 공부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건강한 육체란 질병만 치료하여 없애면 될 뿐 새로 얻어야 할 건강이 따로 있지 않듯이, 깨달음도 잘못된 관념과 습성을 정확히 파악하여 바로잡아주면 될 뿐, 따로 깨달아야 할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마조(馬祖)는 “도는 닦을 것이 없고 다만 오염되지만 않으면 된다(道不用修但莫汚染)”고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선 공부에서 무엇보다 우선 요구되는 것은 마음의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잘못된 치유법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서장>의 가치는 이 점에서도 매우 훌륭하다.
약력
동국대 철학과, 부산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논문인 ‘중국 조사선(祖師禪)의 연구’를 비롯해 ‘임제(臨濟)의 참사람 연구’ ‘중국선에서 깨달음의 구조에 관한 연구’ ‘조사선에서 선지(禪旨)의 표현에 관한 연구’ 등 선 관련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 현재 부산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이론뿐만 아니라 실천으로서의 선공부(禪功夫)에도 힘쓰고 있다.
김태완/ 부산대 강사.철학
[출처 : 부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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