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일
6월 1일이다. 올해 1월 28일 로마행 비행기를 탔으니, 벌써 4개월을 바다에서 보냈다. 새삼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참. 멋모르고 시작해서 요리조리 잘 해왔다. 이제 한 달여 더 가면 한국이다. 올해 86세 되신 아버지가 투석을 위한 설치 수술을 하러 입원하셨다가, 방금 수술실에 들어가셨다고 한다. 여동생과 엄마 모두 아버진 집안 내력에 비해 오래 사셨고, 큰 수술이 아니라고 하면서 다들 눈가가 빨갛다. 나도 그렇다.
가까이 있어 병원에 가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속상하고 죄스럽고 그렇다. 내 나이가 어중간 한가? 장거리 항해를 더 빨리 젊을 때 하던가, 더 나이 들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을 때 했어야 했나? 생각이 많아 마음 어지러운 날이다.
임대균 선장 덕분에 라마다 호텔서 숙면하고, 조식 부페도 먹었다. 오전 8시 10분. 이집트 포트사이드에서 끊어졌던 세이프티 라인을 가지고 Multiequip 으로 가서 새로 한 세트를 주문한다. 오늘 오후 2시 이후에 완성 된다고 한다. 오다가 ASIATIC MARINE DISTRIBUTION (M) SDN BHD 에 들러 김석중 선장님이 주문하신 오토파일럿을 확인한다. 엔지니어가 없다. 내일 (금)은 쉬고 토요일에는 일한다고 한다. 토요일(3일) 설치하고, 일요일(4일) 오전 출항이다. 실은 토요일 출국하려 했는데, 여기는 금토가 휴일이다. 출항이 자연스레 하루 더 늦어졌다.
오늘 오전 10시 30분에는 수리샵 엔지니어가 와서 빌지 펌프와 화장실 전동 변기를 수리한다. 두 가지만 잘 수리 되면, 이제 큰 문제는 다 해결하고 출항한다. 안심이다. 다들 Billion Duty Free Supermarket (Langkawi) 에 SIM 카드 구매와 장보러가고 나는 배에서 엔지니어를 기다린다
엔지니어가 왔다. 그냥 샾에서 부른 프리랜서란다. 와서 또 점검부터 다시 한다. 세 번째다. 여기가 수리하기에는 별로 적합지 않은 곳으로 보인다. 사람이 없으니 여기저기 수소문 하는 식이다. 수리 인건비는 1시간에 150 링깃(43,000원)이라고 한다. 엄청난 바가지다. 이렇게 되면 선장들이 직접 수리하겠지. 기술자들이 제 무덤 파는 거다. 그러더니 빌지 펌프는 모터가 약하고 파이프가 굵다고 파이프를 교체하자고 한다. 그래? 그럼 빌지 펌프는 잊기로 하자. 그냥 한국 가서 내가 좀 더 센 모터를 달면 끝날 일 같다. 임시 빌지 펌프도 다 준비해 두었으니 큰 문제는 없다.
화장실 문제를 말하니, 모터는 약하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하고, 물 배출구 호스가 나쁘다고 한다. 호스를 교체하면 될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계약금 400링깃(115,000원)을 달라고 한다. 토요일 오전 9시에 다시 와서 2시간 정도면 수리가 될 거라고 한다. 좋다. 만약 그게 안 되면 돈은 한 푼도 주지 않을 거다. 뭔가 프로답지 않고 일처리가 엉성하다 제대로 할 것 같은 신뢰가 안 간다. 벌써 세 번째 엔지니어가 와서 3번째로 다음에 온다고 한다. 로열 랑카위 요트 클럽에서 수리하는 것은 권장할 사항이 아닌 것 같네.
오전 11시 20분. 리치 파라다이스의 연료 필터를 교환한다. 필터아래 센서가 연결되어 있어 작업이 아주 까다롭다. 교체 중 연료도 계속 쏟아진다. 연료 필터를 교체하고 엔진 벨트의 장력도 조절한다. 다시 시동을 켜보니 엔진에 아주 부드럽게 돌아간다. 오랜만에 Yanmar 엔진을 다시 만져 본다. 나도 김석중 선장님께 뭔가 도움이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오후 2시 30분. Multiequip에 가서 주문한 세이프티 라인을 찾아온다. 290링깃(83,043원) 돌아와 맞춰 보니 딱 맞는다. 이제 또 하나 해결했다.
Multiequip : Address: 28-30, Jalan Pandah Mayah 2, Pusat Bandar Kuah, 07000 Langkawi, Kedah phone : 012-562 7883
임대균 선장이 가져온 스텐 볼트로 메인 세일 붐을 고정한다. 붐이 바람에 흔들려 볼트 교환이 쉽지 않다. 세 명이 달라붙어 붐을 잡고 간신이 스텐 볼트를 밀어 넣는다. 드디어 메인 세일 붐도 수리 완료 된다. 한국 가서 한 번 더 확인 예정이다.
오후 3시 30분. Billion Duty Free Supermarket (Langkawi) 에 가서 식수 일부와 식료품 등을 샀다. 일부 필요 물품을 사면서 마트의 물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 차원이다. 오늘은 다 같이 새우 파티를 할 예정이다. 조상욱 크루가 요리 솜씨가 좋다고 한다. 항해 중에 식사 걱정 말라고 큰소리다. 오늘은 그가 순두부찌개를 끓여 준다고 한다.
여기 물은 1병에 1,250미리다. 10일 동안 4명이 마실 물은 총180리터, 6병들이 팩으로 24팩이다. 오늘 10팩을 먼저 샀다. 출항 전 14팩을 더 사야 한다. 감자, 양파, 파, 계란, 과일, 음료수 등도 출항 전 실어야 한다.
오후 5시. 김석중 선장님의 리치 파라다이스에 새로운 raymarine p70 autopilot의 설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리치 파라다이스도 이제 항해 준비 완료다. 출항 날짜가 임박해서 마음 조렸는데, 다행이 ASIATIC MARINE DISTRIBUTION (M) SDN BHD 의 엔지니어가 서둘러 주었다. 이 회사의 작달막하고 안경 쓴 엔지니어가 아주 똘똘하다. 뭐든 물어보면 그 자리에서 도면을 그려가며 설명해 준다. 기술적인 조언을 받기 좋다. 추천한다.
ASIATIC MARINE DISTRIBUTION (M) SDN BHD Address: No.3, Lot 1867, Jalan Penarak Kuah, Kedah, Kuah, 07000 Langkawi, Kedah Phone: 04-961 0651
오후 6시. 조상욱 크루가 마스트에 올라, 어제 수리한 윈드 인디게이트를 다시 강력 접착제로 붙인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내일 또 올라가 강력 테이프로 보강할 예정이다. 바람도 강하고 배도 제법 흔들리는데 마스트에 매미처럼 딱 달라붙어 열심히 작업한다. 드론으로 작업상황을 정밀 확인한다.
오후 6시 30분. 리치 파라다이스에 모여 새우 파티를 시작한다. 랑카위는 신선한 새우가 저렴하다. 새우 50마리와 순두부찌개로 근사한 저녁식사를 한 뒤, 라마다 호텔 수영장으로 간다, 투숙객과 마리나 이용객들에겐 무료다. 한낮에 데워진 수영장 물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상현달과 별이 가득한 말레이시아의 밤하늘이다.
랑카위 라마다 호텔 수영장. 수영장 곁에는 토요일 있을 축제 준비로 무대 장치를 시험 중이다. 조명과 음악이 멋지다. 찰리스 플레이스에서 가져온 피자를 수영장 곁에서 즐긴다. 이탈리아에서부터 세일 요트를 몰고 말레이시아 랑카위에 와서 라마다 호텔 수영장의 야경을 즐긴다. 게다가 한국에서 온 좋은 벗들과 함께. 이런 일이 일생에 몇 번이나 있을까? 비현실적인 로열 랑카위 요트 클럽 마리나의 밤은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