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한 오사카 여행기/최미경
지난 4월 친구들과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왔다. 교회의 성가대에서 함께 몇 년을 활동 했지만,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십 대의 끝에 서 있는 다섯 친구가 모여 지천명이 코앞인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여행이라도 다녀오자는 의견 에 뜻을 모았다.
서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가까운 일본으로 1박2일 다녀오기로 했다. 몇 개월 전 부터 여행을 빌미삼아 툭하면 모여서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넷이 좋아지다 보니 항공권이나 호텔과 심지어 가서 먹을 식당 까지 한국에서 예약했다. 어떻게 하면 항공료를 적게 들여서 좋은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호텔에서 더 좋은 서비스는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수시로 카 톡 을 주 고 받으며
궁리했다. 음식 때문에 지난번 여행에 힘든 기억이 있었지만 새벽에 일어나 인천 공항으로 가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출국 절차를 밟고 비행기에 탑승해서 일본에 가는 동안 오롯이 즐기고 오고 싶었다.
같은 비행기 편에 자리가 여의치 않아서 두 친구와는 따로 탑승하게 되었다. 수개월 동안 준비를 같이 했는데 출발 하루 전날 한 친구의 시어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급하게 수술을 받게 되었다.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그래도 여행지로 떠나고 나서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것보다 출발 전에 소식을 들은 것이 다행한 일이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는 리무진 버스로 5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공항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운행이 되는데 정시에 출발했다. 급하게 앞차를 타려고 달려 보았지만, 그들은 냉정히 문을 닫고 떠나 버렸다. 처음 가보는 오사카는 우리나라와 특이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8차선 일방통행 도로가 많다는 것이고 운전대가
우리나라와 반대로 모두 오른쪽에 있다는 것이었다. 운전대가 오른쪽이다 보니
도로도 한국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미리 마중 나와 준 호텔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예약한 i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호사스러운 환영 인사를 받으며 객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유롭게 시내 곳곳을 다니다 보니 뜻밖에 한국인 관광객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마치 한국의 부산으로 여행 온 느낌이 들었다.
1년 중 벚꽃이 만개한 일주일만 개방한다는 조폐 국 을 가장 먼저 들렸다. 우리가 오사카에 머무는 기간이 운 좋게 조폐 국 개방 시기라 흥분된 마음을 고스란히
사진에 옮겨 담았다. 가는 곳마다 하하 호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이렇게
즐거운지 처음 알았다.
어둑어둑 해가 지기 시작한 도톤 보리 거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떠밀려 다녀야 할 정도였다. 도톤 보리는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거리라고 한다. 혼술 혼 밥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혼 밥 족을 위한 유명한 라면 가게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3층짜리 건물에 라면을 먹겠다는 사람들의 줄이 100m는 서 있는 것 같았다.
자판기에 돈을 넣고 각종 양념을 체크 하고 몇 분을 기다렸을까? 차임벨이 울리고 드디어 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3층으로 올라 갈 수 있었다.
칸칸이 칸막이가 쳐져 있지만 때에 따라 2~3명씩 같이 간 일행에 따라 칸막이를 접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일본의 라면은 좀 느끼한 맛이 강했다. 파와 다른 양념이 들어가 있는데도 우리나라의 칼칼한 라면 생각이 절로 났다.
갓 스물이 넘어 만난 남자와 쌓기 시작한 성 안에서 자식을 낳고 살다 보니 성 밖을 나갈 엄두를 쉽게 내지 못했다. 자유에 목마른 나는 그곳에서 또 한 번의 오아시스를 만나고 돌아온 느낌이 든다. 친구들과 국내도 아닌 이국의 낯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자식 걱정, 식구들 밥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 우리들에게 멋진 추억이 되었다.
밤이 야심해질 때까지 마치 스물한 살 청년 때같이 친구들과 가업으로 몇 대째 만들고 있다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입에 물고 도톤 보리 시내를 활보 했다.
도심을 가로 지르는 강에는 네온이 휘황하게 치장된 배가 관광객을 가득 태우고
신나는 음악을 앞세워 달린다. 배에 탄사람 이나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도 흥분된 환호를 보내며 손을 흔든다.
호텔로 돌아왔다. 손 글씨로 쓴 환영의 메시지 카드는 작지만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서 감동이었다. 잘 정돈된 침구와, 욕실, 작고 앙증맞게 포장된 과자, 더없이 좋은 것은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 밤새 시간이 아까워 자지도 않고 떠들다가 선생님께 야단맞았던 수학여행 생각이 났다. 마치 수학여행을 온 중년의 여인들 같다.
오사카의 아침을 호텔 라운지에서 우아한 식사를 하며 맞았다.
평소 아침 식사를 가볍게 하는 나는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외국에 나가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만날 때 곤혹스러워서 아메리칸 스타일의 호텔 조식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모닝커피와 갖가지 종류별로 잼을 빵에 발라서 먹으며 서로 먹어 보라고 권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 중 친구를 특별히 신이 주신 이유가 있다면 오늘 같은 날을 위해서일 것 같다.
일본에 머무는 시간은 짧았지만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우리는 굉장히 가까워졌다. 번역기를 켜 들고 로드 맵을 검색해가며 아는 단어를 총 동원해서 물어물어 목적지를 찾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의 시간이었다. 삶의 여유가 없어서 내 형편에 여행은 사치라고 생각을 했다.
친구들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수저만 얻는 미안한 여행이었지만 오랜만에 재대로
힐링 하고 돌아온 느낌이 든다.
친구가 있어 참좋다!!!