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왜 살해하는가?
한상림
가족이 가족에 의해 살해되거나,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존속 살해야말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비극적인 사건이다. 사정과 이유야 어떻든 한 번뿐인 생명이 가족 간의 불화로 생명을 잃게 되는 일은 하늘의 법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얼마 전 사십 대 여성이 7개월 된 쌍둥이 자녀를 살해한 일이 있었다. 육아가 힘들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는 자녀가 가장 믿었던 엄마에게 살해당했다. 또한 생활고로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한 아버지도 있다. 경남 양산에 사는 남성은 뇌경색인 아내를 10년 동안 돌보면서 진 빚 8천만 원과 자신도 뇌경색 진단을 받고 회사를 그만둔 후 겹친 생활고로 아내를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였으나 실패했다. 드라마 주인공과 비교하였다 하여 할머니를 살해한 20대 손녀도 있다.
존속 살해 중 자녀를 살해한 부모는 마치 자녀가 자신에게 귀속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선택 후라 하여도 자기 자녀는 독립된 인격체로 남는다. 아무리 경제적 어려움이나 여러 가지 문제로 남은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할지라도 자녀의 생명이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자녀가 성장하여 독립할 때까지만 잠시 부모 곁에 머물러 있으며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이다. 그런데 힘없고 나약한 자녀를 부모라 하여서 함부로 살해하다니, 이 얼마나 무모하고 용서받지 못할 일인가.
존속살인의 종류도 다양하고 이유도 다양하다.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부부간 혹은 형제자매 등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믿을만한 사람에게서 살해당하는 거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는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학대당하여 생긴 정신적인 질환이 원인이다.
그 예로 2011년도에 광진구에서 고3 아들이 자기 친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일이다. 어릴 때부터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린 아들이 포크로 아버지를 21번이나 찔러 숨지게 하였다. 자식을 학대한 부모를 보면 이유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어릴 때 이들도 가정폭력과 아동 학대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결국은 아동 학대 부모 역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었다. 학대받고 자란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만큼은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 같지만, 결국은 대물림이 된 셈이다. 이 밖에도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적 존속살인을 자행하기도 한다.
존속 살해의 이유야 아주 많지만, 이러한 문제는 가족 간의 갈등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더 크다.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이웃에서 이러한 사건은 이미 생명을 잃고 나서야 사회에 노출된다. 물론 동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자가 이러한 가정을 발굴하여 지원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최악의 상태가 되기까지 자신의 처지가 노출됨을 꺼리는 점이다. 즉 주변에서 알게 되면 무시당하기 쉽고 오히려 따가운 시선을 받을까 봐 내색하지 않으려는 거다. 거기에 어린아이들은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르고 무방비 상태다. 자녀나 부모가 정신적인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병원 치료비조차 없으면 딱히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생활고로 인한 갈등과 질병으로 겹친 악순환의 고리를 자르지 못하고 결국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 동반자살 혹은 존속 살해로 이어진다. 어쩌면 다양한 길을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여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피의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거다.
여전히 뉴스에서 터져 나오는 존속 살해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 주변에서는 따스한 시선과 관심으로 이웃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자선남비와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운동, 따스한 겨울나기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생각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민들 복지정책의 중심은 정부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면밀히 검토해 보고 병폐적인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댓글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고 하는데
사람들 마음은 왜 이리 각팍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가족을 죽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지
이런 사건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메이고 찢어지는 마음입니다.
너무도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